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소녀의 인생살이 … 영화로도 제작
보이지 않는 사인
에이미 벤더/ 한아인
문예출판사/ 1만1000원
수학자 빔 클라인은 말했다.
“숫자는요, 내게는 친구와 다름없어요. 3844. 당신도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볼래요? 당신이 보기에는 다만 삼 그리고 팔 그리고 사 그리고 사겠죠. 하지만 난 말하죠. ‘안녕! 62의 제곱아.’”
모나 그레이에게는 그녀의 이름처럼 일부러 자신을 특색없게 만들어가는 버릇이 있다. 나이가 열 살이 되었을 때, 너무나 사랑하는 아빠는 갑자기 기운을 잃고 인간적인 친교에 대한 희망과 욕구도 잃어버리는 알 수 없는 병의 희생자가 되어 버린다.
달리기 선수로서의 발군의 실력과 잘 나가던 연애에 등을 돌리는 모나에게는 행복의 보금자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수학’이다. 수학이야말로 ‘그만두기’ 놀이에서 유일한 예외였다. 나무를 두드리고 자기 걸음을 세고, 공원에서 이쪽 사람들과 저쪽 사람들 수를 곱한다. 분명하고 불변하는 수학이 모나에게는 구세주인 셈이다.
그녀의 나이 스무 살. 모나는 생각지도 않게 초등학교 수학교사가 되어 어린 아이들과 접촉하기 시작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산수를 가르치고 어떤 환경에서든 숫자를 찾게 하는 독특한 학습과정을 만들어낸다.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가 주인공으로 발탁돼 화제가 된 영화의 원작 소설 ‘보이지 않는 사인(An Invisible Sign of My Own)’은 수학에 빠져 자신만의 세계 속에 갇혀 지내던 한 소녀가 초등학교 수학 선생이 되면서 아이들과 만나 변화하는 내용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독특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는 소설이다. 2000년도 LA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이 책은 ‘수학’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였다. 책 속의 주인공은 숫자에 푹 빠져 있다. 수학적 암호를 전적으로 무신론자의 문자라고들 하지만, 주인공은 그와 정반대다. 그녀는 매일 오후마다 숫자 하나씩을 생각했다. 한 숫자의 길고 캄캄한 굴에 쑥 빠져 들어갔다가, 뭔가 발견하고서 뚜껑 문을 열고 나오는 식이었다. 5를 보자.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숫자 5는 직각을 이루는 삼각형의 두 변의 제곱의 합이며, 소수고, 펜타그램(다섯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오각별)의 숫자며, 그리고 6학년 때 수학 선생이 얘기해 준 바로는 피타고라스 학파는 5를 결혼과 관련지어 생각했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모든 주제는 숫자와 연관돼 있다. 숫자들이 형이상학적 모양으로 얽히고 얽힌 품새가 주인공이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에 들어있다. 이런 식이다. ‘그는 특히 풀밭에 속눈썹이 있는 9들이 줄지어 선 리사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했다. 9들은 여자아이들인데, 초등 미술에 따르면, 남자아이들한테 속눈썹이 없기 때문에 나는 나름 장식을 해본다. 거실에 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만든 대못 태양들과 파란색 끈 하늘을 더덕더덕 발라 놓았다. 사람들이 7에 총알을 장전하는 대니의 전쟁과, 미미의 3자 개도.’
이 소설은 숫자놀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소재거리다. 소설의 말미에는 주인공이 충만한 삶을 사는 방법을 깨닫고 리사로 하여금 불안한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대단원에서 작가의 역량은 빛을 발한다
‘굉장히 흥미롭고, 우리를 웃게 하면서도 소름끼치게 하는 재주를 부리는 작가’라고 칭송한 ‘볼티모어 선’의 평론처럼 작가 에이미 벤더는 미국 소설가 가운데 가장 신선한 목소리를 지닌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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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인
에이미 벤더/ 한아인
문예출판사/ 1만1000원
수학자 빔 클라인은 말했다.
“숫자는요, 내게는 친구와 다름없어요. 3844. 당신도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볼래요? 당신이 보기에는 다만 삼 그리고 팔 그리고 사 그리고 사겠죠. 하지만 난 말하죠. ‘안녕! 62의 제곱아.’”
모나 그레이에게는 그녀의 이름처럼 일부러 자신을 특색없게 만들어가는 버릇이 있다. 나이가 열 살이 되었을 때, 너무나 사랑하는 아빠는 갑자기 기운을 잃고 인간적인 친교에 대한 희망과 욕구도 잃어버리는 알 수 없는 병의 희생자가 되어 버린다.
달리기 선수로서의 발군의 실력과 잘 나가던 연애에 등을 돌리는 모나에게는 행복의 보금자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수학’이다. 수학이야말로 ‘그만두기’ 놀이에서 유일한 예외였다. 나무를 두드리고 자기 걸음을 세고, 공원에서 이쪽 사람들과 저쪽 사람들 수를 곱한다. 분명하고 불변하는 수학이 모나에게는 구세주인 셈이다.
그녀의 나이 스무 살. 모나는 생각지도 않게 초등학교 수학교사가 되어 어린 아이들과 접촉하기 시작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산수를 가르치고 어떤 환경에서든 숫자를 찾게 하는 독특한 학습과정을 만들어낸다.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가 주인공으로 발탁돼 화제가 된 영화의 원작 소설 ‘보이지 않는 사인(An Invisible Sign of My Own)’은 수학에 빠져 자신만의 세계 속에 갇혀 지내던 한 소녀가 초등학교 수학 선생이 되면서 아이들과 만나 변화하는 내용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독특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는 소설이다. 2000년도 LA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이 책은 ‘수학’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였다. 책 속의 주인공은 숫자에 푹 빠져 있다. 수학적 암호를 전적으로 무신론자의 문자라고들 하지만, 주인공은 그와 정반대다. 그녀는 매일 오후마다 숫자 하나씩을 생각했다. 한 숫자의 길고 캄캄한 굴에 쑥 빠져 들어갔다가, 뭔가 발견하고서 뚜껑 문을 열고 나오는 식이었다. 5를 보자.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숫자 5는 직각을 이루는 삼각형의 두 변의 제곱의 합이며, 소수고, 펜타그램(다섯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오각별)의 숫자며, 그리고 6학년 때 수학 선생이 얘기해 준 바로는 피타고라스 학파는 5를 결혼과 관련지어 생각했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모든 주제는 숫자와 연관돼 있다. 숫자들이 형이상학적 모양으로 얽히고 얽힌 품새가 주인공이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에 들어있다. 이런 식이다. ‘그는 특히 풀밭에 속눈썹이 있는 9들이 줄지어 선 리사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했다. 9들은 여자아이들인데, 초등 미술에 따르면, 남자아이들한테 속눈썹이 없기 때문에 나는 나름 장식을 해본다. 거실에 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만든 대못 태양들과 파란색 끈 하늘을 더덕더덕 발라 놓았다. 사람들이 7에 총알을 장전하는 대니의 전쟁과, 미미의 3자 개도.’
이 소설은 숫자놀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소재거리다. 소설의 말미에는 주인공이 충만한 삶을 사는 방법을 깨닫고 리사로 하여금 불안한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대단원에서 작가의 역량은 빛을 발한다
‘굉장히 흥미롭고, 우리를 웃게 하면서도 소름끼치게 하는 재주를 부리는 작가’라고 칭송한 ‘볼티모어 선’의 평론처럼 작가 에이미 벤더는 미국 소설가 가운데 가장 신선한 목소리를 지닌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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