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충북 제천보건소 이희원 의무과장

장애인 의사의 눈 높이 사랑

지역내일 2001-07-17
이희원 과장은 3급 우측 하지 장애인이다. 본인이 4년간 병마와 싸워왔기 때문에 환자를 보
는 이 과장의 눈은 보통 의사와 다르다. 성치 않은 몸이지만 보건소를 찾은 환자들을 돌보
고 있다.
젊은 시절 이 과장은 신체 건강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였다. 그러나 서울대 의대 본과 2
학년 때 뇌출혈로 수술실에서 쓰러져 잠이 들었다. 한달 반 동안 혼수상태였고, 1년6개월은
식물인간으로 지냈다. 87년에 빠져든 깊은 잠은 89년이 돼서야 깼다. 그래서 그의 기억 속에
2년이라는 시간은 없다. 이 과장은 “한 숨 자고 일어난 시간이었을 뿐”이라며 의연한 한
마디를 던진다.
2년간의 재활 치료를 통해 불편하지만 혼자 움직일 수 있게 된 이 과장은 90년 대학에 복학
해 91년 졸업하고 의사가 됐지만, 그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심지어 사회복지 단체에서
도 그를 거절했다. 장애인은 봉사대상이지 봉사주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방황하던 이 과장은 지도교수의 소개로 충북 제천시 보건소로 와서 희망을 발견했단다. 보
호자 없는 재활 환자가 치료 대상이었고, 대부분이 장애자였다. 거동할 수 없는 환자를 찾아
나서는 것도 기쁨이었다. 본인이 불편한 몸이지만, 환자 돌보는 데는 문제 없었다.
이 과장은 “의사가 정상적인 몸일 때 보다 장애인이라서 좋은 점이 많다”며 “환자를 같
은 눈 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대학 재학 때 이 과장이 원했던 전공분야는 산업의학분야. 지금은 젊었을 적의 꿈을 약간
수정했지만 그 연장선에서 농민 직업병을 다룰 생각이다. 때문에 이 과장은 이 꿈을 실현하
기 위해 연세대 보건과학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지역사회 농민을 중심으로
한 '만성질환 관리 정책' 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있다.
이 과장은 “기다리는 의료 행위가 아닌 찾아가는 의사 모습의 정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
다”고 말한다.
대구 출생의 이 과장은 자신을 받아 줄 마음의 고향으로 제천을 꼽는다. 지금까지 10년 몸
담아 온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제천에서 93년 결혼도 했고, 아들 딸 1남1녀를 두고 살고 있
기 때문에다.
지역사회 보건 책임자가 되어 지역 사회를 위해 ‘찾아가는 의료’의 모범을 만드는 이 과
장의 작은 꿈은 오늘도 실행되고 있다.
제천 조준호 기자 jhj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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