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금융 조직 독버섯처럼 번진다

형식적 단속.제도 허점이 한몫 … 전국에 90개 활개

지역내일 2000-12-10 (수정 2000-12-10 오후 9:59:36)
신종 유사금융 조직들이 전국적으로 최소 90개에 이르는 등 활개를 치고 있으나 검찰 경찰
등 사정당국의 단속의 손길이 제때 미치지 않아 피해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30일 처음으로 유사금융 조직을 적발, 사정당국에 통보한 이래 올해 12월 2
일까지 약 1년동안 70여개 조직을 적발, 통보했다. 아직 적발되지 않은 조직까지 합
치면 90개 내지 100여개 조직이 활동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실체를 파악했는데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본지가 확인한 바
로는 금감원이 적발해 통보한 조직 대부분이 여전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IMI컨설팅, 월드
벨류, 보람파이넨스, 삼환크레디트, 서울종합금융캐피탈, 국민기업구조조정회사, 에이스월
드교역, 서울종합레저타운, 제일투자 등 대부분 조직이 활발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
어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등지에는 불법 유사금융 사무실을 차려놓고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는 조직들
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 사무실에는 실업자 가정 주부들이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
리고 있다.
S사는 최근 모 경제신문에 광고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할 정도로 수법도 대담해졌다. A교역
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여러 지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이 조직은 6개월에 40%, 1년에
120%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면서 지점을 통해 모집된 자금으로 구두광택기 생산업체, 영화
제작사, 창투사,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에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회사
가 설립한 창투사는 자본금 위장납입 등 문제로 등록이 취소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과거 유사금융 혐의로 관계당국에 고발된 바 있는 A퍼시픽과 뿌리가 같다. 당국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상호를 변경해 불법행위를 계속해오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신고가 쇄도
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제보에도 불구하고, 영업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단속이 형식적이 아니냐
는 비판이 일고 있다. 관계당국의 확고한 단속의지만 있으면, 불법행위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A교역은 과거 A퍼시픽의 전화번호, 영업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W사는
금년 3월에 이미 금감원에 의해 불법 사실에 적발돼 관계당국에 통보됐고, M엔젤투자조합,
H부동산컨설팅, W라이센스 등은 8월에 통보됐으나 영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조직이 근절되지 않고 계속에서 뿌리를 뻗어가고 있는 것은 제도상의 허점도 크게 한몫
하고 있다. 대부분 경우 대표이사 한 명 구속되면 그만이고, 사업자등록증만 바꾸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들 유사금융조직의 수법도 가지가지다. 직접 금융을 조달하는 경우와 다른 제품을 매개로
투자를 끌어내는 등 방법이 수없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피해자는 본지에 H사를 고발했다. 이 피해자에 따르면, 남편이 최근 사
진자판기 업체라는 H유통의 유혹으로 800만원을 투자하고, 매주 13만6000원을 이자를 받고
있다. 이자가 잘 지급돼 다시 800만원을 더 투자했다. 이자가 연리 88%인 셈이다. 그러나 사
진자판기는 부동산처럼 등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자판기 1개를 100명에 팔아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원금 상환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또 H글로벌은 인형뽑기 자판기를 전국적으로 수십개 설치한 뒤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1대당 330만원에 같은 값으로 6개월 후에 되사주는 조건이며, 1주일에 10만원의 이자를 주
고 있다. 연리로 따지면 180% 정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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