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허복만

자동차란, 내 손을 거쳐야 새로운 생명을 얻는 장난감

그랜드백화점 CS+정비센터 과장 허복만

지역내일 2009-10-09
자동차 사랑이 땀 흘리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사회 전반이 풍요로워졌던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땀 흘려 일하는 것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그랜드백화점 CS+정비센터 허복만 과장. 그는 그런 우려를 무색하게 만드는 또 한명의 건실한 젊은이였다.
정비사이기에 자동차 관련학과를 나왔으리라 생각하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의외로 그는 전라도의 섬, 신안의 일반계고 출신이었다.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고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했던 탓에 고3 때 직업훈련원의 자동차학과에서 정비를 배웠다. “자동차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한 뒤, 시동이 걸리면 생명을 불어 넣는 기분이 들었죠.” 그러던 그가 대학을 선택할 때는 다른 분야도 배워보고 싶은 열망에 경영학과를 택했다. 낮에는 자동차 정비를 하고 밤에는 경영학과 대학생으로 참 열심히 살았다. 자동차가 주는 매력과 몸으로 부대끼는 일을 사랑한 탓에 그는 대우·쌍용·현대 자동차서비스 센터 등을 두루 섭렵하며 기술을 익혀 나갔다. 자동차를 고쳐주는 모습에 반한 고객과 올해 초 결혼까지 했다니 땀 흘리는 삶은 생의 반려자까지 보내준 셈이다.

정비사는 자동차 주치의, 그에 대한 정당한 대우도 필요해
자동차는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문명의 이기 중 하나지만 반대급부도 만만찮다. 사고가 나면 생명도 쉽게 삼켜버리는 극단의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갖가지 잔 고장은 운전자를 힘들게 한다.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정기 점검을 하고 기본 소모품은 제때에 바꿔 주는 것이 좋아요. 주치의 같은 정비소를 정하는 것도 차를 안전하게 운행하는 방법이죠.” 차의 이력이 전산으로 저장되어 있어 차의 상태를 잘 진단할 수 있고, 때로 발생되는 차수리비 바가지 시비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허복만 씨는 자동차 정비요금은 ‘기술자의 기술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말한다. 몇 년에 걸쳐 배우고 익힌 기술을 우대해야 하지만 속칭 ‘기름밥’에 대한 편견이 사회전반에 뿌리 박혀 있는 현실은 못내 섭섭하기만 하다고.
허복만 씨는 아파서 찾아오는 자동차를 ‘내 손을 거치면서 치료도 받고 옷도 갈아입을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정성스런 손길로 차가 멋지게 변해 갈 때 보람도 커져간다. 허 씨는 자신의 가게를 경영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사회의 그늘진 음지로 봉사활동을 다니는 소박한 꿈도 품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그와 함께 한 오후의 시간은 내내 흐뭇함으로 기억될 것이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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