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길게 쫄깃하게, 국수이야기

지역내일 2009-03-06 (수정 2009-03-06 오전 11:51:00)
어릴 적, 우리 동네에 분명 방앗간 규모였는데 간판엔 ‘국수공장’이라고 적혀 있던 집이 있었어요. 규격화된 나무틀에 뽀얀 국수를 치렁치렁 널려 말리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던 곳. 숨바꼭질하면서 햇빛 아래 늘어진 국수 뒤로 숨어들었던 기억. 요즘은 보기 힘든 모습이 되었지만, 국수에 대한 따스한 느낌은 그대로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친근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국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국수 먹여주는 거야?”
국수는 기원전 6C~5C 경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중국과 아랍, 이탈리아는 서로 자기들이 국수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의 기록이 남아있는데, 궁중에서 귀족들이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해요. 국수의 원료인 밀을 중국 화중지방에서 가져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밀이 귀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결혼 등 잔치가 있을 때에나 맛볼 수 있는 별미의 음식이었겠지요. 그래서 ‘올해는 국수 먹여주는 거야?’라는 말이 ‘결혼할 계획이 있느냐?’는 뜻으로 쓰였던 거래요. 국수가 흔해진 지금까지도 관용적으로 쓰이고 있는 말지요.
그리고 요즘도 생일날에 국수를 끓여주시는 부모님이 계시지요?
국수는 음식 가운데 길이가 가장 길다는 이유로 ‘장수’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회갑연, 생일에 국수가 상에 오르는 것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고, 결혼식에서 잔치국수를 나눠 먹는 것 또한 신랑, 신부의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랍니다.
국수제조에 있어, 중국에서는 ‘국수를 늘인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국수를 빼거나 뽑는다’고 해요. 그것은 만드는 과정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주로 반죽을 해서 잡아 늘이는 ‘납면법’으로 국수가락을 빼고, 우리나라에서는 눌러하는 ‘착면법’으로 바가지에 구멍을 송송 뚫고 뜨겁게 반죽한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그 구멍으로 빼거나 뽑아서 찬물에 받아 굳혔다고 합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냉면은 ‘착면법’이 아니고는 만들 수 없는 독창적인 방식입니다.

국수의 변신은 무죄
국수의 종류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제조방법에 따라 건면, 생면, 라면 등으로, 첨가재료에 따라 당면, 메밀국수, 콩국수, 올챙이국수 등으로, 조리방법에 따라 비빔국수, 막국수, 칼국수 등으로 무수히 열거가 가능합니다. 뜨거운 국수로 분류 하자면 잔치국수, 칼국수, 장터국수 등이 있고, 차갑게 먹을 수 있는 막국수, 냉면, 밀면, 쫄면, 콩국수가 있습니다. 반찬으로, 일품요리로도 인기인 잡채도 있고, 즉석국수라고 할 수 있는 라면도 있죠.
우리나라는 끈기가 없는 메밀이 흔하여 메밀국수가 많았고, 밀국수가 우리나라에 흔해진 것은 1900년대 이후입니다. 그 외에 녹두국수, 감자국수, 칡국수, 들깨국수 등 다양한 국수가 있어요.
지역적으로는 추운 북쪽지방에선 이냉치냉(以冷治冷)으로 냉면을, 더운 남쪽지방에서는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밀가루로 만든 온면과 국수장국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중화요리의 대표격인 자장면과 짬뽕도 있고, 이탈리아 스파게티 종류도 다양하지요. 베트남쌀국수도 한창 인기를 끌었고, 타이국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 늘어나는 국수전문점
마땅히 먹을 게 없던 시절, 주식이자 간식이던 국수가 요즘 다시 각광을 받고 있어요. 길을 가다보면 최근 급속하게 늘고 있는 ‘국수전문점’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국수체인점도 늘고, 소규모로 창업을 하거나 기존 메뉴에 국수만 추가하는 식당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모두들 외식비를 줄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국수집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불황의 늪에서 힘들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 가늘고 길게 가자는 의미에서 국수를 찾는 건 아닐까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국수가 저렴한 가격과 따끈한 국물로 서민들의 삶을 위로해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경사스러운 날에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나누어 먹는 요리로 대표되는 국수. 여러분도 국수처럼 길고 쫄깃한 사랑을 나누시기 바랍니다.

Tip국수 잘 삶는 법
1. 물이 끓으면 냄비 밑에서 작은 거품이 발생한다. 이 거품이 국수에 함유된 녹말의 끈기 때문에 잘 터지지 않는 작은 방울 상태가 된다. 이런 방울들이 모여 결국에는 냄비 밖으로 흘러넘치는 것이다. 끈적끈적한 녹말이 서로 모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바닥이 넓고 둥근 전골 냄비를 사용하면 가장 효과적이다.
2. 국수가 막 끓어 넘치려고 할 때 찬물을 반 컵 정도 부으면 넘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면이 더욱 탄력 있어진다. 속까지 충분히 삶아야 하기에, 면의 표면이 지나치게 삶아질 수 있으므로 찬물로 표면 온도를 낮추어 주는 원리. 단, 너무 조급하게 찬물을 부으면 오히려 잘 삶아지지 않으므로 주의한다.
3. 삶은 국수를 건져내 바로 얼음물에 담근 후 비벼 헹구면 면이 오랫동안 불지 않는다. 국수 삶는 물에 소금을 넣으면 면이 더 쫄깃해진다. 소면은 많이 헹궈 치댈수록 깨끗한 맛이 난다.

