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지자체선거, 여성참여 확대 계기로(김경애 2001.07.20)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07-20
<신문로 칼럼="">지자체선거, 여성참여 확대 계기로(김경애 2001.07.20)
김경애 /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유엔개발계획은 최근 전세계 각국의 여성권한척도와 남녀평등지수를 비교, 그 순위를 발표했다. 여성권한척도는 국회의원, 행정관리직 및 전문기술직에 있어서의 여성비율, 남녀 소득차, 고위직에서의 남녀평등 수치를 근거로 산출하며, 남녀평등지수는 교육수준, 평균수명, 국민소득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여성권한척도 순위에서 64개국 중 61위를 기록했고, 남녀 평등지수는 146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여성권한척도에서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이 31위, 싱가포르가 35위, 말레이시아가 38위, 필리핀이 46위를 각각 차지하였다. 아시아권에서만 비교하더라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뒤진 나라들의 여성권한이 오히려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권한척도와 남녀평등지수 최하위권
우리나라의 여성권한 척도는 수년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는데 올해에는 작년보다 한 단계 더 내려갔고, 남녀평등지수도 20위권 밖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겨룬 어떤 순위에서도 최하위권을 차지한 예가 없다. 경제나 세계 교역 규모에서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20등 이내였고, 얼마 전에 발표된 정보화지수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난 40여 년간 노력한 경제 발전이나, 지난 몇 년간 심혈을 기울인 정보화 성과에 비하면 여성들의 지위는 아직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일취월장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더디기만 한 현실을 이 지수들이 보여주고 있다.
여성권한척도는 남녀평등지수에 비해 더욱 더 현저하게 낮다. 이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 수명과 소득, 교육 수준에 비해 정책결정에 관여하거나 전문적인 일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수가 현저하게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교육 수준은 선진국에 버금갈 정도로 높으나 여성들이 아직도 자신의 교육을 통해 길러 온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직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대학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취업은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직에 이르기 위해서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더 많은 교육과 취업 경험을 쌓아야한다. 그러나 자녀양육, 가사노동과 병행하기에는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친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진입을 시도할 경우 그전의 취업 경험은 사장되고, 단순 판매직이나 서비스직에 재취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의 전문직에로의 진출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 며칠전 국회에서 통과된 모성보호법은 시작에 불과하고 탁아제도의 확대, 남성들의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에의 참여 확대, 이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 등의 제도적, 사회 문화적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공직 진출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은 과히 폭발적이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여성 합격자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 여성합격자 수가 남성합격자 수를 능가하고 있다. 외무고시에서도 여성합격자 수가 채용목표제 비율을 훌쩍 뛰어넘었고 올해는 수석도 여성이 차지하였다. 이들 여성들이 아직은 하위직에 머무르고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행정자치부는 올해 여성공무원을 일정 직위에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였다. 또 여성부는 이미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여성비율을 30%까지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아직 그 성과는 미미하고 더디기만 하다. 이제 보다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할 때이다.

여성후보 할당 등 제도적 뒷받침해야
내년 지방자치 선거를 여성들의 정책 결정직 참여를 확대시키는 큰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이미 프랑스는 선거의 입후보자의 50%를 여성으로 공천해야하는 제도를 채택했으며, 우리와 경제력에서 비슷하고 같은 유교 문화권인 대만은 지방의회 의원 당선자의 25%가 여성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법에 명문화하였으며, 이 법에 따라 올 연말 선거를 치를 예정으로 있다.
우리도 선거를 통해서 여성들의 정책 결정직 진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의회의 경우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의 최소한 50%를 여성에게 할당해야 하며(1995년 선거에서 민자당은 60%를 여성에게 할당한 바 있다), 광역의회 지역구나 단체장 후보 공천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해야 한다. 여성들도 지난 10년 동안의 지방자치 참여경험이나 여성단체 활동 등을 통해 정치력을 쌓아왔으며 고위직 공무원을 지낸 여성들도 그 숫자는 적지만 없지는 않다. 이들이 선거에 입후보하여 당선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우리의 여성권한척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김경애 /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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