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눈앞을 가로막던 ‘사랑’의 안개가 걷히고 나면 모든 남녀들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수난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내 말에 쫑긋 귀를 세우고 경청해 주던 자상했던 그 남자는 어디로 가고, 같은 말을 10번 해도 도통 들어먹질 않는 밥통 같은 사내놈만 남아 있을까?’혹은 ‘밥숟갈까지 챙겨주며 살뜰하게 보살펴주던 어여쁜 여인네는 어디로 가고 고장난 라디오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재생 하는 지겨운 아줌마만 남아 있는가?’
이렇게 의문에 찬 탄식을 해 본 대한민국의 부부들이라면 새로 출간된 이 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현직 산부인과 전문의 박평식 원장<오른쪽 사진="">이 직접 집필한 <남자가 바라는="" 성,="" 여자가="" 바라는="" 성="">(하이미디어 출판사/1만원) 이야기다.
이 책은 서로를 고양이와 개의 관계로 악화시키고 있는 이 시대의 남자와 여자들에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박평식 원장은 현재 김포 삼성산부인과에서 성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남들에겐 쉽게 말 못할 부부사이의 문제를 들어주고 조언해주면서 전문의로서 일해 온 그간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는 현실을 반영한 명쾌한 내용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유쾌함이 함께 담겨져 있다.
남성의 ‘사냥본능’ vs 여성의 ‘보호본능’
“아내들은 남편에게 끊임없이 요구했고 남편들은 아내에게 약속을 거듭했다. 비록 그 약속이나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점은 반복된다.”
저자가 정의한 가정 발달사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습관적으로 하는 남자와 그걸 알면서도 번번이 약속을 강요하는 여자. 이 시대의 부부들이 언뜻 어리석어 보이는 이런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은 그 뿌리를 원시시대부터 유래한 남성의 ‘사냥본능’과 강한 남성에게 보호받고자 하는 여성들의 ‘보호본능’에서 찾는다. 힘든 사냥터에서 돌아온 남자는 간절하게 휴식을 원할 뿐이고 자신과 가정을 지키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적인 여자는 끊임없이 남자의 관심과 사랑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이와 같은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부부는 곳곳에서 서로 충돌한다.
“여자는 결혼 후에도 항상 동화책 속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이기를 바란다. 바로 그 신데렐라를 동경하며 오늘도 연예잡지를 보고 멋진 사랑이야기가 담긴 드라마를 본다. 거기에 나온 왕자가 남편이길 바라면서.”
“남편은 아내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방해받을 때 화가 나고, 아내는 남편으로 인해 자신의 바람대로 가정이 돌아가지 않을 때 화를 낸다.”
“남편은 비서 같은 아내를 바라고 아내는 보디가드 같은 남편을 원하지만, 비서는 수행하는 일이라 비서가 보호 받는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역으로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결혼은 서로가 맞지 않는 사람끼리의 결합이다.”
이처럼 꼼꼼하고 섬세한 필체로 남녀 간의 서로 다른 마음결을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상처받고 울고 있는 내 여자의 마음과 분노로 지친 내 남자의 마음이 이해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어긋난 관계 회복에 대한 적절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남자들은 자신에게 거의 모든 걸 바라기만 하는 여자에게는 거부감을 갖는다. 남자의 가장 큰 바람은 사회적 성공인데, 여자의 요구만 들어줄 수가 없기 때문이고, 아내가 자신을 향한 많은 관심을 다른 거에도 나눈다면 남편은 아내의 부담에서 가벼워 질 수 있다.”
“아내들은 가사나 자식의 교육문제 등을 거의 혼자 해나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가사를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 남편이 아내를 조금만 도와주더라도 부부싸움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잠 못 드는 긴 밤을 잘못 선택한 결혼에 대한 통탄과 회한으로 곱씹으며 지새본 적이 있는 부부들이라면 이 책을 진지하게 탐독해 볼 것을 권한다.
심진영 리포터 desien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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