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권을 외치다

지역내일 2009-08-27
가장 낮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인권사


류은숙/ 푸른숲/ 1만5천원


나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과연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조취를 취했는가. 인권침해는 현대 들어 아주 교묘해져서 “과연 내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나”를 못느끼게 만든다. 세계사에서 인권사가 점하는 위치가 높아지면서 인권침해는 더욱 고난도의 활동력을 취하고 있다.
인권은 억누르려는 자가 있을 때 항상 고개를 든다. 똑같은 권리와 존엄을 인정한다면 인권이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세상 곳곳에는 억누르려는자와 이를 극복하려는 자들로 가득하다. 즉 인권이 숨쉬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이라는 말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억압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생존력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에 의한 억압, 성에 의한 억압, 세대차에 의한 억압, 피부색에 의한 억압, 국가간 억압은 어떤 형태로든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인권은 인류의 마지막 해결과제로 남게 된다.


인권은 세계사에서 항상 중요한 위치를 점해왔다. 인권을 얻는 과정은 역사적 변화기를 낳았다.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가 그렇고, 파리 ‘코뮌 선언’이 그렇다. 미국의 ‘독립선언’과 ‘노예해방선언’은 또 어떤가. 모두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인권운동사였다.
그 중 인권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선언은 세계인권선언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를 형제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1948년 선포한 ‘세계인권선언’ 제1조다. 이 인권 선언이 탄생한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동안 모든 대륙과 바다에서 벌어진 전쟁, 5000만 명에 이르는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전쟁의 참상과 만행은 자국민을 억압하는 국가는 인류 모두의 인권을 위협할 수 있음을 깨우쳐줬다.
1945년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창설된 유엔은 그 헌장에 ‘모든 사람을 위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보편적인 존중과 준수’라는 목적과 그 성취를 위한 ‘행동서약’을 담았다. 그러나 ‘유엔헌장’은 일반적인 수준의 인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며, 더욱이 모순되는 조항도 함께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유엔헌장’은 제2조 7항에 ‘국내 관할권에 속하는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한 국가의 인권 상황에 대해 여전히 국제기구나 다른 국가의 개입을 막는 국가주의 특징을 담고 있는 것이다. 전쟁과 반인권 상흔이 생생히 드러난 1945년에도 인권에 대한 실질적이고 국제적인 이해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너 루스벨트를 의장으로 한 유엔 인권위원회는 8개국으로 구성된 ‘기초위원회’에 초안 작성을 맡겼다. 1947년 1월부터 1948년 12월 사이 ‘세계 인권 선언’의 기초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도 굴곡은 많았다. 선언으로 할 것인가 조약으로 할 것인가는 놓고 논란도 벌어졌다.

인권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여성해방 선언이다. 세계사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여성, 그중에서 흑인 여성. 이들은 세계사에서 항상 피해자였다. 미국 독립전쟁과 인권 투쟁의 기록에서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여성의 활약은 무시당했고, 여성 스스로 글을 쓰거나 기록을 남길 기회가 없었다. ‘흑인 노예’의 문제는 드러나 보이는 반면, 여성의 문제는 찾기가 힘들었다. 노예 중의 노예, 흑인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1851년 소저너 트루스의 말은 아직도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다. “신이 만든 최초의 여성이 혼자서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 만큼 강했다면, 여성이 함께 세상을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노예제 역시 인권운동을 성장시켰다. 아프리카 노예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법적으로 허용된 노동 체계로서의 전통적 노예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노예제는 세계 어디에서나 철폐됐다. 하지만 그 자취는 여전히 남아있다. 오히려 은밀함까지 더해 현대판 노예제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오늘날 노예제라는 단어는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포괄한다. 아동매매 아동 성매매 아동 노동착취 등 아동을 이용하는 행위에서 부채를 빌미로 한 감금노동, 인신매매, 인간 장기매매, 성 매매 착취, 노예 형태의 결혼 등.
노예제는 최초로 국제적 관심을 일으킨 인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815년 ‘노예무역 폐지에 관한 선언’이 비엔나 평화회의 중에 채택됐지만 노예제 폐지가 아닌 노예무역 폐지에 머물렀고,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때까지 노예제가 계속됐다.
비단 서방세계 뿐 아니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노예제가 장기간 철저하게 지켜져왔음은 역사 속에 잘 녹아있다.
이처럼 세계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인권 문제는 빼 놓을 수 없는 귀중한 사료다. 인권사 속에서 인류의 희망을 찾아왔고, 또 앞으로 계속 그럴 것이다. 인류는 앞으로도 인권의 발전을 꾀할 것이고, 그만큼 세계는 또 교묘한 억압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저자는 류은숙은 인권문제는 연구하고 활동해 왔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꾸준히 인권 관련 자료를 축적했다. 이 책 ‘인권을 외치다’ 이전에 ‘인권법’ ‘아이들에게도 권리가 있다’ 등을 썼다. 초등학교 6학년 읽기 교과서 ‘인권의 가치’ 편을 쓰기도 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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