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 자연이 빚어낸 돌 조각섬
여수에서 뱃길로 350리 … 설악·금강의 진기한 바위 모두 옮겨 놓은 듯
지역내일
2003-09-08
(수정 2003-09-08 오후 5:21:58)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수백만 개의 돌 조각섬, 백도(白島). 우리나라 무인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이름난 환상의 섬, 백도. 연일 오락가락 하던 빗줄기도 단번에 뚝 그쳐 절경 드러낼 채비에 나선다.
이른 아침 여수항을 출발한 쾌속선 ‘페가서스’호는 2시간여만에 거문도항에 뱃머리를 맞댄다. 여수에서 남쪽으로 114.7km. 오동도와 제주도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거문도는 고도 서도 동도,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조선시대에는 삼도라 불렸다.
백도는 여기서 동쪽으로 28km 떨어진 전설의 섬. 유람선 ‘가고오고’호로 30여분을 질주하니 멀리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섬들이 하나 둘 바다 위로 솟아오른다. 설악 금강의 온갖 오묘하고 신비스런 바위들만 옮겨 놓은 듯한 모습에 갑판을 가득 메운 유람객들이 감탄사를 연발 터뜨린다.
병풍처럼 길게 폭을 늘어뜨린 병풍바위, 남근을 닮은 서방바위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각시바위, 바둑판이 놓인 신선바위, 매바위 보석바위 석불바위…. 더욱이 이 바위들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마술을 부리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 세상의 그 어느 조각가가 이처럼 훌륭한 조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20여년째 유람선 안내를 맡고 있는 황해연(60)씨는 바위의 이름마다 흘러 넘치는 사연들을 애달프고 구성지게 쏟아낸다.
먼 옛날, 옥황상제의 아들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받아 남해 바다로 귀양 내려왔다. 아들은 이내 용왕의 딸과 눈이 맞아 옥빛 남해바다에서 사랑놀음에 취해버렸다. 아들이 그리워진 옥황상제는 신하들을 내려보내 아들을 불러오려 하였으나 내려간 신하들마저 감감 무소식이었다. 100명의 신하들이 내려갔지만 모두들 옥빛 세상에 취해 옥황상제의 명을 거역하고 말았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아들과 신하들을 모조리 바위로 만들어버렸다.
물개바위 물새바위 도끼바위 형제바위 궁성바위…. 100명의 신하가 바위가 되었다하여 ‘백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섬이 100개에서 하나 모자라 일백 백(百)에서 하나(一)를 빼 백도(白島)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백도와 하백도를 포함해 39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명승지 제 7호로 지정된 백도는 천연기념물 제 215호인 흑비둘기를 비롯해 가마우지 휘파람새 동박새 바다직바구니 등 30여종의 조류와 쇠뜨기 땅채송화 등 해양식물 43종, 동백나무 후박나무 풍란 눈향나무 등 353종의 아열대식물이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다. 바닷속에는 붉은 산호, 꽃산호, 해면 등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섬 전체가 생태계의 보고라 할만하다.
무인 등대가 외롭게 솟은 상백도. 생태계 보전을 위해 일반인들의 상륙을 금지, 오랫동안 고독에 몸부림치던 상백도가 취재진을 반갑게 맞는다. 마중 나온 흑비둘기, 향수를 듬뿍 내뿜는 풍란, 게다가 이름 모를 풀들이 온몸을 마구 비벼대기까지 한다.
그렇게 풀섶을 헤치며 해발 160m 등대까지 반시간을 오르니 백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방이 그림이요, 천하가 절경이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엔 짙푸른 바다, 바다 한 가운데는 거대한 조각공원. 유람선에서 우러러 볼 때는 신비함과 웅장함에 주눅들었지만 꼭대기에서 굽어보니 아늑하고 정겹기조차 하다.
푸르름을 서로 뽐내던 하늘과 바다는 어느새 뭉게구름 몽실몽실 피어나고 햇살에 입맞춤을 당한 쪽빛 바다는 옥색으로 변해버린다.
얼마나 문질러서, 바람이여/ 살은 다 떨어뜨렸나/ 뼈만 남아 깎이나, 백도여/ 수수만년 저들끼리/(우리하고는 멀리)/ 서방바위, 각시바위, 쌍둥이바위, 물개바위, 등대바위/ 그들을 다스리는 용왕의 궁성바위/ 문질리며 결혼하고/ 깎이며 아기 낳아/ 오직 파도소리만 귀에 담자/ 반벙어리 바다, 바다하고만/ 이야기를 나누자, 다짐을 하면서/ 남쪽나라 한가운데/ 깊숙이 발을 담그어/ 언제나 반신(半身)은 젖어둔 채/ 은수정 맑은 눈/ 눈만 떠도는 白島
시인 김규화가 노래한 ‘白島’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바닷길 여행의 여운이 되어 길이길이 귓전에 맴돈다.
