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못해 딸과 많이 싸워요”
반시 아니린씨, 안내장 알림장 학부모교육 내용 어려워
“학원 숙제가 어려워요. 엄마가 도와줬으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얼굴 생김이 다르다고) 놀리는 친구도 있는데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았어요.”
소현(9 경기 이천시 부발읍)이가 필리핀 출신 엄마에게 얘기 안하는 일이 많아진 이유는 “짜증나서”다. 엄마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기 어렵다. 엄마도 소현이가 하는 말을 잘 못알아듣는다. 그럴 때면 “엄마는 한국말도 못하냐”고 쏘아붙이고 만다.
반시 아나린(36 경기 이천시 부발읍)씨는 “소현이가 커가면서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고 호소했다. 소진(6)이와 태진(5)이는 아직 어려 괜찮다.
1999년 겨울 김관희(46)씨와 결혼한 아나린씨가 한국말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지난 2007년. 정부에서 바깥출입이 어려운 여성들을 위해 가정방문 교사를 보내주면서부터다. 전에는 한국어과정이라야 대학 등에 개설된 것뿐이라 비싼 강의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올해까지 3년째 틈틈이 배우고 있지만 한국말은 어렵기만 하다.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면서는 더 절감한다. 소현이는 슬슬 엄마 말은 귀에 담지 않으려는 경향까지 생겼다.
“부모님교육에 가면 어려운 말이 많아요. 2008년에는 한국 온지 15년 된 필리핀 엄마가 있어서 다시 물어봤는데….”
알림장이나 안내장 내용은 한영사전을 뒤적여가며 이해해보려 하지만 말보다 더 어렵다. 교사에게 전화를 걸 시간이 없어 못챙겨간 적도 많다.
“아기들 건강이 어떤지 엄마가 적어야한다고 종이를 가져왔는데 ‘소변 대변 언제 몇 번 누느냐’ 정도밖에 몰라서 못했어요. 애들 아빠한테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괜찮다’고만 해요.”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울진대 노래며 셈 공부까지는 아예 시도도 않는다. 대신 어린이집과 사설학원에 보내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그나마도 가정형편이 안돼 보육비가 지난해부터 벌써 170여만원이나 밀려있다. 4월에는 소현이 학원비를 대기 위해 아이들 돌반지를 모두 팔았다. 남편은 아예 어린이집이나 학원에 보내지 말자고 한다. 하지만 아나린씨는 “아이들 집에만 있으면 TV만 보지 뭐 하겠느냐”고 반대했다.
영어보조강사 자리를 얻기 위해 공부하는 한편 한국말과 운전교습에 한창인 요즘은 아이들을 돌봐줄 손길이 급하다. 아침시간에 아이들 챙기는 일을 도와줄 손이 없다. 지난해에도 동네 아이들 대상으로 영어 과외를 시도했다가 저녁시간에 엄마 손길을 찾는 아이들 성화에 중도하차했다.
“한국말도 영어 가르치는 법도 배워야 돈을 벌잖아요. 필리핀에 있는 언니한테 소진이 태진이 1년만 보내려고 했는데 포기했어요. 다시 한국 와서 살아야잖아요. 말 제대로 못하고 공부 못하면 어떻게 해요.”
숱한 외국인 엄마들이 아나린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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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 아니린씨, 안내장 알림장 학부모교육 내용 어려워
“학원 숙제가 어려워요. 엄마가 도와줬으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얼굴 생김이 다르다고) 놀리는 친구도 있는데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았어요.”
소현(9 경기 이천시 부발읍)이가 필리핀 출신 엄마에게 얘기 안하는 일이 많아진 이유는 “짜증나서”다. 엄마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기 어렵다. 엄마도 소현이가 하는 말을 잘 못알아듣는다. 그럴 때면 “엄마는 한국말도 못하냐”고 쏘아붙이고 만다.
반시 아나린(36 경기 이천시 부발읍)씨는 “소현이가 커가면서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고 호소했다. 소진(6)이와 태진(5)이는 아직 어려 괜찮다.
1999년 겨울 김관희(46)씨와 결혼한 아나린씨가 한국말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지난 2007년. 정부에서 바깥출입이 어려운 여성들을 위해 가정방문 교사를 보내주면서부터다. 전에는 한국어과정이라야 대학 등에 개설된 것뿐이라 비싼 강의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올해까지 3년째 틈틈이 배우고 있지만 한국말은 어렵기만 하다.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면서는 더 절감한다. 소현이는 슬슬 엄마 말은 귀에 담지 않으려는 경향까지 생겼다.
“부모님교육에 가면 어려운 말이 많아요. 2008년에는 한국 온지 15년 된 필리핀 엄마가 있어서 다시 물어봤는데….”
알림장이나 안내장 내용은 한영사전을 뒤적여가며 이해해보려 하지만 말보다 더 어렵다. 교사에게 전화를 걸 시간이 없어 못챙겨간 적도 많다.
“아기들 건강이 어떤지 엄마가 적어야한다고 종이를 가져왔는데 ‘소변 대변 언제 몇 번 누느냐’ 정도밖에 몰라서 못했어요. 애들 아빠한테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괜찮다’고만 해요.”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울진대 노래며 셈 공부까지는 아예 시도도 않는다. 대신 어린이집과 사설학원에 보내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그나마도 가정형편이 안돼 보육비가 지난해부터 벌써 170여만원이나 밀려있다. 4월에는 소현이 학원비를 대기 위해 아이들 돌반지를 모두 팔았다. 남편은 아예 어린이집이나 학원에 보내지 말자고 한다. 하지만 아나린씨는 “아이들 집에만 있으면 TV만 보지 뭐 하겠느냐”고 반대했다.
영어보조강사 자리를 얻기 위해 공부하는 한편 한국말과 운전교습에 한창인 요즘은 아이들을 돌봐줄 손길이 급하다. 아침시간에 아이들 챙기는 일을 도와줄 손이 없다. 지난해에도 동네 아이들 대상으로 영어 과외를 시도했다가 저녁시간에 엄마 손길을 찾는 아이들 성화에 중도하차했다.
“한국말도 영어 가르치는 법도 배워야 돈을 벌잖아요. 필리핀에 있는 언니한테 소진이 태진이 1년만 보내려고 했는데 포기했어요. 다시 한국 와서 살아야잖아요. 말 제대로 못하고 공부 못하면 어떻게 해요.”
숱한 외국인 엄마들이 아나린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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