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백화점 문화센터(주엽점)에는 한 강좌를 1년 이상, 길게는 9년이나 들어온 주부들이 있다. 매주 화요일 지연희 시인이 강의하는 ‘시 창작반’, ‘수필 창작반’ 수강생들 이야기다. 한 번 (강의를) 들으면 지연희 시인의 팬이 되고, 한 학기를 들으면 시에 눈을 뜨게 되며, 1년을 들으면 등단을 꿈꾸게 되는 특별한 강좌. 그 힘은 모두 시인 지연희씨에게서 나온다.
지연희 시인은 1986년 수필집 <이제 사랑을="" 말하리라=""> 이후 10권의 수필집을 내고, 1989년 시집 <마음일기>부터 최근의 <남자는 오레오라고="" 쓴="" 과자="" 케이스를="" 들고="" 있었다="">까지 5권의 시집을 낸 중견 문학인이다. 초기는 수필가로, 10년 전부터는 시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정확히는 ‘수필가 겸 시인’이 맞는 표현이다.
현재 그는 문화센터 외에 대학 강단과 문화원, 도서관에서도 활발하게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가 가는 자리마다 시성(詩性)이 뿌리내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왜 그럴까? 그의 강의를 한번이라도 들어 본 사람은 쉽게 알 수 있다.
문학주부, 소녀시절 감성을 되찾다
가을학기 들어 두 번째 ‘시 창작’ 시간. 지연희 시인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질문을 한다. “시를 쓰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수강생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솔직한 마음’, ‘이미지 그리기’ 등의 대답이 간간히 흘러나왔다.
지 시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시를 쓰기 전, 가장 먼저 할 것은 ‘시인의 눈’을 틔우는 것입니다.” 설명은 계속된다. “일반적 시선을 가지고는 시를 안 씁니다. 시가 되지 않죠. 감성을 틔워서 가슴으로 대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시는, 어떤 논리구조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로움이자 절대 주관입니다. 나만이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시에 대한 정의, 시인의 자세,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을 설명한 후, 수강생들의 창작시를 읽기 시작했다. ‘시 창작반’, ‘수필 창작반’ 강의는 모두 수강생들의 습작에 대해 평가해 주는 시간이 있어서 수강생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을 들을 수 있다. 그 부분이 주부들이 문학소녀에서 문인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날은 ‘맛조개’, ‘우산’, ‘횟집의 수족관’, ‘북한산에서’ 등의 작품이 평가받았다. 지 시인은 수강생의 작품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글자 하나, 단어 하나만 수정해서 훌륭한 시로 만들었다. 밋밋하던 생활시가 촉촉한 서정시로 탈바꿈했다. 이를 지켜보는 수강생들은 ‘아!’ 하고 나지막이 감탄한다. 한글의 아름다움, 우리 안의 시성(詩性)을 재발견하는 순간이다. 특히 시 입문자들에게 지 시인은 늘 강조한다. “언어 하나에 따라서 정서가 바뀝니다. 언어 하나로도 다 말할 수 있어요”라고.
현재 그랜드 백화점 문화센터의 ‘시 창작반’, ‘수필 창작반’을 통해서 시인, 수필가로 등단한 주부는 10여명에 이른다. 그 중 이번 여름에 문파문학 시인으로 등단한 양수경(69)씨는 이 시간을 통해 인생 2막을 시작한 경우다.
“젊은 시절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결혼하고서 ‘잘 하는 것 하나만 하자’고 다 포기했습니다. 환갑을 넘어서는 그나마 좋아하던 일도 다 접었는데, 우연히 선생님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시를 쓰면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인으로 등단하고 평생 처음으로 남편한테 꽃다발도 받았어요.”
이렇듯 주부 수강생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행복을 찾고, 다시 태어난 듯 활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지연희 시인은 그 포근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이야기한다.
“결국 생명은 정신에 있고, 문학은 정신의 산물입니다. 글쓰기로 내면의 세계가 열리면 자연스레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여기서 주부들이 잃어버린 자기 정체성을 되찾고,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지요. 문학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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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마음일기>이제>
지연희 시인은 1986년 수필집 <이제 사랑을="" 말하리라=""> 이후 10권의 수필집을 내고, 1989년 시집 <마음일기>부터 최근의 <남자는 오레오라고="" 쓴="" 과자="" 케이스를="" 들고="" 있었다="">까지 5권의 시집을 낸 중견 문학인이다. 초기는 수필가로, 10년 전부터는 시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정확히는 ‘수필가 겸 시인’이 맞는 표현이다.
현재 그는 문화센터 외에 대학 강단과 문화원, 도서관에서도 활발하게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가 가는 자리마다 시성(詩性)이 뿌리내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왜 그럴까? 그의 강의를 한번이라도 들어 본 사람은 쉽게 알 수 있다.
문학주부, 소녀시절 감성을 되찾다
가을학기 들어 두 번째 ‘시 창작’ 시간. 지연희 시인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질문을 한다. “시를 쓰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수강생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솔직한 마음’, ‘이미지 그리기’ 등의 대답이 간간히 흘러나왔다.
지 시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시를 쓰기 전, 가장 먼저 할 것은 ‘시인의 눈’을 틔우는 것입니다.” 설명은 계속된다. “일반적 시선을 가지고는 시를 안 씁니다. 시가 되지 않죠. 감성을 틔워서 가슴으로 대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시는, 어떤 논리구조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로움이자 절대 주관입니다. 나만이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시에 대한 정의, 시인의 자세,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 등을 설명한 후, 수강생들의 창작시를 읽기 시작했다. ‘시 창작반’, ‘수필 창작반’ 강의는 모두 수강생들의 습작에 대해 평가해 주는 시간이 있어서 수강생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을 들을 수 있다. 그 부분이 주부들이 문학소녀에서 문인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날은 ‘맛조개’, ‘우산’, ‘횟집의 수족관’, ‘북한산에서’ 등의 작품이 평가받았다. 지 시인은 수강생의 작품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글자 하나, 단어 하나만 수정해서 훌륭한 시로 만들었다. 밋밋하던 생활시가 촉촉한 서정시로 탈바꿈했다. 이를 지켜보는 수강생들은 ‘아!’ 하고 나지막이 감탄한다. 한글의 아름다움, 우리 안의 시성(詩性)을 재발견하는 순간이다. 특히 시 입문자들에게 지 시인은 늘 강조한다. “언어 하나에 따라서 정서가 바뀝니다. 언어 하나로도 다 말할 수 있어요”라고.
현재 그랜드 백화점 문화센터의 ‘시 창작반’, ‘수필 창작반’을 통해서 시인, 수필가로 등단한 주부는 10여명에 이른다. 그 중 이번 여름에 문파문학 시인으로 등단한 양수경(69)씨는 이 시간을 통해 인생 2막을 시작한 경우다.
“젊은 시절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결혼하고서 ‘잘 하는 것 하나만 하자’고 다 포기했습니다. 환갑을 넘어서는 그나마 좋아하던 일도 다 접었는데, 우연히 선생님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시를 쓰면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인으로 등단하고 평생 처음으로 남편한테 꽃다발도 받았어요.”
이렇듯 주부 수강생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행복을 찾고, 다시 태어난 듯 활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지연희 시인은 그 포근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이야기한다.
“결국 생명은 정신에 있고, 문학은 정신의 산물입니다. 글쓰기로 내면의 세계가 열리면 자연스레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여기서 주부들이 잃어버린 자기 정체성을 되찾고,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지요. 문학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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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마음일기>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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