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나의 부업

퀼트가 있어 나는 풍요롭다

지역내일 2008-10-22
16년 째 퀼트를 하고 있는 김미애(46·좌동) 씨는 온몸으로 퀼트를 말하고 있다. 가방 조끼 핸드폰 줄까지 김 씨의 몸은 퀼트 작품 전시 중이다. 이불 벽장식 방석 등 김 씨의 삶은 곧 퀼트 같다.
결혼 전 종합병원 임상병리과에서 근무했던 김 씨는 첫 아이 병호(18)를 낳고 퀼트를 시작했다. 16년 전만 해도 부산에서 퀼트를 배울 수 있는 있는 곳이 킴스리 퀼트샵 하나뿐이었다. 가게를 내 볼 마음에 열심히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다시 병원에 취업하면서 그 꿈을 잠시 접었던 김 씨.
하지만 아들이 어려 더 이상 직장을 다닐 수 없었던 김 씨는 취미로 사람들에게 퀼트를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소개를 해 수강생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지금은 매주 화요일마다 정식 수업을 하고, 작품을 판매 하거나 주문 제작하기도 한다.

한 땀 한 땀 애정도 박아

“집에서 친구처럼 이야기도 나누며 편안하게 가르쳐요. 오래 하다 보니 먼 곳에서 찾아오네요.”
소개로 양산 심지어 삼천포에서 찾아 온 사람도 있다고 한다. 주로 가방을 만들고 이불과 여러 가지 소품을 제작하는데 재료는 수강생의 희망에 따라 국산과 수입을 선택할 수 있고 구경 와서 구입만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작품을 팔려고 하면 자식 같아 너무 아까워요. 사는 사람은 다소 비싸게 느낄 수 있지만 만든 사람은 한 땀 한 땀 애정도 박으니까요”라고 말하는 김 씨의 얼굴에 아쉬운 마음이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김 씨의 집에는 차마 팔지 못한 작품들이 많다. 퀼트로 장식 된 구석구석이 재미있다.

원하는 작품을 개별적으로 지도

한 달 수입이 얼마냐는 질문에 “수강생에 따라 다르죠.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고 대략 30만원에서 6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일반 샵보다 수강료를 싸게 받는다고 살짝 웃으며 귀띔하는 김 씨.
김 씨는 취미로 배우는 사람에겐 재료비만 받는다. 퀼트 강사가 되기 위해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수강해야 한다고 권한다. 감각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1년에서 3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지금은 문화센타나 퀼트샵이 많다. 하지만 강사의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김 씨는 수강생이 책자에서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면 개별적으로 지도해 준다. 자기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직접 만든 세상에 유일한 나만의 가방, 어느 비싼 가방보다 멋지다.

성취감으로 풍요로웠던 나날

20년 가까이 두 아이의 엄마로 주부로 살아 온 김 씨는 언제나 자기 일이 있어 행복했다. 혼자만의 작업 시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그리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으로 김 씨는 풍요로웠다고. 어느새 자란 늦둥이 딸 현정(6)이와 스스로 공부해 최상위권을 지킨 아들 병호에게도 고맙다고.
엄마가 만든 꽃밭 같은 치마를 입고 여러 가지 천조각을 맞추며 놀고 있는 딸의 뒷모습이 꼭 엄마를 닮았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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