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용금고의 금융사고가 한동안 뜸하다 싶더니 잇달아 터지고 있다. 그것도 지난 30년 가까이 판
에 박은 듯한 금융사고가 간헐적으로 일어난다. 그 때마다 재산피해를 입은 예금자들이 속출하고 예
금인출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면 감독당국은 감독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부산을 떤다. 그래도 잊을 만
하면 금융사고가 재발한다. 그동안 세상이 세번은 바뀔 만큼 세월이 흘렸지만 그 수법도 박제한 듯
똑같고 사후대책도 그것을 닮았는지 내용이 뻔하다.
상호신용금고는 1972년 8-3조치의 산물이다. 당시 정부가 사채거래를 동결했는데 그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깊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 지하금융을 지상으로 끌어 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938개
에 달하던 무진업, 대금업과 같은 사설 금융업체를 흡수 또는 통-폐합하도록 했다. 350개 업체가 상호
신용금고라는 간판을 달고 제도금융으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서민 골탕먹는 신용금고 사고
막상 금융업으로 정식인가를 받았지만 영업형태는 그 옛날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겉은 근사한 빌딩
에다 사무집기도 첨단화했지만 속으로는 사설 금융업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많은 금고 주
인들이 사채업자 출신이다. 그들이 신용금고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서는 돈장사하는 맛을 느
낄 턱이 없다. 그러니 뒷구멍으로 고객예금을 빼먹고 돈놀이를 하다보니 금융사고가 줄이어 터진다.
신용금고의 금융사고는 규모면에서는 크지 않지만 피해자가 그것도 영세상인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
다. 겉모습만 믿고 찾아간 서민들이 골탕을 먹는다.
80년을 전후하여 신용금고업계에는 파란이 일었다. 70년대 후반에는 해외건설이나 수출업으로 성장
한 대기업들이 신용금고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계열기업의 자금파이프로 활용하려는 속셈이었다. 어
쨌든 난립했던 금고업계가 많이 정리됐다. 그런데 82년 장영자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제자리로 돌아
갔다. 사금융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며 신용금고 인가를 남발했던 것이다. 사채업자들이 이왕이면
나라에서 내주는 면허를 갖고 떳떳하게 장사하자며 저마다 금고 간판을 달았다.
업무가 전산화됐지만 아직도 장외거래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예탁금을 원장에는 기입하지 않고 전
주에게 추가금리를 보장하는 변칙적인 금융거래다. 말하자면 사채와 비슷한 수익성을 담보해 주고
공금융을 통함으로써 안정성도 확보해 주는 셈이다. 또 다른 부외거래는 예금자 몰래 원장이 아닌 비
밀장부에 기재하고 예탁금을 아예 횡령해 버리는 수법이다.
변칙영업은 대출부문에서도 행해진다. 동일인 대출한도를 피하기 위해 위장대출의 수법을 쓴다. 예
를 들어 출자자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 돈을 계열기업에 쓰거나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
자한다. 이 경우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금이 잠긴다. 또 계열기업이 도산하면 그
돈을 못건진다. 신용금고도 함께 쓰러지는 도리 밖에 없다. 출자자 불법대출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금고 상시감시 체제구축 급선무
벤처기업에 투자해서 떼돈을 벌었다는 기사가 지난 봄에만도 연일 신문머리를 장식했다. 벤처기업
몇만개를 육성한다는 나팔소리가 요란했다. 국가미래의 산실은 벤처기업이라는 구호도 들렸다. 대
박 터지는 소리가 진동하니 사채업자들은 돈다발을 들고 코스닥시장으로 뛰었다. 돈벼락을 맞은 벤
처기업가들은 돈줄로 소문난 신용금고를 낚아챘다. 벤처기업과 사채업자가 얼싸안고 한바탕 황금축
제를 벌인 것이다.
정현준-진승현 사건은 결국 남의 돈을 가지고 놀아난 향연이었다. 신용금고가 그토록 사고를 많이 내
다보니 서민들도 신용금고인지, 불신금고인지 묻는다. 그래도 그곳을 찾는 까닭은 은행의 문턱이 하
도 높아서다. 피땀 흘려 번 돈에 이자를 한푼이라도 더 붙여 준다. 은행은 몰라라 하는데 돈도 빌려
준다. 그러니 찾는다. 그런데 올들어 30개 신용금고가 영업정지 또는 경영관리 처분을 받았다. 서민
금융에 최악의 신용공황이 내습하여 집단공멸의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푼 한푼에 사연이 서린 돈이
갇혀 애간장을 태운다. 믿었던 돈줄이 끊기니 발버둥치는 영세상인들이 얼마나 많을까?
