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자금 대출제도, 실효성 논란 확산

시민단체 “등록금 상한제 함께 도입해야” … 저소득층 지원 후퇴도 구설수

지역내일 2009-08-03 (수정 2009-08-04 오전 8:08:23)
지난달 3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취업 후 학자금 대출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학자금 대출제도가 도입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이미 천정부지로 오른 등록금을 인하하고, 인상을 억제하는 제도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교과부가 발표한 대출제도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그동안 주장해온 ‘등록금 후불제’와 매우 유사하다. 이명박 정부와 마찰을 빚어오던 시민단체들도 이 때문에 ‘취업 후 학자금 대출제도’ 도입의 취지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새로 도입되는 제도를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조삼모사’식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나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등록금 상한제가 병행하지 않을 경우, 고액등록금으로 인한 고통을 미래로 유예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학들이 당장 2010학년도 등록금을 대폭 올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여론에 밀려 대부분 대학이 2009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비판 여론이 잠잠해지면 1~2년 후 다시 등록금을 폭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사정이 나빴던 1998년과 1999년 2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던 대학들이 2000년에는 무려 10% 가까이 인상시켰던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가 재발될 경우, 고액등록금 감당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 등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까지 포기하는 청년층이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1인당 대출한도(4000만원)를 폐지하고 실소요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게 했기 때문에 고액등록금으로 인해 학생들이 회복할 수 없는 규모의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있다.
또한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지원이 사실상 사라진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기존 등록금 대출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와 1~3분위 차상위 계층 자녀들에 대해서는 무상 또는 저리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저소득층에 대한 이같은 지원은 없어진다. 문제는 실제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명문대 진학률이 낮고, 그에 따라 높은 소득의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등록금넷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저소득층 자녀가 중산층이 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신의 미래와 가족부양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뒤늦은 ‘등록금 폭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제도도입 발표 이후에도 결정되지 않고 있는 원리금 상환 의무가 발생하는 연간 소득기준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소득 양극화와 청년실업 등으로 인해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면 결국 재원 부족으로 인해 소득 기준을 지나치게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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