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중국어 가능해야 현장 투입
외국어 기반으로 한 서비스 차별화
그녀는 단아했다. 선입견으로 보자면 도저히 ‘카지노 딜러’ 출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랜드코리아레저 교육팀장 이미선씨<사진>. 이 팀장은 87년 워커힐 카지노에 딜러로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카지노하면 ‘범죄의 공간’으로 인식돼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일 뿐만 아니라 해외 여행이 자율화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일반 국민들은 카지노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집안에서 신뢰를 받고 있던 외삼촌이 당시 카지노에서 일했어요. 집에서는 외삼촌 덕분에 반대없이 카지노 입사를 허락했습니다.”
이 팀장은 딜러로 시작해 여성최초의 영업팀장까지 거친 카지노계의 ‘여신’이다. 워커힐 카지노에서 100명, 세종대에서 300명, 세븐럭에서 600명이 이 팀장에 의해 딜러가 됐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 둔 이 팀장은 2000년부터 세종대에서 딜러 취업 교육을 맡았다. 당시 그녀의 손을 거쳐간 신입 딜러는 300여명. “당시 세종대 사회교육원에서 카지노스쿨을 만들어 딜러를 양성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딜러를 만들어 낼 교관을 물색하던 중 저에게 기회가 왔죠. 이 때부터 본격적인 딜러 양성 전문가가 됐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또 다른 기회가 왔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립하는데 설립위원으로 전문가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 팀장은 설립위원 7명 중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국내 딜러 시장의 한계가 명확하던 시점에 수백명을 딜러를 다른 카지노에서 영입해 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녀는 대규모 신입 딜러를 교육키로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분위기였어요. 딜러들을 모두 ‘초짜’로 모았는데 300명씩 한꺼번에 교육을 시켰습니다. 실력이 안되니 서비스로 승부하자는 시도도 했습니다.”
카지노에서는 딜러가 실수하면 곧바로 이익 감소로 연결된다. 초보 딜러는 객장 테이블에 그만큼 서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팀장은 이 때 다른 곳과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우선 딜러들에게 외국어 교육을 시켰다. 일본어를 잘해서 들어온 딜러에게는 중국어를, 중국어 전공자에게는 일본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일본과 중국인이 대부분인 카지노에서 이 두가지 언어는 이들에게 필수적 요소다.
“게임 테이블에서는 무조건 웃는다고 좋은 서비스는 아닙니다. 돈을 잃은 손님 앞에서 웃고 있을 수는 없죠. 그만큼 딜러라는 직업은 상대방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이 팀장은 그랜드코리아레저 직원 1500명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객장 딜러와 서비스 요원의 교육을 총괄 책임지고 있다. 그러다가 국내 최초의 여성 카지노 영업팀장을 맡았다. 한 기관이 출범하는 첫발은 교육이지만, 자리를 잡은 후 영업이 중요하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게임’을 가장 잘 아는 그녀가 영업팀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영업팀장을 마치고 그녀는 다시 교육팀장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아카데미에서 직원을 훈련하고 다듬는 일에 매달려 있다. “외국인 카지노에 딜러로 들어오려는 지원자들의 학력이나 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경쟁률도 치열해졌어요. 그만큼 카지노 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이 전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입사할 때인 87년과 자꾸 비교되네요.”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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