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칼럼348호-김인숙

"민선시장과 93번째 만남"

지역내일 2000-08-31
"만약 제가 92번만의 만남에서 포기했더라면 93번만의 성공은 이루어 낼 수 없었겠지요."
이 말은 일본 한 지방의 자치단체장이 위생처리장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을 타협과 대
화로 설득하여 마침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을 전해주는 감동의 드라마 마지막 대
사다.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가진 만남의 회수가 93회나 된다니
그 단체장의 고충이 어떠했을까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 긴 협상의 과정을 인내와 양
보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해야하는 수행과도 같은 시간을 함께 한 자치단체장과 공무원 그리
고 주민들은 모두가 주연이고 모두가 감독이고 모두가 관객이 되는 아름다운 한편의 영화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일본의 경우이기는 하지
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지 이제 겨우 십 년을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겨우 걸음마를
벗어난 시기이기는 하지만 민선단체장과 주민들과의 의사소통이나 참여수준은 걸음마에도
못 미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는 권한만 의식하고 책임은 멀리하는 자치철학이 결여
된 자치단체장들의 자세와 규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행정절차의 단순한 집행자로서 의무
만을 다하려는 공무원들, 그리고 주민들이 스스로 투표로 선출한 민선시장에 대한 무관심과
참여의식의 부족이 만들어 낸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의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게 되고 자치단체와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제기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거나 지역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정책이나 계획이
결국은 주민의 저항에 부딛히게 되고 뒤늦게나마 주민들의 지적을 수용하려 해도 지금까지
의 잘못된 행정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자세가 부족한 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서 주민들에게는 실망과 불신만이 쌓이고 과연 주민들이 투표로 민선단체장을 선출하는 지
방자치제도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지경까지 오게된 것이 오
늘의 현실이다.
이는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인 주민투표, 주민감사청구, 주민소환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한 절름발이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 중앙정부에게도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주민들이 잘못된 지역행정의 책임을 묻는 민선단체장 소환제도가 보장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절름발이 제도의 피해자는 당연히 그 지역 주민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물을 수 없는 제도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져 올 폐해는 상상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의 주민들은 꼭 제도로 강제하지 않아도 상식이 통하는 자
치행정을 펼치는 민선단체장을 기대하며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법과 규정만을 들먹이
며 요지부동하는 단체장이 아니라 조금은 부족한 듯 싶어도 주민들에게 마음으로 감동을 주
는 그런 단체장의 모습을 그리면서 말이다.

이제 우리 고양시의 민선시장도 러브호텔 난립문제, 백석동 초고층 아파트 건립문제 등 산
적한 지역의 현안들을 풀어가기 위해 93번의 만남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그 절반만이라도
주민들과 대화하고 주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 애쓰는 시장으로 거듭나기를 우리 고양시
민들은 기대해 본다. 우리시민들은 머리만으로 하는 지방자치가 아니라 지역의 주인인 주민
들을 위해 가슴으로 하는 지방자치의 현장을 보고싶은 것이다.
/김인숙 고양여성민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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