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서가 너무 비싸요”

“도서정가제, 가격인상 효과만 낳아” … “학습서에 가격제한 해달라” 등 요구 빗발쳐

지역내일 2003-06-18 (수정 2003-06-18 오후 5:26:35)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책방 가기가 겁나요.”
윤예지(18·이화여고 3년) 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교앞 서점에서 참고서 등을 10% 이상 할인 받아 살 수 있었지만 정가제 실시 후로는 할인이 안돼 부담이 훨씬 커졌다며 자습서와 문제집 구입에 20만원도 넘게 든다고 불만을 토했다.
박세준(16·대신고 1년) 군은 “중3 때는 영어 수학 참고서 2권만 샀는데 올해는 주요과목(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국사)의 자습서와 문제집을 같이 구입해 12권 가량 샀다”면서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반 아이들 대부분이 최소 그 정도는 구입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고 말했다.

대부분 12권은 기본으로 구입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불행히도 중고생과 그 학부모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소설이나 교양서적들은 안 사면 그 뿐이지만 참고서는 안 살 수가 없는 필수도서인 데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관행상 할인을 예상해 책값을 정해 놓았지만 정가제가 실시되면서 할인이 법적으로 금지돼 참고서 가격이 저절로 인상되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출판사는 표지만 바꿔 가격을 올리는 편법을 동원해 학생·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ㄱ출판사의 고3 영어자습서는 한 권에 2만1000원 수학참고서는 1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ㅈ사의 고3 영어참고서도 1만8000원, ㄷ사의 고3 과학참고서는 1만7000원, 사회문화는 1만3000원에 달하는 등 대부분의 고3 참고서 가격은 1만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수능 문제집은 다소 싼 편이지만, ㅈ사의 언어영역이 8500원, ㄷ출판의 윤리가 7000원, 외국어영역이 9000원 등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중학생들의 참고서 가격도 이에 못지 않다.
ㄱ출판사의 중3 수학 및 과학·물상참고서는 1만원 국어참고서는 9500원이며, B사의 중3 과학은 9500원, ㅈ사의 중3 영어 평가문제집은 9500원 수학은 1만원이다. ㄷ사의 고입선발고사 예상문제집은 7000원 중1, 2 내신관리를 위한 참고서는 과목당 6500원 등으로 비교적 싼 편이지만 ㄱ영어교육에서 나온 ‘외고 듣기평가 모의고사’는 테이프 포함 2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 민원 잇따라

이렇다보니 학생·학부모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는 도서정가제 이후 학습 참고서 가격이 비싸 학생들의 부담이 크니 가격을 인하하거나 가격 제한을 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여고생 김정아 양은 영어자습서 한 권에 2만2000원이나 한다면서 정가제 시행 이전엔 이렇게 비싼 학습서적이 없었는데 이보다 더 비싼 것도 있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양은 새학기 교과에 맞춰 참고서를 사려면 20만∼30만원 든다며 “학습서적을 정가제에서 제외시키거나 가격제한을 해달라”고 신문고를 두들겼다.
대구의 학원 재수생이라고 밝힌 최영휴씨는 문제집이나 참고서 10권을 사는데 2월초에는 14만원이면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17만∼18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면서 정가제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현선(서울 여고생) 강명구 고영훈(고3) 등의 학생들도 참고서에 대해 할인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고3 아들 참고서 값 100만원도 더 들어

비싼 참고서 값에 정작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도 정가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아들이 서라벌고 3학년에 다닌다는 노 모(52)씨는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책을 산다”며 과목별로 3∼4권씩 사기 때문에 60∼70권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많이 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참고서, 문제집에만 1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전했다.
고2 자녀를 둔 김재연(48)씨는 “과목당 1권씩 18권 정도는 산다”며 “문제집도 별도로 구입하기 때문에 30만∼40만원은 우습게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 동안은 동네 서점에서 10∼15% 할인된 가격으로 샀었는데 정가제 실시로 부담이 다소 늘었다” “책값에 거품이 있는 상태에서 가격 조정이 되지 않은 채 정가제가 실시돼 책값 인상효과만 가져왔다”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알뜰파, 시중서점에서 책 내용 확인 후
구입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값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알뜰파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 내용을 확인한 뒤 온라인 서점에 주문을 해 할인가로 사는 방법을 쓴다. 도서정가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서점들에 대해서는 10% 내에서 할인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둔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입재수생 김민수(20)씨는 “수능 문제집이 지난해와 똑같은 내용인데 가격은 500∼1000원 올랐다”며 정가제 실시로 할인도 안돼 실제로는 20% 이상 책값이 인상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 수능코너에서 만난 김씨는 지금까지 참고서와 문제집을 15권 정도 샀지만 수능까지는 25권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인터넷 서점에서는 책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이곳에서 확인한 뒤 온라인 주문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문화관광부 출판신문과 박광무 과장은 “도서정가제는 출판 유통시장의 건전한 육성과 양질의 도서를 소비자들에게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시행됐다”면서 “소비자들의 정가제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데다 일부 출판사들이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태를 보여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므로 곧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학기 시장을 앞두고 참고서를 발행하는 출판사에 대한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있다”며 “책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거나 과다책정이 계속 문제가 되면 출판유통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시정 지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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