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칼럼

지역내일 2009-09-23
마이크로 크레딧의 매력

박 병 현
(부산대 사회과학대학장, 사회복지학)

마이크로 크레딧이란 가난하나 열심히 일을 해서 자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무담보이면서 낮은 이율의 소액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필자는 일 년 전 부산광역시 공동모금회에 소규모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제안해서 현재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공동모금회 자금으로 자립의 의지가 강한 차상위층에 속하는 열 명에게 각각 이천만원의 소액의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었다. 사실 이 사업을 제안하면서 ''이천만원으로 창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 의구심은 대출 신청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하면서 사라졌다. 우리 주변에는 창업을 해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가진 자금은 적고 은행대출을 받으려니 담보나 신용이 없어서 단돈 백만원도 대출 받을 수 없는 분이 의외로 많았다. 우리 주변에는 비록 지금은 어렵게 살지만 주위의 조그마한 도움이 있으면 가난에서 빠른 기간 내에 탈피할 수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 대출을 받은 분들은 가지고 있던 자금과 대출받은 자금으로 창업을 해서 열심히 일하면서 자활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은 저소득층에 대한 퍼주기식 복지가 아닌 상환을 조건으로 낮은 이율의 소액을 사업자금으로 대출해 줌으로써 자활을 유도하고 빈곤에서 탈피하게 하는 사업이다.

최근 정부는 사업자금이 필요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앞으로 10년간 2조원 규모로 확대하여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기본적으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로,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일정 기간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은 이용이 가능하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대상에서 제외되며, 생활자금 목적의 대출도 대상에서 빠진다. 대출 금리는 연 5% 수준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은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들을 배려하는 정책으로 환영받을만 하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마이크로 크레딧은 어디까지나 대출사업이기 때문에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야 한다. 만일 대출받은 사람이 사업에 실패하면 그 사람은 또 다시 빚을 지게 되는 것이고 다시는 빈곤에서 탈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이크로 크레딧은 한편으로 보면 위험 부담이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은 창업의 성공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서 성공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창업지원자에게만 대출을 해 주어야 한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대출을 해주었다가 만일 그 분이 사업에 실패하면 채무를 지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빈곤의 나락으로 더 빠져들게 때문이다. 

또한 마이크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받은 사람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대출만 해 주고 일정한 기간 후에 상환하라고 통지만 해서는 안된다.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사업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필자가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마이크로 크레딧의 경우 창업을 하겠다는 분에게 상점 입지도 봐 주었고, 치킨 집을 개업한 분에게는 치킨 전문가로부터 치킨 맛을 내는 비법을 배우도록 주선해 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출 받은 분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사업체를 방문하여 어려움이 없는가 묻기도 하고, 격려를 하고, 단골손님이 될 만한 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어야 한다.

얼마 전 결혼식 화환을 보낼 일이 있어 부산광역시 공동모금회로부터 소액의 대출을 받아 일 년 전 꽃집을 개업한 분에게 화환 주문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 때 그 분이 얼마 전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만일 그 분에게 마이크로 크레딧이 없었다면 그 분은 아직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 크레딧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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