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 성남시 투자성향과 전략

분당구-고금리 고안정 노리는 이중성 수정·중원구-증권 빠지고 은행으로 헤쳐모여

지역내일 2000-12-07
미국의 침체로 나스닥 지수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국내증시도 동반 하락추세에 있다. 주식에 의한 자금조달이 어렵게 된 기업들은 재무구조가 우량하더라도 현금이 부족하면 곧바로 퇴출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한 기업들은 경제침체가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연말 등 유동성 위기의 가능성이 커지는 경우엔 위험을 줄이면서 적은 수익을 감내하는 안정성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분당구의 경우엔 고금리를 찾아 금융권을 옮기는 양상을 보여 주목된다. 퇴출기업도 많아져 정년퇴직금, 명예퇴직금 등 생각지 않은 거액들이 여유자금으로 들어오거나 증시침체 등으로 다른 투자처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증시는 증시대로 좋지 않고 신탁상품은 원리금 보전이 의심되고 은행은 금리가 낮아 재테크 투자전략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때다.

◆안개증시, 경기침체…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나스닥 지수 2800선마저 붕괴됐다. 최근들어 강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 국내증시는 지난 주말에도 지켜낸 심리적 지지선인 500선 하향돌파를 거의 기정사실화 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주가가 연초에 비해 반토막이하로 추락했고 매수주체마저 없다. 은행은 BIS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여신을 거의 중단한 상태고 이달 만기도래하는 채권만 20조원에 가깝다. 우방, 대우, 동아 등의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유동성위기에 따른 기업들의 대규모 퇴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 겨울은 지난 IMF관리체제보다 더 추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자체가 회복되기 힘들다는 진단을 내 놓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이 주춤하고 퇴출 등으로 실업률은 10%대를 곧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각종 경제지수는 양호하지만 투자심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다'며 심리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중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동행지수 뿐만 아니라 선행지수 마저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출증가율도 올 1분기 51.9%에서 줄곧 하락해 지난 11월에는 6.5% 증가하는데 그쳤다.

