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모델 ‘체사레 보르자’를 다시 만난다
‘거울아 거울아’
그레고리 머과이어/ 민음사/ 1만3천원
이 소설 ‘거울아 거울아’는 백설공주의 일곱 난쟁이들, 사냥꾼, 독이 든 사과 모티프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지만, 작가가 가장 초점을 둔 것은 주인공의 성격 형성이다. ‘루크레치아’가 적극적인 음모자였는가 혹은 권력의 희생자였는가 하는 평가는 시대마다 조금씩 달리 해석돼 왔다.
이 소설에서는 아버지의 아들을 낳았다는 둥, 질투와 권력에 눈먼 오빠 체사레에 의해 남편이 살해되는 등 수많은 소문들과 음모의 한가운데 있는 루크레치아가 주인공이다.
루크레치아 보르자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와 반노차 카타네이의 외동딸이다. 그녀의 오빠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다.
루크레치아의 가족은 훗날 르네상스 시대 교황들의 특색이라고 주장되는 냉혹한 마키아벨리주의의 정치와 성적 타락의 전형이다. 루크레치아는 팜므 파탈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수많은 미술품과 소설, 영화 등이 존재한다.
바르톨로메오 다 베네토의 가공 초상화와 같은 몇몇 그림이 루크레치아를 묘사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그녀의 초상화 가운데 확실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소설은 체사레 보르자의 동생이자 연인인 루크레치아를 적극적으로 끌어 들였다.
1502년 토스카나의 평화로운 장원에서 아내를 잃고 어린 딸 비안카와 함께 조용히 살아가는 비첸테에게 어느날 냉혈한 체사레와 매혹적인 루크레치아가 찾아온다. 루크레치아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딸로 정략결혼의 희생자이자 통일 왕국을 꿈꾸는 오빠 체사레의 공모자였다.
태곳적부터 인간사를 지켜봐 온 난쟁이들, 소수에게만 진리를 보여주는 신비로운 거울, 생명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사과. 작가는 바로크 문체와 그로테스크한 필치로 이탈리아 역사와 고전 동화를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로 탈바꿈시켰다.
비안카(백설공주)의 순수함은 상대적으로 루크레치아의 욕망을 확대시키는 렌즈이며, 난쟁이는 디즈니의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허망한 욕망을 비웃듯 아주 천천히 진화하는 생명체로 등장한다. 이 난쟁이들이 만든 거울은 어떤 이에게는 자기 자신만을 보여 주고 어떤 이에게는 저 너머의 진실을 보여 준다.
구전동화를 바탕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라는 역사적 얼개를 덧입은 이 소설은 한편으로는 원래의 동화보다 훨씬 더 깊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일곱 난쟁이들이 개인적 의식보다는 집단의식을 소유한 생물체로 등장한다. 또한 인간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존재해왔지만 비안카를 통해 점차 인간과 닮아 가는 돌-인간으로 구현된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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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그레고리 머과이어/ 민음사/ 1만3천원
이 소설 ‘거울아 거울아’는 백설공주의 일곱 난쟁이들, 사냥꾼, 독이 든 사과 모티프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지만, 작가가 가장 초점을 둔 것은 주인공의 성격 형성이다. ‘루크레치아’가 적극적인 음모자였는가 혹은 권력의 희생자였는가 하는 평가는 시대마다 조금씩 달리 해석돼 왔다.
이 소설에서는 아버지의 아들을 낳았다는 둥, 질투와 권력에 눈먼 오빠 체사레에 의해 남편이 살해되는 등 수많은 소문들과 음모의 한가운데 있는 루크레치아가 주인공이다.
루크레치아 보르자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와 반노차 카타네이의 외동딸이다. 그녀의 오빠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다.
루크레치아의 가족은 훗날 르네상스 시대 교황들의 특색이라고 주장되는 냉혹한 마키아벨리주의의 정치와 성적 타락의 전형이다. 루크레치아는 팜므 파탈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수많은 미술품과 소설, 영화 등이 존재한다.
바르톨로메오 다 베네토의 가공 초상화와 같은 몇몇 그림이 루크레치아를 묘사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그녀의 초상화 가운데 확실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소설은 체사레 보르자의 동생이자 연인인 루크레치아를 적극적으로 끌어 들였다.
1502년 토스카나의 평화로운 장원에서 아내를 잃고 어린 딸 비안카와 함께 조용히 살아가는 비첸테에게 어느날 냉혈한 체사레와 매혹적인 루크레치아가 찾아온다. 루크레치아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딸로 정략결혼의 희생자이자 통일 왕국을 꿈꾸는 오빠 체사레의 공모자였다.
태곳적부터 인간사를 지켜봐 온 난쟁이들, 소수에게만 진리를 보여주는 신비로운 거울, 생명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사과. 작가는 바로크 문체와 그로테스크한 필치로 이탈리아 역사와 고전 동화를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로 탈바꿈시켰다.
비안카(백설공주)의 순수함은 상대적으로 루크레치아의 욕망을 확대시키는 렌즈이며, 난쟁이는 디즈니의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허망한 욕망을 비웃듯 아주 천천히 진화하는 생명체로 등장한다. 이 난쟁이들이 만든 거울은 어떤 이에게는 자기 자신만을 보여 주고 어떤 이에게는 저 너머의 진실을 보여 준다.
구전동화를 바탕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라는 역사적 얼개를 덧입은 이 소설은 한편으로는 원래의 동화보다 훨씬 더 깊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일곱 난쟁이들이 개인적 의식보다는 집단의식을 소유한 생물체로 등장한다. 또한 인간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존재해왔지만 비안카를 통해 점차 인간과 닮아 가는 돌-인간으로 구현된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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