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별’을 찾아서

심리치료와 교과학습 병행 ‘효과 만점’

지역내일 2003-06-17
지난 12일 오후 이 자그마한 학교에는 미술 수업이 한창이었다.
20명의 아이들은 각기 두 반으로 나뉘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한 쪽 방에서는 6명이 만년필을 들고 스케치북 위에 만화주인공이나 물속 풍경을 그리고 있다. 다른 방 학생들은 며칠 후 발표회에 걸 공동화를 준비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미술수업이지만 치료의 효과도 담고 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교사도 전문 미술치료사다. 하지만 치료의 느낌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대안학교 ‘별’ 수업의 특징이기도 하다.
대안학교 ‘별’은 6가지 학습원리(협동 체험 영성 실용 문화 봉사)를 기본으로 ‘놀자·되자·갖자·꾸자’라는 시간표를 짰다. 국어 영어 역사 윤리 수학 등 학습과 관련된 학과목은 모두 ‘놀자’로 구성되어 딱딱한 암기식 수업을 벗어 던졌다. 아이들이 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꿈꾸는 것은 모두 ‘되자’, ‘갖자’, ‘꾸자’라는 과목으로 구성됐다.
‘되자’의 한 과목인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선생님이 되어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발표하는 것.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미디어’ ‘bookmaking’은 매체를 분석하고 책을 만들어보는 수업이다. 매주 수요일은 박물관이나 방송국 등을 견학하는 현장학습이 있고 토요일에는 한국체육대학교의 시설을 빌려 체육을 한다.
치료를 위한 상담시간도 있다. ‘자기성장프로그램’, ‘나사랑 남사랑’, 담임교사들과 한 주간의 목표를 세우고 점검하는 ‘Goal Setting’ 및 감정 표현 조절 능력을 배우는 ‘갈등/분노’시간은 모두 아이들의 정서적 치유를 돕는다.
◆꿈을 키우는 공부= 지난 학기까지는 ‘꿈을 갖자’라는 수업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각계 직업을 소개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생생한 강연을 마련했다. 방송국 PD, 치과의사, 기자, 교수, 사업가, 금융전문가, 플로리스트, 제과점 주인 등 어지간한 직업들은 대부분 훑었다.
올해부터는 ‘프로젝트 스터디’를 시작했다.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 4월에는 ‘Run&Learn’을 주제로 달리기에 대한 한의사 스포츠전문가 의사 등의 강의를 듣고 마라톤 경기에 전원이 직접 참여했다. 5월의 ‘Flower&our’는 자연과 친숙하려고 만든 테마. 탄생화를 찾고 허브로 화장품도 만들고 야생화를 보러 1박 2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6월에는 ‘스타탄생’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래에 ‘별에서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가 주제다. 존경하는 사람을 찾고 꿈을 기르고 가상 졸업식을 치러 미래 모습을 상상해본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영어로 자신을 표현하기, 원하는 직업의 전문가와 만나는 장도 마련된다.

◆입학·졸업 따로 없어= 대안학교 ‘별’에는 입학이나 졸업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상담사와 교장선생님의 상담 그리고 몇몇 심리검사를 거쳐 입학한다.
김 교장은 “심리검사를 하는 것은 깊이 이해한다는 차원”이라며 “학습능력은 물론 부모들의 역량까지 측정해서 아이에게 좀 더 잘 맞는 접근법을 시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은 진학을 하거나 직장을 구하거나 유학을 가는 등 나름의 삶을 찾았다고 느낄 때 그만 두면 된다.
대안학교 ‘별’은 6명의 상근 교사를 비롯, 약 40명 자원교사들이 꾸려가고 있다. 각 교과목을 비롯해 원예치료, 미술치료 등은 전공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원교사들. 토요일 체육수업도 한국체육대학의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이뤄진다.
영어동아리는 외국인 교사가 지도하고 아이들의 기초학습을 지도하는 튜터(tutor)와 병원상담이 부담스러운 아이에게 친구 같은 상담을 해주는 멘토(mentor)도 자원자이다.
아이들과 6개월 또는 1년을 넘게 같이하는 자원교사들도 학기 초와 말에는 아이들 지도를 위한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학부모들도 남달라야 한다. 김 교장은 “아이들의 치료와 학습을 위해서는 가족 상담이나 치료가 꼭 필요한 데 부모들의 협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매달 있는 학부모아카데미 참석자도 10∼15명 사이. 이들은 일반 학교에서 선생님을 찾아갈 때는 두렵고 긴장되고 촌지 걱정이 앞섰지만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기 길 찾아 유학 떠나기도= ‘별’에게도 부족한 것은 있다. 물품 및 교구. 컴퓨터나 도서, 영상학습을 위한 시청각 기자재가 턱없이 모자라 책은 후원을 받고 참고서는 교사들을 통해 공수한다. 재정도 학생들에게 받는 한 달 수업료 약 20만원와 주변의 후원금 그리고 김 교장 개인재산이 전부다.
개교한 지 1년 반,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미 몇몇 아이들은 자기의 길을 찾았다.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거나 검정고시를 치러 고등학교 입학을 한 학생도 있다. 대입검정고시까지 합격하고 진로를 탐색하고 있는 학생도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이제는 학교생활 적응도 잘 하고 밝게 살아간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찾아오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학교의 고민도 늘고 있다. 인가를 신청할지 여부, 학생 적정 규모 그리고 교과과정까지. 그러나 김 교장은 “보람은 이미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느꼈다”며 “이곳에 나와 주는 것, 나와서 재미있다는 반응만으로도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대안학교 별은 오는 7월 1일 ‘하자센터’에서 학습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대안학교 ‘별’ : www.schoolstar.net
02-888-8069

/ 진유강 기자 fotoreis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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