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인사청문회 쟁점

공안경력·재산형성 도마에

지역내일 2009-07-06 (수정 2009-07-09 오전 7:49:34)
영남위원회·원정화 여간첩 사건 설전 예상
지인에게 빌린 8억원·아들 병역특례 공방

국회 인사청문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3일 예정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과거 수사 경력이나 재산 형성 과정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천 내정자는 검사 생활 대부분을 공안 분야에서 보냈다. 수원지검ㆍ부산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1ㆍ2부장 대검공안기획관, 울산지검 검사장 등을 지냈다.

◆수사지휘한 공안사건 논란 = 98년 부산지검 공안부장 재직 당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 등으로 김창현 울산 동구청장 등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소위 영남위원회 사건으로, 하지만 대법원은 15명 중 12명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고 반국단체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DJ정부 출범 후 공안통 검사들의 존재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2001년 서울지검 공안1부장 시절에는 8ㆍ15 평양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범민련 간부 6명을 기소했다. 당시 천 내정자는 기소 전 범민련 간부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개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이 공개된 후였다.
지난해 수원지검장 때는 원정화 여간첩 사건을 서울까지 올라와서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부녀를 간첩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원씨의 계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증거 없이 간접사실만으로 간첩으로 지목, 체포한 것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명박 정권의 공안기능 강화에 부응한 수사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건이었다.
올초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처리한 용산참사와 PD수첩 수사도 도마에 올라있다. 참여연대 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공정성을 잃은 편파수사와 인권침해 책임자로 천 내정자를 지목, 임명반대 기자회견까지 했다.

◆차입금만으로 아파트 구입은 투기? = 재산 형성 과정도 주요 쟁점이다. 지난 3월 천 내정자가 구입한 신사동 아파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매입가격이 28억75000만원이나 되는데 이 돈의 대부분을 차입했다. 10년 지기인 박 모씨로부터 연 4% 이자로 8억원을 빌렸고 신한은행 법조타운 지점으로부터 5억원은 부동산 담보대출, 2억5000만원은 신용으로 빌렸다. 이자는 역시 4%였다. 나머지는 지난해 6월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들인 전세보증금 12억원과 예금, 급여로 충당했다. 전세보증금 12억원도 친동생이 5억원, 처형이 3억원을 빌려줘 마련한 돈이다.
아파트 구입 대금 대부분이 차입금인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빚만으로 강남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더욱이 천 내정자 소유였던 잠원동 아파트가 팔리지 않은 조건에서 이같은 매입을 했다는 것은 투기 성격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구입한 3월은 정부가 강남3구에 대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검토하던 시기였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천 내정자가 결혼이 예정된 아들 내외와 딸 등과 함께 살기 위해 전세로 신사동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집주인이 집을 내놓아 사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시가 15억원 가량 되는 잠원동 아파트를 내놓았으나 아직 팔리지 않은 상태로 이 아파트가 처분되는 대로 빌린 돈을 갚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천신일 회장과의 관계도 관심 = 천 내정자 아들의 병역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2002년 4월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천 내정자 아들은 2006년 4월 게임업체인 N사에 입사, 6월에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성돼 2008년 8월까지 병역특례로 근무했다. 물론 지금도 이 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준비단은 제대로 출근하고 급여도 정상적으로 수령하는 등 병역특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당시 병역법에 따르면 4급 판정(공익근무요원)을 받은 천 내정자 아들이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하는데 법적 걸림돌이 없었다는 설명도 따른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2007년 6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벌인 병역특례비리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천 내정자 아들을 포함한 사회 고위층 자제 30명도 조사를 받았는데, 서면조사만 한 채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의 관계도 관심거리다. 영양 천씨 종친회에서 천 회장은 명예회장, 천 내정자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총장 내정뿐만 아니라 지난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혹여 천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시 중앙지검장으로 유력했던 이귀남 현 법무부 차관이 막판에 천 내정자로 바뀌었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고대 출신이 공안부장과 검찰국장을 차지한 조건에서 서울중앙지검장까지 고대를 나온 이 차관을 앉히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천 회장 역할론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다.
천 내정자는 5일 종친회 부회장직을 사퇴했다. 준비단 관계자는 “종친회를 둘러싸고 근거없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총장 내정된 뒤 부회장직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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