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고 모유 못 먹이나요?”

송파구, 서울시 최초 모유 유축실 설치…보육 시설 확충 등 여성 복지 업그레이드

지역내일 2003-05-05
“정말요? 안 그래도 모유 수유를 하고 싶은데 어쩌나 걱정했어요. 화장실에 가서 할 수도 없고…. 포기해야 되나 싶었죠.”
임신 8개월에 접어든 송파구 9급 공무원 이수연(31.세무1과)씨는 들뜬 마음으로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송파구청이 여성 공무원들을 위해 구 청사 내 ‘모유 유축실’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송파구청이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모유를 짜서 보관할 수 있는 ‘모유 유축실’을 마련하는 등 여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20평 남짓한 5층 여직원 전용 휴게실 한 켠에 마련된 ‘모유 유축실’엔 냉동고가 딸린 냉장고와 전동 유축기, 보관용 비닐팩, 소파가 구비돼 있다. 게다가 이곳에는 임신이나 생리통으로 몸이 불편할 때 누울 수 있는 2평 남짓한 온돌마루 외에도 안락의자, 티 테이블, 화장대 등이 갖춰져 여성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송파구 공무원 1400여명 가운데 여직원은 400여 명으로 30% 정도다. 청사 관리를 맡고 있는 맹대호(총무과) 주임은 “‘모유 유축실’ 설치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당시 수유가 가능한 만 1세 미만 자녀를 둔 여직원은 36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10명이 이용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또한 송파구는 올해 직원 자녀 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20명 정원의 1개반을 신설하고 체육실과 컴퓨터실도 마련하는 등 51평을 확충해 총 117평의 최신 시설로 단장을 마쳤다.
1남1녀를 두고 있는 8급 이수향(34.도로과)씨는 “제가 첫 아이를 기를 때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며 “후배들이 편안히 아이를 기를 수 있어 부럽다”고 말했다. 모유 유축실 등 여직원들의 육아 편의 시설 도입을 주도한 문홍범 총무과장은 “보건휴가의 경우 여직원이 직접 계?과장의 결재를 맡지 않고 서무주임이 일괄적으로 결재를 맡도록 지시했다”며 “보건휴가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매월 다른 과에도 보건 휴가 사용 여부에 대한 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했다”고 말했다.
김남성 기자 kns1992@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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