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빠진 은행권

이색 특화상품으로 승부건다

지역내일 2003-06-20 (수정 2003-06-20 오후 4:10:20)
요즘 은행들 사정이 말이 아니다.
올들어 이라크전, 북핵문제, SK글로벌 사태, 사스, 카드채 문제 등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은행들의 경영환경도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실적을 보면 지난해 은행권이 사상 최대 호황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1분기 8개 시중은행들이 올린 당기순이익은 2655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의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1조498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SK글로벌과 카드채 문제가 본격화된 2분기 역시 은행들의 실적은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게 금융계의 전망이다. 한마디로 은행산업에도 불황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은행 경영여건이 악화되자 은행들은 저마다 특화된 상품 개발을 통해 불황극복에 나서고 있다.
불안한 금융시장을 고려해 만기를 짧게한 예금상품을 내세워 고객확보에 나서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아예 고객들이 불입액과 예금기간을 정하도록 한 예금 상품을 내놓는 곳도 있다. 또 최장 30년까지 기간을 늘려 상환부담을 줄인 장기대출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품, 20대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상품 등 각 연령대에 적합한 서비스를 갖춘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금연을 도와주면서 저축도 하게 하는 상품 등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이색상품들도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불황이 깊을수록 이같은 이색상품 개발을 통해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은행별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이색 특화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한다.

▶ 국민은행- 20대 자립통장
"사회초년생을 위한 통장"

국민은행은 최근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20대 젊은이들을 위한 ‘20대 자립통장’을 출시, 고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립통장’은 주택청약예(부)금을 근간으로 한 상품으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20세 이상 35세 이하 개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기예금은 200만~1500만원, 부금은 가입 첫회 30만~50만원, 2회차부터는 5만~50만원 이내 범위에서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다.
특히 이 상품은 군대생활, 학교 및 직장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해를 보장해줄 뿐 아니라 소정의 요건을 갖추면 주택 청약 1순위 자격도 보장된다는 것이 장점. 또 학자금 주택자금 결혼자금 대출도 용이하게 받을 수 있어 사회초년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19일 판매 이후 한달여 만에 가입실적이 청약예금은 1만5174계좌에 537억원, 청약부금은 3만9615계좌의 154억원에 달할 정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경우 재테크 상품으로 유용하다”고 소개했다.

▶ 신한은행- 아빠의 향기 적립 예금
"담배도 끊고 돈도 아끼고 "

신한은행은 금연에 성공한 고객에게는 약정금리를 모두 주고, 실패한 고객에는 이자의 일부를 공익사업으로 환원도록하는 이색 상품 ‘아빠의 향기 적립예금’을 지난달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금연을 원하는 ‘아빠’가 있는 가족 단위로 가입하기 적합한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가족들에게 금연을 맹세한 아빠에게는 금연저금통을 나눠주어 담배값으로 나갈 돈을 저축하도록 하고, 자녀들에게는 ‘콜록이 금연마패’를 배포해 금연 경고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만기 해지시에는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받은 금연확인서를 제출하면 약점 금리를 전부 받을 수 있지만, 금연에 실패했을 때에는 이자의 30%를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 기부하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100만명의 흡연인구중 75%가 금연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이 상품을 내놓게 됐다”며 “금연을 희망하는 고객들에게는 금연도 하고 가족과도 화합할 수 있어 유익한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흥은행- 릴레이 저축
"예금과 적금을 혼합한 퓨전상품"

조흥은행의 ‘릴레이 저축’은 자금을 자유롭게 단기로 운영하려는 고객들의 니즈에 맞춘 상품이다.
저축방법과 저축기간을 고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이 상품의 특징. 1년마다 이율을 변경하는 회전식 이율 방식을 적용해 중도해지시에도 연단위는 약정이율이 적용된다.
또 저축기간을 자유롭게 연장할 수도 있어 고객들로서는 비교적 부담없이 저축기간을 조절할 수 있다.
저축금액과 회수도 고객들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 상품이면서도 1년단위로 원리금을 분할해지 할 수 있는 정기예금의 성격도 가미했다.
가입에는 제한이 없고, 저축금액은 2회차부터 월별로 1인당 50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릴레이 저축은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예금과 적금의 성격을 혼합한 퓨전상품”이라며 “연단위로 가입할 수 있어 특히 초중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 하나은행- 붉은악마적금
"합병기념 적금 상품"

붉은악마적금은 지난해 하나은행이 서울은행과의 통합을 기념해 출시한 상품이다. 지난해 월드컵과 함께 시작된 출구열풍을 금융상품에 접목시켰다.
이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들은 자동으로 붉은 악마 회원이 되며, 가입금액의 0.05%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은행 부담으로 기금을 조성해 붉은악마를 지원한다.
월 불입금은 1만원 이상이며 최고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계약기간은 12개월부터 36개월까지 월단위로 선택할 수 있고, 매월 일정액을 불입하는 정기적립식과 수시로 적립하는 자유적립식이 있다.
금리는 현재 정기적립식의 경우 1년~2년 미마나은 4.3%, 2년~3년 미만 4.5%, 3년제는 4.6%이고, 자유적립식은 1년~2년미만 3.8%, 2년~3년미만 4.2%, 3년제는 4.3%가 적용된다. 이는 일반 정기적금보다 0.5% 정도 높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이밖에도 대표팀의 해외경기를 위해 환전할 때 환율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실적이 15만 계좌에 달할 정도로 고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 한미은행- 프리스타일 적금
"납입액과 기간을 자유롭게"

