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미국은 이겼는가
임춘웅 객원 논설위원
전쟁 승리의 환희가 가시면서 요즘 미국내에서조차 이라크 전쟁이 과연 정당한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한국의 사정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미국내 이라크전에 대한 비판과 회의는 이라크전을 정당화 하기 위해 미국의 정보당국이 국민들 앞에 내놓았던 각종 정보가 정직했는가 하는 게 첫째이고 둘째로는 미국 군사력 사용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이다. 미 정보 당국은 전쟁전 이라크 침공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기 위해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생·화학무기를 대량 비축 해두고 있으며 핵무기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들은 종국에는 테러집단으로 흘러 들어가 미국의 안보를 해친다는 것이 전쟁의 명분이었다.
대량살상무기 못찾아 전쟁 명분 잃어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한 달반을 넘기고도 미국은 이라크에서 아무런 대량살상무기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전의 선봉에 섰던 미국의 한 해병 장군조차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는 정말 잘못된 것이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도 당시 CIA가 내놓았던 각종 정보는 거의 루머수준이었다고 꼬집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유래 없이 강력하다는 미국의 정보망이 왜 이렇게 됐을까. 그것은 미국이 정보를 토대로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하게 된 게 아니라 전쟁을 하기위해 정보당국이 필요한 정보만을 수집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인 것도 9.11테러를 주도했다고 믿어지는 회교 원리주의자 빈 라덴이 아프간에 숨어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빈 라덴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을 때 빈 라덴이 아프간에 있었다는 어떤 증거도 미국은 내놓지 못했었다. 두 전쟁이 다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다음으로는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세계를 다시 19세기식 ‘힘의 정치시대’로 회귀시킬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일방적 군사적 패권추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미국처럼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나라가 도덕성을 잃었을 때 인류가 맞게 될지도 모를 재앙이다. 이번 이라크전은 미국이 도덕적으로 몰락해 가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미국은 이라크전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물론 미국은 후세인 독재정권을 제거했고 석유를 얻어냈다. 그러나 미국은 중남미지역에서를 제외하면 건국이래 대체로 지켜왔던 국제적 도덕성을 이번 이라크전으로 결정적으로 손상 시켰다. 이라크전을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마샬 플랜을 통해 전후 유럽을 재건했고 패전국 일본을 부흥시킨 바로 그 미국인가 회의를 가졌을 것이다.
미국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아
미국은 또 유엔을 무력화 시켰다. 리차드 펄 미국방정책위원회 위원은 얼마전 영국의 한 일간지에 “신이여! 유엔의 죽음에 감사합니다”란 글을 썼다. 환경문제, 국제적 빈곤문제 같은 것들은 유엔만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유엔같은 기구가 한번 망가지면 다시 재건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라크전은 나토(NATO)의 균열을 초래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의 전쟁에 강력하게 반발했고 그밖에도 많은 회원국들이 미국에 회의적 시각을 갖게 됨에 따라 미국과 유럽간에 일정 거리가 불가피하게 됐고 유럽내에서도 친미유럽과 반미유럽으로 나뉘는 균열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곁들여 미국내 여론이 양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보수주의자들이 추구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와 그에 반대하는 세력간의 마찰이다. 그런 징후들은 이미 상당수준 미국에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이 패권추구를 계속하는 한 그 간극은 점점 확대될 것이다.
테러를 사전에 봉쇄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벌이는 전쟁은 테러의 위험을 더욱 키울뿐 아니라 중동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라크전은 테러집단이 미국에 대한 테러의 정당성을 강변할 합당한 구실을 제공해 주었다. 미국은 무엇을 위해 전쟁을 하는가.
임춘웅 객원 논설위원
임춘웅 객원 논설위원
전쟁 승리의 환희가 가시면서 요즘 미국내에서조차 이라크 전쟁이 과연 정당한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한국의 사정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미국내 이라크전에 대한 비판과 회의는 이라크전을 정당화 하기 위해 미국의 정보당국이 국민들 앞에 내놓았던 각종 정보가 정직했는가 하는 게 첫째이고 둘째로는 미국 군사력 사용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이다. 미 정보 당국은 전쟁전 이라크 침공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기 위해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생·화학무기를 대량 비축 해두고 있으며 핵무기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들은 종국에는 테러집단으로 흘러 들어가 미국의 안보를 해친다는 것이 전쟁의 명분이었다.
대량살상무기 못찾아 전쟁 명분 잃어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한 달반을 넘기고도 미국은 이라크에서 아무런 대량살상무기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전의 선봉에 섰던 미국의 한 해병 장군조차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는 정말 잘못된 것이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도 당시 CIA가 내놓았던 각종 정보는 거의 루머수준이었다고 꼬집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유래 없이 강력하다는 미국의 정보망이 왜 이렇게 됐을까. 그것은 미국이 정보를 토대로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하게 된 게 아니라 전쟁을 하기위해 정보당국이 필요한 정보만을 수집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인 것도 9.11테러를 주도했다고 믿어지는 회교 원리주의자 빈 라덴이 아프간에 숨어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빈 라덴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을 때 빈 라덴이 아프간에 있었다는 어떤 증거도 미국은 내놓지 못했었다. 두 전쟁이 다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다음으로는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세계를 다시 19세기식 ‘힘의 정치시대’로 회귀시킬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일방적 군사적 패권추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미국처럼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나라가 도덕성을 잃었을 때 인류가 맞게 될지도 모를 재앙이다. 이번 이라크전은 미국이 도덕적으로 몰락해 가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미국은 이라크전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물론 미국은 후세인 독재정권을 제거했고 석유를 얻어냈다. 그러나 미국은 중남미지역에서를 제외하면 건국이래 대체로 지켜왔던 국제적 도덕성을 이번 이라크전으로 결정적으로 손상 시켰다. 이라크전을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마샬 플랜을 통해 전후 유럽을 재건했고 패전국 일본을 부흥시킨 바로 그 미국인가 회의를 가졌을 것이다.
미국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아
미국은 또 유엔을 무력화 시켰다. 리차드 펄 미국방정책위원회 위원은 얼마전 영국의 한 일간지에 “신이여! 유엔의 죽음에 감사합니다”란 글을 썼다. 환경문제, 국제적 빈곤문제 같은 것들은 유엔만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유엔같은 기구가 한번 망가지면 다시 재건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라크전은 나토(NATO)의 균열을 초래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의 전쟁에 강력하게 반발했고 그밖에도 많은 회원국들이 미국에 회의적 시각을 갖게 됨에 따라 미국과 유럽간에 일정 거리가 불가피하게 됐고 유럽내에서도 친미유럽과 반미유럽으로 나뉘는 균열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곁들여 미국내 여론이 양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보수주의자들이 추구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와 그에 반대하는 세력간의 마찰이다. 그런 징후들은 이미 상당수준 미국에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이 패권추구를 계속하는 한 그 간극은 점점 확대될 것이다.
테러를 사전에 봉쇄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벌이는 전쟁은 테러의 위험을 더욱 키울뿐 아니라 중동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라크전은 테러집단이 미국에 대한 테러의 정당성을 강변할 합당한 구실을 제공해 주었다. 미국은 무엇을 위해 전쟁을 하는가.
임춘웅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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