[우리동네 유명한 국수집]

행주산성 원조국수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 한 번 놀라고, 푸짐한 양에 두 번 놀라고, 진한 국수 맛에 세 번 놀라게 되는 집. 행주산성 아래 위치해 행주산성과 함께 그 지역 명물이 되고 있는 ‘행주산성 원조국수’집. 자전거동호인들의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집이다. 이 집이 유명해진 이후, 그 일대에 여러 국수집이 생겼지만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개운한 국물의 잔치국수, 매콤하고 참기름향이 고소한 비빔국수, 어느 것 하나 빠지는 맛이 없다. 양이 너무 많아 아이들과 함께 가면 주문양을 조절해야 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맛도 특별하다. 전기밥통에 밥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등 넉넉한 인심을 여기저기서 엿볼 수 있다.
● 메뉴 : 비빔국수, 잔치국수 각 3000원. 여름에만 나오는 콩국수도 인기다.
● 위치 :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 138-3
● 문의 : 972-8688

연천망향비빔국수 일산점
1968년 연천 궁평리 부대 앞에서 시작되어 40여 년간 군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대표적인 국수집이다. 최근에 일산점이 문을 열어 본점까지 가야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 반가운 일이 되었다.
비빔국수가 유일한 메뉴. 김치와 양파, 오이와 함께 버무린 비빔양념의 매운 맛이 일품이다. “말로만 듣던 망향비빔국수를 맛 볼 수 있어 기분 좋아요. 남편과 저는 입에 딱 맞는 맛이었는데, 아이들한테는 좀 많이 매웠나 봐요. 아기국수를 시켜줄걸 그랫어요. 부담이 없어 자주 올 것 같아요”라는 행주동의 김정화씨. 집에서 해먹을 거라며 양념을 포장해 달라고 한다.
● 메뉴 : 비빔국수 곱배기 5000원, 보통 4000원, 사리 2000원, 아기국수 1000원.
● 위치 :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 131-2
● 문의 : 912-8284

오두산막국수
강원도가 아닌데도 막국수로 유명한 집이 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허영만의 <식객>에 등장해서 더 유명해진 집인 ‘오두산막국수’이다.
메밀을 주재료로 한 여러 가지 메뉴를 선보여 소문 듣고 오는 손님으로 넘쳐나는 곳. 막국수도 맛있고, 특히 만화에 나온 대로 100% 국내산 녹두전이 일품이다.
“양으로만 승부하는 곳과 다르게 알맞은 양과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이 너무 좋아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한 느낌이에요. 친절해서 더 좋아요.” 봉일천에서 온 정해일씨의 얘기다.
● 메뉴: 물막국수 5000원, 비빔막국수 5,500원, 김치말이막국수 6000원, 녹두전 6000원, 메밀묵 6000원
● 위치 및 문의:
본점 파주시 야동동 369-5(944-7022)
통일동산점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674 통일프라자 101호(941-5237)
문산점 파주시 파주읍 봉서리 474-9(952-5232)

산두리비빔국수 1호점
30년 전통의 비빔국수 전문점답게 비빔국수만 취급한다. 예전에는 ‘망향비빔국수’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는데, 체인점을 내면서 산의 둘레라는 뜻의 ‘산두리’라고 간판을 바꿨다.
쫄깃한 면발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달달하면서도 끝맛이 톡 쏘는 느낌의 매콤한 양념 맛에 중독성이 강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먹을수록 매운 맛에 입안이 얼얼해 지지만, 자꾸만 입맛이 당겨서 왕곱배기의 많은 양도 금방 다 먹게 된다. 비빔국수지만 국물이 많은 편이다. 요금은 선불이고, 양념도 포장된다. 셀프인 둥글레차도 구수하다.
● 메뉴 : 왕곱배기 6000원, 곱배기 5000원, 보통 4000원, 아기국수 1000원, 물만두 4000원
● 위치 : 고양시 일산동구 설문동 702-1
● 문의 : 976-4338

참맛비빔국수
맛집이 소개된 블로그나 카페에서 검증된 국수맛을 자랑하고 있는 집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인테리어가 아담하면서도 깔끔하다. “집에서 끓여 먹는 국수맛 그대로 전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주인아저씨의 친절한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사천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멸치로 육수를 진하게 우려내기 때문인지 국물 맛이 특별하게 개운하다. 매일매일 잔칫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주인들의 예쁜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문봉동의 한적한 길가에 위치해 있는데도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 매주 첫째, 셋째 월요일은 정기휴일이다.
● 메뉴: 비빔국수와 김치말이국수 보통 4000원, 곱배기 5000원, 잔치국수 보통 3000원, 곱배기 4000원, 왕만두 5000원
● 위치: 고양시 일산동구 문봉동 166
● 문의: 976-3122

일산비빔국수
“비빔국수에 대해선 이 집을 따라올 수 없다”고 ‘일산비빔국수’집을 소개하는 무원마을 김영미씨. “국수 먹고 싶을 때, 아이들은 호응이 별로 안 좋거든요. 이집에 오면 어른들은 국수 먹고, 아이들은 돈가스를 시켜주면 모두 만족할 수 있어 좋아요. 저는 특히 비빔국수가 맛있는 것 같아요.”
이 집은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돈가스도 국내산 생고기와 카롤라유만 사용한다고 현수막이 붙어있다.
최근에는 해장에 좋다는 닭개장국수 메뉴도 추가로 선보이고 있다. 닭개장과 밥, 국수가 따로 나온다.
● 메뉴 : 비빔국수 4000원, 곱배기 5000원, 잔치국수 3000원, 왕돈가스 5000원, 왕만두 5000원, 닭개장국수 5000원
● 위치 :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647-4
● 문의 : 978-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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