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어 보이는 부부보다 싸우며 갈등 해소해나가는 부부가 금실 좋아
행복한 결혼생활과 부부싸움은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부부문제 전문가들은 이혼하는 많은 부부의 문제가 수용하지 못하면서 참는 것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터뜨리지 않고 쌓아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부부싸움이 필요하다는 것. 부부싸움도 하나의 대화이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싸움 자체가 아닌 싸움의 방법이다. 싸우되, 현명하게 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 결혼생활의 ‘약’이 되는 부부싸움의 기술에 대해 우리 지역 주부들을 통해 들어봤다.
부부싸움 무조건 안 하는 게 상책?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8년 째 됐지만 부부싸움을 한 적이 거의 없어요. 연애도 오래 했는데, 그때도 별로 싸우지 않았죠. 결혼생활하면서 아이문제, 가사분담 문제 때문에 크고 작게 마음에 쌓이는 것이 있었지만, 남편이 어릴 적 시부모님이 자주 싸우신 게 보기 안 좋았다면서 아예 싸우려들지 않아요. 저도 그냥 ‘내가 참고 말지’하면서 넘어가 버렸고요.”
송지영(38‧광장동) 씨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은 ‘덕분에’ 현재 남편만 보면 괜히 화가 나고 가슴 한켠이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그러는 한편 부부싸움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 문제가 쌓이는 경우도 있다. 김남희(42‧잠실동) 씨도 “아이에게 무관심한 남편에게 화를 냈는데, 남편이 잠깐 다투다가 큰 소리 나는 것이 싫다면서 어영부영 넘어갔다. 다음 날 감정이 남아 있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밥 달라’고 말을 거는 남편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차라리 제대로 싸워 마음의 앙금을 툴툴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부부싸움은 필수, 그러나 기술이 필요해
싸우지 않아 갈등이 없어 보이는 두 부부와 달리 변미우(40 ‧고덕동) 씨는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싸워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김씨는 “불만이 있을 때 바로 싸워야 싸움이 깊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싸우더라도 옛날 있었던 케케묵은 문제까지 들추어내지 않게 된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싸움이 되지 않도록 서로 집안험담이나 상대방의 약점공격을 일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싸울 때 집안험담 하지 않는 것은 정윤경(39‧자양동)도 마찬가지. 정씨는 “명절 때 시어머님께서 남편이 도와주지 못하게 하는 것 때문에 감정이 상한 일이 있었다. 그때 일방적으로 시어머니 험담을 하지 않고 ‘우리 엄마도 그렇고 나이 드신 분들 생각이 다 그렇게 마련이지만, 날 위해서 조금만 신경 써 달라’고 말해 남편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고태현 씨(38‧문정동) 씨는 신혼 초 잠자리 문제 때문에 다투곤 했는데, 자신만의 부부싸움 기술로 원만히 해결했다고 한다.
“신혼 초 남편에게 몇 번 먼저 잠자리를 요구하곤 했는데,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다’면서 면박을 줘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어요. 이 때문에 어느 날 남편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했죠. ‘직장에서 내게 관심을 갖는 동료가 있다’고 말이에요. 그 뒤 회사에 갈 때마다 화장도 더 예쁘게 하고, 직장동료에게 부탁해 밤에 전화를 걸게 했어요. 그리고선 괜히 나가 집 앞 카페에서 혼자 차를 마시다가 1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곤 했답니다.”
그때 남편이 몸에 손을 대면 뿌리치는 ‘액션’도 취했다. 그러자 남편이 퇴근시간에 회사 앞으로 데리러 오기도 하고 평소 하지도 않던 애정 어린 말도 건네게 돼 부부관계가 돈독해지게 됐단다.
한편 아이 때문에 부부싸움의 기술을 ‘개발’한 주부도 있다. 박수정(36‧송파동) 씨는 “재작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 남편이 가사분담을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것은 물론, 일하느라 아이교육 신경 못 쓴다고 타박할 때마다 자주 싸웠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남편이 TV리모컨을 던진 일이 있었는데, 아들이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이 일을 그대로 친구 엄마에게 말해 크게 민망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박씨는 아이들 앞에서 절대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다고. 대신 남편과 술자리를 만드는 등 둘만의 시간을 가져 불만과 바라는 점 등을 솔직하게 대화로 나누면서 부부관계가 한결 좋아지게 됐다.
이밖에 격해질 때 존댓말을 쓰거나, 눈물작전을 적절히 사용하는 경우, 부부싸움 시작 전에 열까지 세는 경우, 아무리 심하게 싸워도 한 이불에서 자기로 규칙을 세워 싸움이 길고 심해지지 않도록 한 경우들도 있었다.
싸움의 기술만큼 중요한 화해의 기술
부부싸움 만큼 중요한 것이 화해하는 방법이다. 고태현 씨는 화해하기 위해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주로 쓴다. 고씨는 “싸울 때 내가 잘 못했을 때는 문자메시지에 ‘투정부렸다고 생각하고 화 풀어. 당신밖에 없어’라고 써 보내면서 화해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황송아(39‧고덕동) 씨는 “부부싸움한 후 계속 해 화가 나 있으면 남편이 갑자기 숨을 못 쉴 정도로 꼭 안아준다. 그러다 보면 결국 웃음이 나와 저절로 화해가 된다”고 전했다. 반면 남편에게 자신만의 분풀이를 한 뒤 화해의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변미우 씨는 “냉장고에 날짜가 지난 요구르트를 남편에게 주거나 알람시계 꺼서 지각하게 만드는 등 나만의 분풀이를 하고 나면 기분이 풀린다. 그러면 먼저 화해하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윤영선 리포터 zz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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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혼생활과 부부싸움은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부부문제 전문가들은 이혼하는 많은 부부의 문제가 수용하지 못하면서 참는 것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터뜨리지 않고 쌓아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부부싸움이 필요하다는 것. 부부싸움도 하나의 대화이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싸움 자체가 아닌 싸움의 방법이다. 싸우되, 현명하게 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 결혼생활의 ‘약’이 되는 부부싸움의 기술에 대해 우리 지역 주부들을 통해 들어봤다.
