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서 120년만에 이혼 가능해질 듯

‘이혼허용법안’ 지난달 상원 통과 … 가톨릭교 등 반대

지역내일 2003-09-29
그동안 이혼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칠레에서 합법적으로 이혼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9일 “수많은 전제조건들로 이혼이 더 복잡해질 수 있지만 칠레는 이제 120년동안의 논쟁을 마치고 이혼 허용의 입구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혼허용 관련 법안은 5년전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드디어 지난달 상원에서도 33대 13으로 통과됐다.
지난 97년 이혼허용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던 마리아 안토니에타 사 의원은 “결국에는 이 합리적인 법안이 통과돼 칠레인들에게 결혼생활을 마치기 위한 정직하고 문명화된 길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칠레인들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경우, 변호사를 고용해 그들의 결혼이 법을 어기고 있다는 재판을 받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심지어 남편이 집을 나갈 경우, 부인이 과부임을 선언하기도 하는 등 이혼을 불허하는 사회적 관습이 불법과 탈법을 조장해왔다.
가톨릭교단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은 이혼허용법안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수도 산티아고의 프란시스코 주교는 지난 6월 자신의 저서에서 “가족의 개념을 파괴하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많은 국가들이 이혼을 허용하고 있지만 그들의 경험은 그것이 옳은 길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톨릭교 등도 대세는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 “결코 이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결혼을 도입하거나 이혼의 전제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법들을 통해 이혼이 활성화되는 것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나라를 비롯, 서구사회에서 이혼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요즘 칠레가 어떤 방안으로 이혼허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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