상호신용금고에서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럴 듯한 방지대책이 나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또 다른 어떤 대책이 나와도 그것은 묘수일 수 없다. 감독인력을 보강하여 상시감시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대상금고수가 너무 많기도 하지만 원시적인 부외거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으로 필요하다. 또 금융감독원을 대수술하여 업계와의 유착관계를 단절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감
독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신용금고가 복마전이란 오명을 들을 수 없다.김 영 호
시사평론가
에 박은 듯한 금융사고가 간헐적으로 일어난다. 그 때마다 재산피해를 입은 예금자들이 속출하고 예
금인출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면 감독당국은 감독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부산을 떤다. 그래도 잊을 만
하면 금융사고가 재발한다. 그동안 세상이 세번은 바뀔 만큼 세월이 흘렸지만 그 수법도 박제한 듯
똑같고 사후대책도 그것을 닮았는지 내용이 뻔하다.
상호신용금고는 1972년 8-3조치의 산물이다. 당시 정부가 사채거래를 동결했는데 그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깊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 지하금융을 지상으로 끌어 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938개
에 달하던 무진업, 대금업과 같은 사설 금융업체를 흡수 또는 통-폐합하도록 했다. 350개 업체가 상호
신용금고라는 간판을 달고 제도금융으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서민 골탕먹는 신용금고 사고
막상 금융업으로 정식인가를 받았지만 영업형태는 그 옛날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겉은 근사한 빌딩
에다 사무집기도 첨단화했지만 속으로는 사설 금융업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많은 금고 주
인들이 사채업자 출신이다. 그들이 신용금고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서는 돈장사하는 맛을 느
낄 턱이 없다. 그러니 뒷구멍으로 고객예금을 빼먹고 돈놀이를 하다보니 금융사고가 줄이어 터진다.
신용금고의 금융사고는 규모면에서는 크지 않지만 피해자가 그것도 영세상인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
다. 겉모습만 믿고 찾아간 서민들이 골탕을 먹는다.
80년을 전후하여 신용금고업계에는 파란이 일었다. 70년대 후반에는 해외건설이나 수출업으로 성장
한 대기업들이 신용금고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계열기업의 자금파이프로 활용하려는 속셈이었다. 어
쨌든 난립했던 금고업계가 많이 정리됐다. 그런데 82년 장영자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제자리로 돌아
갔다. 사금융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며 신용금고 인가를 남발했던 것이다. 사채업자들이 이왕이면
나라에서 내주는 면허를 갖고 떳떳하게 장사하자며 저마다 금고 간판을 달았다.
업무가 전산화됐지만 아직도 장외거래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예탁금을 원장에는 기입하지 않고 전
주에게 추가금리를 보장하는 변칙적인 금융거래다. 말하자면 사채와 비슷한 수익성을 담보해 주고
공금융을 통함으로써 안정성도 확보해 주는 셈이다. 또 다른 부외거래는 예금자 몰래 원장이 아닌 비
밀장부에 기재하고 예탁금을 아예 횡령해 버리는 수법이다.
변칙영업은 대출부문에서도 행해진다. 동일인 대출한도를 피하기 위해 위장대출의 수법을 쓴다. 예
를 들어 출자자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 돈을 계열기업에 쓰거나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
자한다. 이 경우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금이 잠긴다. 또 계열기업이 도산하면 그
돈을 못건진다. 신용금고도 함께 쓰러지는 도리 밖에 없다. 출자자 불법대출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금고 상시감시 체제구축 급선무
벤처기업에 투자해서 떼돈을 벌었다는 기사가 지난 봄에만도 연일 신문머리를 장식했다. 벤처기업
몇만개를 육성한다는 나팔소리가 요란했다. 국가미래의 산실은 벤처기업이라는 구호도 들렸다. 대
박 터지는 소리가 진동하니 사채업자들은 돈다발을 들고 코스닥시장으로 뛰었다. 돈벼락을 맞은 벤
처기업가들은 돈줄로 소문난 신용금고를 낚아챘다. 벤처기업과 사채업자가 얼싸안고 한바탕 황금축
제를 벌인 것이다.
정현준-진승현 사건은 결국 남의 돈을 가지고 놀아난 향연이었다. 신용금고가 그토록 사고를 많이 내
다보니 서민들도 신용금고인지, 불신금고인지 묻는다. 그래도 그곳을 찾는 까닭은 은행의 문턱이 하
도 높아서다. 피땀 흘려 번 돈에 이자를 한푼이라도 더 붙여 준다. 은행은 몰라라 하는데 돈도 빌려
준다. 그러니 찾는다. 그런데 올들어 30개 신용금고가 영업정지 또는 경영관리 처분을 받았다. 서민
금융에 최악의 신용공황이 내습하여 집단공멸의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푼 한푼에 사연이 서린 돈이
갇혀 애간장을 태운다. 믿었던 돈줄이 끊기니 발버둥치는 영세상인들이 얼마나 많을까?
상호신용금고에서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럴 듯한 방지대책이 나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또 다른 어떤 대책이 나와도 그것은 묘수일 수 없다. 감독인력을 보강하여 상시감시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대상금고수가 너무 많기도 하지만 원시적인 부외거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으로 필요하다. 또 금융감독원을 대수술하여 업계와의 유착관계를 단절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감
독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신용금고가 복마전이란 오명을 들을 수 없다.김 영 호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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