◆침체장에선 수익보다는 안정성 찾기 마련=주가가 반토막났다. 전문가들은 강한 심리적 지지선인 500선이 붕괴되면 43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또 연말특수는 없고 내년에도 침체장을 반등시킬 만한 뾰족한 재료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경우엔 대체로 손해를 보더라도 털고 나오는 게 상책이다. 남은 자금이라도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기적 채권에 30%이상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 등보다는 안정적인 국공채 쪽으로 자금이 흐르게 마련이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나
▶증권, 신규자제하고 기존 외인지분 적은 제조업주 관심=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일 오르는 주식이 있고 손님이 많은 가게가 있다. 증시는 비록 침체지만 상한가 종목은 있게 마련이다. 현대증권 분당지점 최동진 지점장은 "지금이 매수시점이 아니겠냐"고 반문하며 "수출중심의 중소형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배당예상주도 매수종목이 될 수 있지만 배당이후에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환율상승의 수혜주와 연말 배당주에 단기적 매수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삼성증권 성남지점 김윤섭 주식팀장은 "아직 바닥이 아니다"고 전제하며 "신규자금은 일단 관망하며 자제하고 기존의 투자자들은 외국인지분이 적은 제조업중심의 코스닥 등록주를 중심으로 단기매매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신용금고=상호신용금고는 최근 '금고파동'으로 위기에 빠져있지만 여전히 고금리전략의 효력을 보고 있다. 하나은행 서 센터장은 "고금리 때문에 금고에 대해 문의해 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금고들은 몸을 한껏 움츠리고 있다. 동방금고에서 시작한 한스, 열린 금고 등의 불법대출과 관련한 '금고파동'에 여론이 매우 안 좋기 때문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금고가 정부의 규제완화로 사금고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투자자들을 머뭇거리게 한다. 최근 금고의 불법행위는 대주주에게 불법대출하거나 출자자에서 과다대출한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금고의 재무제표와 대주주의 98년 이후 변동여부, 대주주의 사업체 경영상태, 월별 수신고 등을 꼼꼼하게 따져 보고 예치해야 한다.
▶신탁상품=예금자보호법에서 제외되는 신탁상품에 대해서도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투자신탁업계는 투자안정기금과 증권투자신탁업법 등에 의해 원리금이 보전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보장하는 예금자보호법보다는 안정성면에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특히 확정금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상술에 지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엘지투자증권 성남지점 김준호 지점장은 "증권사나 투신사에서 확정금리를 말하는 것은 영업상 부풀리기다"고 잘라 말했다.
▶신탁상품 중에서는 공사채형 펀드도 안정=회사들의 퇴출이 본격화될 연말이 가까워옴에 따라 채권시장의 회사채거래는 한산하다. 신용등급이 AA-이상인 우량채권도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길 꺼려한다. 이에 따라 회사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반면 안정적인 국공채 중심의 매매는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진다. 현대투자증권 분당지점 김명철 금융상품팀장은 "최근엔 국공채를 60%이상 편입하는 비과세 국공채 펀드가 안정적이다"고 추천했다. 비과세 국공채 펀드는 1인당 2000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하고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안정성은 은행=안정성을 위해서는 은행에 맡기거나 국공채형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은행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내년부터 1인당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 은행이 판산해도 정부가 보장하므로 일단 안정적이다. 그러나 금리는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신탁상품이 10%를 넘는 고수익을 제시하는 데 비해 은행에 맡기면 7∼8%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예금자보호한도가 2000만원일 경우엔 국민 하나 등 우량은행으로 예치금이 몰렸지만 한도가 확대된 후엔 다시 회복됐다. 하나은행 서 센터장은 "부실여부와 상관없이 정부가 보전해 주므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흥은행 성남지점 김훈배 지점장은 "침체기엔 가장 안정적인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 같다"면서 "거액고객들은 안정성을 위해 상하이나 시티은행으로 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분당구…고금리·안정성 두 마리 토끼잡기=현대증권 분당지점 최동진 지점장은 "추석을 전후하여 경기가 완전히 반전됐다"면서 "최근들어 투자자들이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 주식자금이 빠지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탈자금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분당 금융가의 진단이다. 국민은행 서현역지점 맹형재 지점장은 "증시에서 깡통이 돼 결과적으로 자금자체가 적어지긴 했지만 지역 특성상 경기에 둔감하다"면서 "정년퇴직이나 명퇴를 당한 사람들이 제법 규모가 있는 자금을 가지고 있어 아직 대출 창구가 한산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투자 여력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투자패턴은 고금리를 선호하면서도 경기침체를 고려하여 안정성에도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분당지점 고진규 지점장은 "분당주민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위험선호적이면서도 연령이 높아 안정성을 노리는 보수적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맹 지점장은 "주민들이 금리에 민감하다"며 "금리가 조금 높으면 바로 옮겨간다"고 고수익에 민감한 지역정서를 지적했다.
한편 하나은행 서현역 PB센터 유동근 센터장은 "상하이나 시티뱅크 등 외국인 은행이 들어서자 고객들이 대거 이동한 것을 보면 안정성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당주민들의 행태는 어느정도의 여유자금이 있어 일정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익을 높이려는 층이 있는가 반면에 퇴직이나 명퇴자금의 특성상 보수적 운영이 불가피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지역구성원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의 경제적 부담에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안정성'위주의 투자 쪽으로 기울 것으로 판단된다.

▶수정·중원구…증권은 깡통, 은행은 헤쳐모여=수정구와 중원구는 공단을 중심으로 한 기업과 서민들로 구성돼 있다. 목돈보다는 소액투자자 비중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증권 등 주식투자나 금융상품에 투입되는 규모가 작을 수 밖에 없다. 엘지투자증권 성남지점 김준호 지점장은 "자금운용방법을 논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장이 좋지 않다"며 "특히 지점은 전국 지점 중 금융상품이 가장 취약하다"며 빗대어 설명했다. 또 "구시가지 쪽은 증권투자자금이 적은 편이다"고 전제하고 "지역투자자들보다는 서울시에서 지연이나 학연 등으로 끌어온 자금이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것마저 깡통으로 변해가고 있다. 모증권사 성남지점 객장의 한 고객은 "나는 누구에게든 주식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100억있으면 100억, 1000억있으면 1000억 모두 잃게된다"면서 "이건 순전히 도박이다"며 한탄했다. 얼마나 물렸냐는 질문에 그 고객은 "몇 천, 몇 백은 물린 것도 아니다"며 말을 흐렸다. 객장은 한산했고 투자가들은 주문하기보다는 지수의 흐름에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도 김 지점장은 "이 지역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선호적이다"고 성향을 설명했다. 소액이므로 큰 부담없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익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은행은 활발했다. "여기는 공과금 수납이나 보험 설계사들로 붐빈다"고 조흥은행 성남지점 김훈배 지점장은 토로한다. 거액이 있어야 영업에 도움이 되는데 공단을 중심으로 한 서민들이 주 고객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 특히 최근 외국계은행이 분당지역에 들어서면서 거액의 자금이 그 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예금보장이 확대된 후 고객예치금이 늘어나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주식 등의 투자보다는 저리에라도 은행이라는 안정을 택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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