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이는 북한산에도 윤기 넘치는 연두와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모양입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사계절 모두 산이 예쁘다고 하겠지요? 그래도 저는 요즘처럼 나무에 물이 올라 새잎이 돋을 때가 가장 예쁜 것 같아요. 오늘 등산을 통해 건강도 찾고, 봉사하는 삶으로 보람도 찾고 있는 이웃이 있어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해요. 고양시 주교동에 사는 권정자씨를 만나보겠습니다.
봉사활동 할 때 살아있음 느껴
“젊었을 때 야채장사, 생선장사…. 안 해 본 것 없이 다 해봤어요. 그 때는 몸무게가 45kg 이였어요. 손님들이 젊은 색시가 이런 힘든 장사를 다 하냐며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살을 찌웠는데, 남편도 많이 먹고 살 좀 찌라고 부추겼지요.” 그렇게 찌운 살이 72kg까지 나가게 되었다.
권정자씨는 또 어릴 적 지붕에서 굴러 떨어진 짚단 때문에 왼쪽 다리의 인대가 늘어났다. 그 후 걷기를 끔찍하게 싫어하게 되었고, 차만 타고 다니려고 했다고.
친정언니들은 뒷산에 나물 캐러 가자고 해도 안 가던 막내 동생이 등산을 한다는 얘기에 처음엔 믿지를 않았다. 심지어 ‘혹시 바람 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품고 두세 차례 산행을 따라왔던 일도 있었다고.
걷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권씨가 등산마니아가 된 계기는 바로 봉사활동이었다.
살을 좀 빼야겠다고 생각한 2002년 즈음, 권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산악회 회원의 안내로 장애인자원봉사팀과 함께 북한산에 가게 되었다. 처음이라 너무 힘이 들어 이를 악물고 북한산의 위문까지 따라갔던 기억이 엊그제 같단다.
그 때 만난 산악대장이 서울 마포의 119 소방대장이었다. 그는 독거노인 무료급식 봉사 등 수많은 봉사활동으로 상을 많이 받은 사람이었던 것. 그를 통해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마포에 가서 반찬 만들고 배식 봉사를 하게 된 권씨. 그 후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토요일마다 산에 오르는 봉사도 하게 된다.
“그 분들과 함께 산에 다녀오면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졌어요. 힘들 때 봉사를 다녀오면 몸이 풀리기도 했지요.”
현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권씨는 “봉사활동이 자랑할 일도 아니고, 혹여 장사 수단으로 봉사한다는 얘기 들을까봐 일부러 마포, 수원 등 먼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말한다.
산을 통해 나와 대화하기
봉사활동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산에 다니게 된 권씨는 암벽등반까지 배우게 된다.
“처음부터 운 좋게 전문 산악인들을 만나 산과 더 친하게 된 것 같아요. 걷는 방법, 다리 푸는 방법, 등산화 끈 매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워 암벽까지 타게 되었어요. 우리는 보통 능선을 따라 긴 시간 천천히 산을 음미하면서 다녀요. 산에 다녀오면 꼭 그 날의 느낌을 감상문형식으로 적어서 카페에 올리곤 했어요. 이래저래 등산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된 것도 큰 소득이죠.”
등산을 다니면서 권씨는 12kg 정도의 몸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학교에서 예절수업 시간, 절을 할 때마다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안 좋았던 무릎이 언제 그랬나 싶게 좋아졌다. 그리고 폐활량도 좋아져 노래방에 가면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높은 음도 잘 소화한다고. 몸이 보기보다 유연하다는 칭찬도 자주 듣게 되었다.
