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흥수 부장판사의 사법부개혁이야기⑪ 사법부 민주화의 중요성

"판사도 대법원 판례 비판할 수 있어야"

지역내일 2003-06-17
사법부의 독립은 곧 법관의 독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법부는 군사 독재시대의 사법부의 틀을 유지하면서 상급자에 의한 주관적 근무평정을 전제로 한 피라미드식 다단계 승진구조로 인하여 법원 내부에 관료주의가 심각한 상황이다.
관료주의는 독립적인 법관의 판단에 장애를 일으킬 위험 내지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법부의 독립과는 양립할 수 없다. 또 법관 상호간의 관료적 상하관계로 인하여 하의상달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설립된 판사회의는 거의 기능을 상실했다. 이것은 사법부의 민주화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된다.
판사가 판결로 말한다는 것은 자신이 재판하는 사건에 관해서 판결하기 전 또는 판결 후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판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법률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금도를 지키면서 대법원판례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고 그 밖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법원제도의 문제에 대해서는 판사들이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법원내부의 문제는 국민들이 알기 어렵게 되어 있다. 법관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재판을 하는지 국민들로서는 신비스럽기조차 할 것이다.
이것을 기화로 관료주의에 사로잡힌 소수 엘리트 법관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법원제도를 운용하면서 법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판사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격언을 ‘견강부회’(牽强附會·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을 비유)로 사용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하의상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현장에서의 문제점이 정책을 결정하는 인사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도외시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탁상공론이라고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의 표출을 통해서 그 의견 상호간에 경쟁을 통해서 최선의 결론으로 나아가는 제도이다.
이것을 위해서 본인은 2002년 4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앞서 2001년 10월에 거의 기능을 상실한 공식적인 판사회의에 갈음할 사이버 법관공동회의를 만들었고 그 결과 법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법관토론장이 개설되기는 하였으나, 게시물이 초기화면에 뜨지 않는 관계로 법관토론장 역시 유명무실해 졌고 대법원에 법관토론장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이를 묵살하였던 것이다.
현재 수백억원의 국가예산을 들여서 만든 법원 내부 전산망(소위 코트넷)의 게시판 초기화면에 주로 결혼, 부고 내용이 뜨고 있는 관계로 하의상달 내지 토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 수뇌부에서 법원 내부의 비판적인 의견이 올라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이것이 법원행정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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