부부싸움 무조건 안 하는 게 상책?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8년 째 됐지만 부부싸움을 한 적이 거의 없어요. 연애도 오래 했는데, 그때도 별로 싸우지 않았죠. 결혼생활하면서 아이문제, 가사분담 문제 때문에 크고 작게 마음에 쌓이는 것이 있었지만, 남편이 어릴 적 시부모님이 자주 싸우신 게 보기 안 좋았다면서 아예 싸우려들지 않아요. 저도 그냥 ‘내가 참고 말지’하면서 넘어가 버렸고요.”
송지영(38‧광장동) 씨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은 ‘덕분에’ 현재 남편만 보면 괜히 화가 나고 가슴 한켠이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그러는 한편 부부싸움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 문제가 쌓이는 경우도 있다. 김남희(42‧잠실동) 씨도 “아이에게 무관심한 남편에게 화를 냈는데, 남편이 잠깐 다투다가 큰 소리 나는 것이 싫다면서 어영부영 넘어갔다. 다음 날 감정이 남아 있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밥 달라’고 말을 거는 남편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차라리 제대로 싸워 마음의 앙금을 툴툴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부부싸움은 필수, 그러나 기술이 필요해
싸우지 않아 갈등이 없어 보이는 두 부부와 달리 변미우(40 ‧고덕동) 씨는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싸워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김씨는 “불만이 있을 때 바로 싸워야 싸움이 깊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싸우더라도 옛날 있었던 케케묵은 문제까지 들추어내지 않게 된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싸움이 되지 않도록 서로 집안험담이나 상대방의 약점공격을 일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싸울 때 집안험담 하지 않는 것은 정윤경(39‧자양동)도 마찬가지. 정씨는 “명절 때 시어머님께서 남편이 도와주지 못하게 하는 것 때문에 감정이 상한 일이 있었다. 그때 일방적으로 시어머니 험담을 하지 않고 ‘우리 엄마도 그렇고 나이 드신 분들 생각이 다 그렇게 마련이지만, 날 위해서 조금만 신경 써 달라’고 말해 남편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고태현 씨(38‧문정동) 씨는 신혼 초 잠자리 문제 때문에 다투곤 했는데, 자신만의 부부싸움 기술로 원만히 해결했다고 한다.
“신혼 초 남편에게 몇 번 먼저 잠자리를 요구하곤 했는데,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다’면서 면박을 줘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어요. 이 때문에 어느 날 남편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했죠. ‘직장에서 내게 관심을 갖는 동료가 있다’고 말이에요. 그 뒤 회사에 갈 때마다 화장도 더 예쁘게 하고, 직장동료에게 부탁해 밤에 전화를 걸게 했어요. 그리고선 괜히 나가 집 앞 카페에서 혼자 차를 마시다가 1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곤 했답니다.”
그때 남편이 몸에 손을 대면 뿌리치는 ‘액션’도 취했다. 그러자 남편이 퇴근시간에 회사 앞으로 데리러 오기도 하고 평소 하지도 않던 애정 어린 말도 건네게 돼 부부관계가 돈독해지게 됐단다.
한편 아이 때문에 부부싸움의 기술을 ‘개발’한 주부도 있다. 박수정(36‧송파동) 씨는 “재작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 남편이 가사분담을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것은 물론, 일하느라 아이교육 신경 못 쓴다고 타박할 때마다 자주 싸웠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남편이 TV리모컨을 던진 일이 있었는데, 아들이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이 일을 그대로 친구 엄마에게 말해 크게 민망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박씨는 아이들 앞에서 절대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다고. 대신 남편과 술자리를 만드는 등 둘만의 시간을 가져 불만과 바라는 점 등을 솔직하게 대화로 나누면서 부부관계가 한결 좋아지게 됐다.
이밖에 격해질 때 존댓말을 쓰거나, 눈물작전을 적절히 사용하는 경우, 부부싸움 시작 전에 열까지 세는 경우, 아무리 심하게 싸워도 한 이불에서 자기로 규칙을 세워 싸움이 길고 심해지지 않도록 한 경우들도 있었다.
싸움의 기술만큼 중요한 화해의 기술
부부싸움 만큼 중요한 것이 화해하는 방법이다. 고태현 씨는 화해하기 위해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주로 쓴다. 고씨는 “싸울 때 내가 잘 못했을 때는 문자메시지에 ‘투정부렸다고 생각하고 화 풀어. 당신밖에 없어’라고 써 보내면서 화해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황송아(39‧고덕동) 씨는 “부부싸움한 후 계속 해 화가 나 있으면 남편이 갑자기 숨을 못 쉴 정도로 꼭 안아준다. 그러다 보면 결국 웃음이 나와 저절로 화해가 된다”고 전했다. 반면 남편에게 자신만의 분풀이를 한 뒤 화해의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변미우 씨는 “냉장고에 날짜가 지난 요구르트를 남편에게 주거나 알람시계 꺼서 지각하게 만드는 등 나만의 분풀이를 하고 나면 기분이 풀린다. 그러면 먼저 화해하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윤영선 리포터 zz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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