나무와 풀 이름도 많이 알게 되고, 봉사하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산에 오르는 시간이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권씨는 모든 산이 다 좋았지만, 월출산과 설악산의 공룡능선이 특히 좋았다고 추천한다. 선유도에서는 바다를 보면서 자전거로 트래킹을 했는데, 그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산에 급하게 갔다 내려와 먹고 마시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일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쉬워요. 산은 천천히 다녀야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무릎이 안 좋은 분들은 무릎보호대가 필요해요. 올라갈 때는 안 하더라도 내려올 때는 꼭 하세요. 내려올 때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좋아요. 자연을 바라보면서 함께 다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도 등산의 가장 큰 매력이지요.”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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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할 때 살아있음 느껴
“젊었을 때 야채장사, 생선장사…. 안 해 본 것 없이 다 해봤어요. 그 때는 몸무게가 45kg 이였어요. 손님들이 젊은 색시가 이런 힘든 장사를 다 하냐며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살을 찌웠는데, 남편도 많이 먹고 살 좀 찌라고 부추겼지요.” 그렇게 찌운 살이 72kg까지 나가게 되었다.
권정자씨는 또 어릴 적 지붕에서 굴러 떨어진 짚단 때문에 왼쪽 다리의 인대가 늘어났다. 그 후 걷기를 끔찍하게 싫어하게 되었고, 차만 타고 다니려고 했다고.
친정언니들은 뒷산에 나물 캐러 가자고 해도 안 가던 막내 동생이 등산을 한다는 얘기에 처음엔 믿지를 않았다. 심지어 ‘혹시 바람 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품고 두세 차례 산행을 따라왔던 일도 있었다고.
걷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권씨가 등산마니아가 된 계기는 바로 봉사활동이었다.
살을 좀 빼야겠다고 생각한 2002년 즈음, 권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산악회 회원의 안내로 장애인자원봉사팀과 함께 북한산에 가게 되었다. 처음이라 너무 힘이 들어 이를 악물고 북한산의 위문까지 따라갔던 기억이 엊그제 같단다.
그 때 만난 산악대장이 서울 마포의 119 소방대장이었다. 그는 독거노인 무료급식 봉사 등 수많은 봉사활동으로 상을 많이 받은 사람이었던 것. 그를 통해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마포에 가서 반찬 만들고 배식 봉사를 하게 된 권씨. 그 후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토요일마다 산에 오르는 봉사도 하게 된다.
“그 분들과 함께 산에 다녀오면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졌어요. 힘들 때 봉사를 다녀오면 몸이 풀리기도 했지요.”
현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권씨는 “봉사활동이 자랑할 일도 아니고, 혹여 장사 수단으로 봉사한다는 얘기 들을까봐 일부러 마포, 수원 등 먼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말한다.
산을 통해 나와 대화하기
봉사활동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산에 다니게 된 권씨는 암벽등반까지 배우게 된다.
“처음부터 운 좋게 전문 산악인들을 만나 산과 더 친하게 된 것 같아요. 걷는 방법, 다리 푸는 방법, 등산화 끈 매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워 암벽까지 타게 되었어요. 우리는 보통 능선을 따라 긴 시간 천천히 산을 음미하면서 다녀요. 산에 다녀오면 꼭 그 날의 느낌을 감상문형식으로 적어서 카페에 올리곤 했어요. 이래저래 등산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된 것도 큰 소득이죠.”
등산을 다니면서 권씨는 12kg 정도의 몸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학교에서 예절수업 시간, 절을 할 때마다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안 좋았던 무릎이 언제 그랬나 싶게 좋아졌다. 그리고 폐활량도 좋아져 노래방에 가면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높은 음도 잘 소화한다고. 몸이 보기보다 유연하다는 칭찬도 자주 듣게 되었다.
나무와 풀 이름도 많이 알게 되고, 봉사하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산에 오르는 시간이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권씨는 모든 산이 다 좋았지만, 월출산과 설악산의 공룡능선이 특히 좋았다고 추천한다. 선유도에서는 바다를 보면서 자전거로 트래킹을 했는데, 그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산에 급하게 갔다 내려와 먹고 마시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일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쉬워요. 산은 천천히 다녀야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무릎이 안 좋은 분들은 무릎보호대가 필요해요. 올라갈 때는 안 하더라도 내려올 때는 꼭 하세요. 내려올 때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좋아요. 자연을 바라보면서 함께 다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도 등산의 가장 큰 매력이지요.”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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