한미은행의 프리스타일 적금은 입금액 , 납입날짜, 회수에 제한이 없는 말 그대로 고객들이 자유롭게 불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대상은 제한이 없으며 건별 10만원 이상 고객들이 마음대로 적립해나갈 수 있다. 예금기간은 6개월 이상 3년 이내로 월단위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입금일을 지정하면 입금건별로 분할 인출도 가능하다.
금리는 1개월 이상 ~36개월까지 월단위로 적용되며 18일 현재 3.8~4.45% 수준이다.
세금우대 및 생계형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상품의 장점이다. 원금 4000만원가지 10.5%의 우대세율을 적용받을 수있고, 기간에 관계없이 대상에 따라 원금 2000만원가지 생계형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또 프리스타일 통장에 추가로 신규 가입할 수 있어 편리하게 통장관리를 할 수 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갈수록 고객들의 요구가 세분화되고 있다”며 “프리스타일 적금은 고객들이 직접 가입금액과 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해 만족도를 최대한 높이 위해 만든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농협- 내집마련장기대출
"최장 30년 만기 대출 상품"

농협은 지난달부터 장기주택대출 상품인 ‘내집마련장기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최장 30년동안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이 상품의 특징. 주택 구입은 물론, 주택중도금, 전세자금 뿐 아니라 재개발 재건축과 관련한 이주비용으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는 30년 동안 CD실세금리를 적용한다.
지난 5월말을 기준으로 했을때 적용금리는 최저 5.5% 수준. 하지만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를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4%대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히다.
대출한도는 동일인당 10억원 이내로 지난달 27일판매된 이후 지난 10일 현재 92억원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주택대출상품 장기화를 추진하고 있어 갈수록 판매실적도 늘게 될 것이란 게 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기한을 최장 30년까지 늘릴 수 있는데다 금리도 저렴해 당장 목돈이 없이 주택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 KEB·외환은행- 베스트 초이스 정기예금
"국내최초 환율연동 예금"

베스트 초이스 정기예금외환은행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환율과 연동시킨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외환은행이 지난 19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한정판매하고 있는 ‘베스트 초이스 환율연동 정기예금’은 원금을 100% 보장받으면서 환율 변동률에 따라 최고 9.0%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색상품이다.
만기시 환율이 기준지수보다 1% 이상 상승하면 연 7%의 이율을 적용하는 ‘안정상승형’, 만기지수 대비 하락률이 1% 이상이면 연 9%의 이자율 적용하는 ‘안정하락형’, 그리고 만기시 환율 변동폭이 기준일의 ±3% 범위내에 있으면 연이율 7.3%를 적용하는 ‘안정전환형’ 등으로 구성돼 있어 환율전망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단 각 종류별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할 때에는 이자 없이 원금만 받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개인 및 법인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고 최저 가입금액은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가입기간은 6개월. 기준지수 결정일로부터 기한전 중도해지할 경우에는 원금의 4.3%를 중도해지 수수료로 물어야 하므로 급전이 필요할 때에는 외환은행에서 제공하는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외환은행은 예금이 만기되기 전 긴급 자금이 필요한 고객들을 위해 가입금액의 90% 범위 내에서 담보대출을 해주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일반정기예금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 이같은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특히 외환거래가 많은 기업고객이나 환율에 관심이 많은 개인고객 중 정기예금 이상 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 기업은행- 파인비즈카드
"기업고객들을 위한 전용 카드"

기업은행의 ‘파인비즈(fine biz) 카드’는 기업 및 기관들을 위한 전용카드다.
사업상 지출 비중이 높은 물류, 통신, 법무, 회계, 주유 등을 파인비즈 카드로 사용하면 편리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카드 이용에 따른 수익금의 일부를 대출금 상환이나 적금 형태로 돌려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대한통운, CJGLS, 퀵서비스, 하트클럽, 해피넷, 법무법인 지평, 안진회계법인 등과 제휴를 맺고 파인비즈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카드는 등급에 따라 골드 클래식, 골드 프리미어, 플래티늄 등으로 구분된다.
플래티늄 카드의 경우 연회비 100만원의 최상위 등급 카드로 가입고객에게 자사제품 홍보 서비스, 특급 비지니스, 호텔멤버쉽, 최고경영자 멤버쉽, 전국 골프장 할인. 공항 VIP멤버쉽 등 최고 품격의 서비스를 제공, 기업고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2일 출시한 이후 한정분인 500매가 한달반만에 모두 판매됐을 정도. 파인비즈 클래식과 프리미어도 한달여만에 1만계좌를 유치하는 등 고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물류비용이 많은 기업이나 국제전화 등 통신비용이 많은 수출기업, 법무나 회계부문의 자문을 많이 받는 기업 등이 이 카드를 활용하면 비용도 절감하고, 이익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을 수 있어 사업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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