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지역내일 2009-09-17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바야흐로‘직접투자’의 전성시대다.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유상증자에도 수 조원대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직접투자 열풍은 급증한‘증권계좌’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7월 증권계좌(활동계좌 기준)가 1500만개를 넘어섰다.‘활동계좌’란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 동안 1회 이상 거래가 이뤄진 증권계좌를 말한다. 수치로만 보면 현재 전체 국민의 1/3, 경제활동인구의 60% 가량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대표적인‘간접투자’상품인 펀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펀드런(펀드 대량환매)’에 대한 우려가 나올 만큼 펀드환매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펀드손실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직접투자로 돌아선 개인투자자들을 가리키는 소위,‘앵그리 머니(Angry Money)’의 영향이 큰 듯싶다.‘고등어(반 토막)’•‘갈치(네 토막)’가 된 펀드에 발등을 찍힌 성난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고 직접투자에 나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외면 속에서 펀드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직접투자 보다는 간접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간접투자를 선호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성공확률’이다.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차이는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누구’인가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주식에 투자할 때‘언제, 어느 종목을, 얼마의 가격에 사고 팔 것인가’하는 모든 결정을 투자자가 직접 하면‘직접투자’, 금융기관이나 전문가에게 돈을 맡겨 투자하게 하면‘간접투자’다. 그래서 직접투자를 하려면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짚고 리스크를 관리할 줄 알며, 종목을 고르는‘혜안’과 정확하게 매도•매수 타이밍을 잡는‘판단력’도 갖추어야 한다. 이런 투자자라면 분명 직접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투자자의 이미지는 결혼 전의‘이상형’ 같은 것이다. 현실에서 이런 투자자를 만나기란‘하늘의 별 따기’다. 사실 변동성이 큰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절대고수’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지도 모른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투자론’을 가르치시던 교수님 몇 분이 공동펀드를 만들어 주식투자를 하신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직접투자의 모범을 보이시기 위해서였다. 하나같이‘투자론’을 전공하신, 그것도 세계최고의 명문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쟁쟁한 분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교수님들은 일반투자자들의 평균수익률을 훨씬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공개하시면서 객쩍은 미소를 지으셨다. 이렇게 정글 같은 주식시장에서는 내로라 하는 투자고수들도 쓰디쓴 좌절을 맛볼 때가 많다. 하물며 투자지식과 정보, 자금규모 등에서 턱없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필자가 간접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위험관리’다. 현명한 투자자는 수익과 위험을 따로 떼어놓고 보지 않는다. 최소한 위험관리에 있어서는 간접투자가 직접투자보다 분명 한 수위다. 특히 간접투자는‘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투자자에겐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문제는 적은 돈으로는 나눠 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금사정이 뻔한 개인투자자에게 분산투자는‘그림의 떡’이기 쉽다. 그러나 보통 수십 개 이상의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면 분산투자의 고민은 저절로 해결된다. 펀드가 알아서 분산을 해준다는 얘기다. 또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손절매’다. 대부분 지나친 조바심과 불안감으로 손실에 집착하거나 시장을 낙관하다가 매도타이밍을 놓치곤 한다. 하지만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객관적인 관점에서‘최대손실률’등 사전에 정해진 운용기준에 따라 손절매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감정에 이끌려 손실을 키우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 장점은 개인투자자들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점이다. 투자의 결과를 떠나 간접투자는 투자에 따른‘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직접투자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투자한 종목의 시세를 확인하느라 가슴 졸이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산다. 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자책하고 후회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펀드투자자는 매번 펀드의 수익률을 점검하느라 부산 떨 이유가 없다. 특히 주식형펀드의 수익은 보통 주가지수의 움직임과 방향을 같이한다. 그러니 매일매일 주가등락에 얽매여 살 필요가 없다. 또 간접투자는 투자로 인해 생업을 소홀히 하는 우를 예방할 수 있다. 주변을 보면 상사의 눈치를 살피며 시도 때도 없이 주식시세창을“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실제 직장인 대상의 한 조사에서 직장인 절반 가까이(45.7%)가“업무 중에도 주식투자에 시간을 쏟고 있다.”답했고, 그 중 50%는“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까지 했다. 이렇게 직접투자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보면 정작 본업은 등한시 하게 되고 결국은‘일과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을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본업은 대충 때우면서 오로지 주식투자에만 골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직접투자 보다는 간접투자를 통해 생업에 충실한 것이 길게 보면 훨씬 남는 장사다. 눈 앞의 수익률 보다는 10년•2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생활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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