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진화 중

빗물과 지열이 에너지가 되고 자연은 일상이 되다

지역내일 2009-06-05
소나기로 분수를 만들고 돌풍을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움직이고, 아침 햇살로 가로등을 켠다? TV속 CF를 통해 본 아파트의 모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제 아파트하면 떠오르던 낡은 이미지와 고정된 생각은 과감히 버려야 할 때. 단순한 주거공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고 에너지를 저감하는 아파트의 등장은 시대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점차 진화되어가는 주변의 아파트를 통해 아파트뿐만 아니라 향후 공동주택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지 헤아려볼 수 있지 않을까.

아파트=판상형=고층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할 때
아파트의 정의부터 뒤적였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택으로 쓰이는 층수가 5개 층 이상인 주택’을 의미한다. ‘아파트=고층’이라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뒤집는 기준이다. 여기에 ‘판상형(일자형), 탑상형(타워형)을 떠올리는 것도 오랜 시간 자리잡아온 아파트에 대한 편견’이라고 경기개발연구원 도시지역계획연구부 봉인식 박사는 설명했다.
“판상형, 탑상형은 아파트의 한 타입에 불과합니다. 대량 공급 수단의 하나로 아파트를 도입하다 보니 한국식 아파트가 만들어 진거죠. 요즘엔 주택보급률이 높아진 만큼 일률적인 것에서 탈피, 점차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를 선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2베이(Bay)에서 3베이(Bay)구조로의 변화, 돌출이나 조명 등의 아파트 외관 디자인, 주차장의 녹지공간화, 타운하우스 개념의 공동주택 도입 등 아파트도 나름 많은 진화를 해왔던 것이 사실. 더 나아가자면 일본이나 미국에서 흔히 보이는 연도형(도로에 인접하도록 만든 저층 공동주택)이나 중정형(中庭形; 가운데 뜰이 있는 공동주택)등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수요자가 다른 주택에도 눈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은평 뉴타운 현장에 연도형 상가와 중정형 건물 배치가 적용될 예정이다.

자연과 더불어_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디자인으로 승부
도시의 생활공간도 이제는 인간과 문화, 친환경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할 때.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민국공공디자인 엑스포조직위가 공동주최하는 ‘공공디자인대상’은 이런 의미에서 디자인과 조경이 주변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권선동 일대에 들어설 ‘수원아이파크시티’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십분 살린 친환경 디자인으로 ‘2008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 주거환경디자인 지역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생태하천으로 복원될 장다리천과 우시장천은 다양한 수변공간과 생태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아파트 입면도 숲과 계곡, 대지, 물의 파동, 지평선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5개 타입으로 개발, 자연의 일부처럼 생태하천과 조화를 이룰 예정이라고. 아직 디자인이 확정되지 않은 연립과 단독주택도 친환경을 표방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 홍보팀 이동훈 대리는 “저에너지, 친환경 디자인은 아파트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움의 미학을 추구하는 동부건설의 센트레빌 아파트는 대치동과 남양주 진접지구, 부천 등에 각각 건축 평면과 환경디자인 부문에서 한국디자인진흥원의 GD(Good Design)인증을 받기도 했다. 판교의 ‘SK케미컬연구소’도 친환경건축물인증제(GBCC)에서 113점(만점 163점)을 획득, 국내 최고 친환경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것을 에너지원으로, 수요자의 부담도 줄어
4~5년 전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태양·바람·지열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은 건설업체들의 핵심 주력 사업 중 하나. 청정에너지로 깨끗한 단지 조성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수요자의 관리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면에서 경제적이다. “용인 동천 래미안은 헬스클럽, 실내골프장, 사우나실 등 건강 커뮤니티 시설에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 및 태양광발전시스템 등을 적용하고 있다. 연간 약 9천만 원의 운전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삼성물산 건설부문 친환경에너지연구소 김중헌 선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연간 200[TonCO2/y]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데, 이는 7만2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대림산업의 ‘에코 3리터 하우스’는 ㎡당 냉·난방 연료를 1년에 3리터만 사용, 에너지 절감은 물론 환경오염을 줄이는 에너지 자립형 주택. 여기에 자체 발전설비와 에너지기술로 에너지 소비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대전 대덕단지 내 건축환경연구센터에 ‘에코 3리터 하우스(친환경·저에너지) 체험관’도 운영 중이다.
경기개발연구원 봉인식 박사는 최근의 친환경, 저에너지 추세는 환경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아파트뿐만 아니라 모든 주택에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도형 아파트의 공급 역시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절약효과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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