이른 아침 여수항을 출발한 쾌속선 ‘페가서스’호는 2시간여만에 거문도항에 뱃머리를 맞댄다. 여수에서 남쪽으로 114.7km. 오동도와 제주도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거문도는 고도 서도 동도,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조선시대에는 삼도라 불렸다.
백도는 여기서 동쪽으로 28km 떨어진 전설의 섬. 유람선 ‘가고오고’호로 30여분을 질주하니 멀리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섬들이 하나 둘 바다 위로 솟아오른다. 설악 금강의 온갖 오묘하고 신비스런 바위들만 옮겨 놓은 듯한 모습에 갑판을 가득 메운 유람객들이 감탄사를 연발 터뜨린다.
병풍처럼 길게 폭을 늘어뜨린 병풍바위, 남근을 닮은 서방바위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각시바위, 바둑판이 놓인 신선바위, 매바위 보석바위 석불바위…. 더욱이 이 바위들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마술을 부리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 세상의 그 어느 조각가가 이처럼 훌륭한 조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20여년째 유람선 안내를 맡고 있는 황해연(60)씨는 바위의 이름마다 흘러 넘치는 사연들을 애달프고 구성지게 쏟아낸다.
먼 옛날, 옥황상제의 아들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받아 남해 바다로 귀양 내려왔다. 아들은 이내 용왕의 딸과 눈이 맞아 옥빛 남해바다에서 사랑놀음에 취해버렸다. 아들이 그리워진 옥황상제는 신하들을 내려보내 아들을 불러오려 하였으나 내려간 신하들마저 감감 무소식이었다. 100명의 신하들이 내려갔지만 모두들 옥빛 세상에 취해 옥황상제의 명을 거역하고 말았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아들과 신하들을 모조리 바위로 만들어버렸다.
물개바위 물새바위 도끼바위 형제바위 궁성바위…. 100명의 신하가 바위가 되었다하여 ‘백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섬이 100개에서 하나 모자라 일백 백(百)에서 하나(一)를 빼 백도(白島)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백도와 하백도를 포함해 39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명승지 제 7호로 지정된 백도는 천연기념물 제 215호인 흑비둘기를 비롯해 가마우지 휘파람새 동박새 바다직바구니 등 30여종의 조류와 쇠뜨기 땅채송화 등 해양식물 43종, 동백나무 후박나무 풍란 눈향나무 등 353종의 아열대식물이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다. 바닷속에는 붉은 산호, 꽃산호, 해면 등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섬 전체가 생태계의 보고라 할만하다.
무인 등대가 외롭게 솟은 상백도. 생태계 보전을 위해 일반인들의 상륙을 금지, 오랫동안 고독에 몸부림치던 상백도가 취재진을 반갑게 맞는다. 마중 나온 흑비둘기, 향수를 듬뿍 내뿜는 풍란, 게다가 이름 모를 풀들이 온몸을 마구 비벼대기까지 한다.
그렇게 풀섶을 헤치며 해발 160m 등대까지 반시간을 오르니 백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방이 그림이요, 천하가 절경이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엔 짙푸른 바다, 바다 한 가운데는 거대한 조각공원. 유람선에서 우러러 볼 때는 신비함과 웅장함에 주눅들었지만 꼭대기에서 굽어보니 아늑하고 정겹기조차 하다.
푸르름을 서로 뽐내던 하늘과 바다는 어느새 뭉게구름 몽실몽실 피어나고 햇살에 입맞춤을 당한 쪽빛 바다는 옥색으로 변해버린다.
얼마나 문질러서, 바람이여/ 살은 다 떨어뜨렸나/ 뼈만 남아 깎이나, 백도여/ 수수만년 저들끼리/(우리하고는 멀리)/ 서방바위, 각시바위, 쌍둥이바위, 물개바위, 등대바위/ 그들을 다스리는 용왕의 궁성바위/ 문질리며 결혼하고/ 깎이며 아기 낳아/ 오직 파도소리만 귀에 담자/ 반벙어리 바다, 바다하고만/ 이야기를 나누자, 다짐을 하면서/ 남쪽나라 한가운데/ 깊숙이 발을 담그어/ 언제나 반신(半身)은 젖어둔 채/ 은수정 맑은 눈/ 눈만 떠도는 白島
시인 김규화가 노래한 ‘白島’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바닷길 여행의 여운이 되어 길이길이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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