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과 함께 하는 박철의 금융교실] 돈 밝히는 아이, 돈 모르는 아이

국민은행 연구소 금융교육 TF팀 박철 전문연구원

지역내일 2003-12-12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할 만큼 우리 부모들의 자녀 사랑은 유별나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 늘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는 부모들이다. 그러나 정작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돈’교육에는 너무 인색한 우리 부모들이기도 하다.
우리 부모들은 돈에 관한 교육은 좀 더 큰 다음에 해야 한다거나 돈을 너무 일찍 알면 오히려 나쁘다고까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아이가 돈에 대해 알려 들면 "돈을 밝힌다.”고 나무라거나 반대로 "우리 아이는 돈을 몰라요."라며 대견해 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돈을 안다는 것과 돈을 밝힌다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들은 아이와 돈을 이야기 하는 것을 너무 금기 시 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필자가 어느 육아사이트에서 본『성공하는 아이로 키우는 10계명』중의 하나는“아이 앞에서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부자 되세요”가 최고의 덕담이 되고, 부자가 될 수 있는 비법을 전해주는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도 돈은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부모들에게 자녀와 돈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기만 한 듯 하다.
이러다 보니 돈은 항상 부모에게 ‘쉬쉬!!’하는 주제가 되어 버렸다. 저녁 식탁에서 아이에게 오늘 학교는 어땠는지 등을 시시콜콜히 물어보는 부모는 많지만 돈을 화제로 올리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실제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들과 돈 문제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하는 가정은 1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자녀에게 돈에 대해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미국의 한 조사를 보면 많은 부모들이 ‘성교육’보다‘돈교육’을 어렵게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들의 금융교육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과 돈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무 컨설턴트 중의 한 사람인 릭 에들먼(Ric Edelman)은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고객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일관적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저서『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에서 그러한 공통점 중의 하나를 “저녁식탁에서 자녀들과 돈에 대해 이야기 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일수록 아이들과 돈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한다.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은 부모가 아니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자녀들이 재정적으로 성공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가요사키도 “우리는 저녁 식사자리에서 돈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만약 이런 말을 종종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라면 결코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을 깨우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모든 가정의 문제들이 그러하지만 돈 문제에 관한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의사소통이다. 자녀와 함께 나누는 돈에 대한 대화는 훗날 자녀가 어른이 되어 경제적인 통제력을 갖고 생활을 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실제 부모와 돈 문제를 의논하며 성장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돈을 훨씬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자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길러주고 함께한 이야기들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부모만의 영역이고 특권이 아니겠는가!
자녀가 세상의 근심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챙겨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심정이다. 하지만 훗날 장성한 자녀들은 어차피 돈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어려서 한번도 배워 보지 못한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문제가 될 지 모른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없는 세상에서도 세상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우리 자녀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솔직하게 자녀와 돈에 대해 이야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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