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칼럼]등록금 후불제와 상한제(안진걸 2009.08.20)

지역내일 2009-08-20
등록금 후불제와 상한제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성공회대 외래교수)

교육과 관련해 공포의 교육비를 떠 올리는 것은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희망과 연대가 넘치는 교육, 부담없이 누구나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교육비 정책이 왜 우리는 안된단 말인가.
그런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이다. 집집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동록금 고지서라는 말이 나돌고,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1만4000여명이 넘어서는 황당한 상황에서, 취업 후 일정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등록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사실상의 ‘등록금 후불제’가 도입된다고 하니 다들 일단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생-학부모와 참여연대, 교수노조, 등록금넷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간절하게 등록금 후불제를 촉구해왔다.

‘더 많은 빚더미 시대’ 될 우려 매우 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표현은 부정확한 표현이었다. 정확히는 ‘등록금만 1000만원 시대’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주요 대학 보통의 대학생들이 1년에 납부해야 할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선 것뿐만 아니라 실제 그들이 부담해야할 학습비, 교통비, 생활비, 주거비 등을 더하면 1년에 대학생들이 2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해외연수라도 하게 되면 …. 그래서 국민들 사이에서 ‘교육비 때문에 너무 힘들다’라는 말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2008년 기준 1.19명대로 추락한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등록금 후불제’뿐이다. ‘등록금 상한제’ 관련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등록금 후불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가야 그 실효성이 확보되는 제도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은 모두 등록금 상한제를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고액 등록금과 등록금을 10% 이상 과도하게 올리는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 등록금 후불제만 도입하게 되면, 등록금 빚더미 시대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빚더미가 졸업 후 돈 번 이후로 미뤄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학들이 등록금을 많이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더 많은 빚더미 시대’가 될 우려가 매우 커지고 있다.
졸업 후 겨우 취업을 해서 효도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내 집 마련도 해야 하는데 매달 몇십만원씩, 몇십년 간 학자금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청년세대들에게 또 다른 부담과 고통을 주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만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등록금 후불제도의 경우, 학생이 필요로하는 등록금액 전액을 정부가 한국장학재단의 예산과 채권 발행을 통해 빌려주고 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에 등록금 원금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정부의 재정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 정부 들어 정부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등록금 후불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라도 등록금 후불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한몸처럼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등록금 후불제와 함께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이명박정부의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도 사실은 국가의 재정 지원을 늘려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으로 그 맥락상 등록금 상한제와 유사하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이 제출한 등록금 상한제 관련 법률이 계류 중에 있다.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하는 등록금 후불제 도입, 등록금 후불제와 함께 상환시 과감한 무이자 정책이나 최소금리 적용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등록금 문제가 해결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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