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것”

연방대법원 ‘동성간 성행위 처벌 위헌’ 판결 후

지역내일 2003-07-04 (수정 2003-07-04 오후 4:22:12)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동성간 결혼을 금지하는 연방헌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입장표명은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6일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토록 하는 텍사스 주의 ‘비역금지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뒤 미국 내에서 동성결혼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 대통령의 친구인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의 발언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은 대법원의 판결 직후 “결혼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맺어지는 것이라는 수정헌법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의 대법원 판결내용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법률검토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내가 지지하는 생각은 결혼은 남성과 여성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 수정헌법은 동성간의 결혼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지만 버몬트 주는 동성 커플의 동거를 허용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이웃 나라인 캐나다가 최근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할 방침을 발표하고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동성애를 사실상 허용하는 흐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상당히 대조적인 인식차를 보여준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한 법원은 최근 동성애남자들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결혼이란 남녀간에만 성립된다고 한 연방법원의 정의를 기각, 그같은 정의는 캐나다의 인권 및 자유헌장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맞은편 대륙에 있는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성애를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법적인 혜택을 부여하기 위한 움직임들을 보여왔다.
영국 정부는 곧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거주 동성애 커플들에게 연금 수령 등 일반 부부와 똑같은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영국 성공회에서는 얼마전 동성애자 주교 임명을 묵시적으로 승인하기도 했다. 독일 등지에서는 동성애자 차별 금지법이 정치인 공약 사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보수적 결혼관의 가톨릭교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남미에서도 동성애자에 대한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칠레 의원들은 게이 및 레즈비언 등 동성애자 커플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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