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강원대학은 지역사회와 함께 통일을 열어 가는 대학

"자본과 경제의 논리에 의한 국립대 운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역내일 2000-08-26
새 천년 첫 번째로 강원대학교 총장을 맡은 박용수 총장을 만났다. 언론학계에서 배출된 첫 총장이기도 한 박 총장은 변화하는 21세기에,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을 역설한다. 일하는 총장을 다짐하는 박 총장을 만나 강원대학교의 21세기 비전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취임 1개월 소감은?
요즘은 주로 학교 현황파악을 하고 있고, 교육관계부처 인사들을 만나 학교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새 천년의 첫 총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우리 강원대학교가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대학으로 변신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임기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실 사업은?
강원대학교의 경쟁력 확보와 위상 제고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수한 인재 확보와 이 인재들이 어떤 다른 지역 학생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육성할 계획이다. 컴퓨터, 외국어 인증제뿐만 아니라 '독서 인증제'등을 실시하여 인성 면에 있어서도 뒤지지 않는 인재를 만들 계획이고, 단순한 어학연수가 아니라 주제가 있는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국제화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수부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연구업적의 경쟁력 확보인데, 이를 위해 자금의 확보를 통한 연구활동의 활성화와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기자재 확충에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특성화 영역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그 영역을 집중육성하고, 상아탑에 안주하는 대학이 아니라 지역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열린 대학으로 만드는 한편, 분단된 유일한 도이기에 분단극복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북강원도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출 예정이다.

■어떤 분야가 특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실사와 연구를 통해 깊이 있게 생각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발전계획안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 비교우위의 학문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한 일이다. 현재 멀티미디어, 정보통신, 생물분야 등은 강하다. 8월 23일 춘천시와 생물산업 진흥을 위한 협약을 맺었으며, 앞으로 SRC(과학연구센터), ERC(공학연구센타)에 대해 깊이 검토할 예정이다.

■국립대 특별회계법이 실시되게 되면, 국고전입금은 인건비와 시설비에 국한되어, 등록금의 대폭인상이 불가피하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교직원의 대폭감소 등이 우려되는 데?
특별회계제의 본래 목적은 특성화 분야를 감안하여 예산안을 마련, 집행함으로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뜻이다. 문제점은 기성회 예산도 일반회계로 전환하여 오히려 대학의 자율성을 해치고, 대학의 특성에 맞게 예산 운영을 못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원을 후퇴시킨다는데 있다. 특별회계제의 장점을 살려 예산운영을 하되, 국립대 특성에 맞도록 계속적인 예산지원이 있어야 한다. 자본과 경제의 논리에 따라 국립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립대의 설립목적은 국가의 목적 실현에 있는데, 자본과 경제의 논리에 국립대학을 운영한다면, 기초학문 분야의 퇴보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다.

■교육공무원법의 개정에 따라 교수채용의 쿼터제 도입, 교수계약임용제, 연봉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쿼터제는 동종번식의 폐해를 줄인다는 좋은 뜻이다. 경북대는 모교출신 비율이 59.5%인데 비하여, 우리학교는 26%정도로 아주 낮다. 같은 대학출신으로만 교수채용되어 경쟁력을 잃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인데 권장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교수계약임용제의 경우도 악용되지 안는 한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트랙을 만들어 놓고 이를 통과한 교수들에게 정년을 보장해 주는 제도는 필요하다. 교수연봉제는 국립대의 경우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앞으로 연봉제는 현재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부재정 지원을 통해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지금의 재원가지고 '뺏어서 남주기' 형태의 연봉제는 잘못된 방법이라 생각한다.

■학부제를 비롯한 일련의 교육 정책이 학문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데?
학부제는 해야할 부분과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특히 기초 학문 영역에 있어서 학문의 동질성과 유사성이 없는 곳에 학부제를 도입하면 안 되는데, 사립대의 경우에는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학부로 통합하거나 폐과를 하는 사례도 있다. 국립대의 경우에는 기초과학 같이 비인기 학과라 하더라도 경제논리에 따르게 해서는 안되고 학문이 독자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발전을 위해 500억 발전기금 마련을 말씀하셨는데?
정부부처나 기업의 용역 사업 취득과 독지가로부터 장학기금, 연구기금 출현 등 여러 방편이 있겠지만, 우선 자구적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우리 강원대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 즉, 동해 수련원과 연습림을 일반에게 오푼하는 등의 방법을 통한 기금확보를 할 계획이며, 55주년 기념사업을 기점으로 하여 기금모금방법을 개발하고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사용은 건물신축 등 하드웨어보다는 사람중심에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교수들의 연구와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쓸 예정이다.

■선거운동 당시, 총장공관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시겠다고 말씀 하셨는데?
지금 다각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대학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로 활용하던가, 아니면 요리, 예절교육등 수업과 관련된 지원, 보안유지가 필요한 시험출제 및 채점, 교직원들을 위한 결혼식장 제공 등 총장공관의 품위를 손상하지 안는 범위에서 모두 오픈 할 계획이다.

■보직인사 원칙은?
학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과 전진'이라 생각한다. 보직교수 임명시 대학 구성원을 다 이해하고, 다양한 연령층을 다 결합할 수 있는 화합 능력을 보았고, 이와 더불어 영역별 조화와 능력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

■대학운영에 있어 의견 수렴이 중요한데?
항상 말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말 길은 조직의 역동성과 가동력을 높이는 중요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행사와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갖고, 중요한 사항은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 수렴에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강원대학병원이 명실상부한 대학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복안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다. 8월 24일 신축병동 건립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고, 4차 연도 계획으로 950억 정도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올해 200억을 투자해 서비스의 질을 높일 계획이며, 의대교수도 내년도에 최소한 20명 이상 충원하여 이중 임상교수는 병원으로 투입, 교수를 주축으로 진료에 나설 예정이다. 친절과 서비스를 위해 친절 봉사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현재 250병상을 400 병상으로 만드는 공사 중에 발생될 소음과 분진, 주차의 문제 등은 최소화시키겠다.

■남북화해와 통일의 시대에, 분단 강원도에 있어 앞으로 강원대학은?
우리 대학은 98년부터 북한과 관계를 해왔다. 주로 북강원도에 있는 원산농업대학과 관계를 맺고 있는데, 2억원 상당의 컴퓨터 200대를 제공하였다. 전임총장과 교수들이 방북한 경험도 있고, 씨감자 30톤을 지원해 준 적도 있다. 올해도 3억원 상당의 비료 1천톤을 북측에 제공할 예정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농 임 축 인력을 도와 연계하여 북강원도를 비롯, 대학과의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춘천, 강원도 등 지역사회에서의 강원대의 역할은?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스탠포드대학교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었듯이, 강원대학도 강원도의 18개 시군 과 연계하여, 우수한 인재와 실력이 지역에 환원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춘천시 하이테크 벤쳐타운에 전문인력과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것처럼, 상아탑에만 안주하지 안을 것이다. 또한 학생, 교직원, 교수 부인 등 우수인력을 풀 가동할 수 있는 자원봉사센터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봉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사회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삶의 신조나 원칙에 대해?
제자가 잘못하면 자신 있게 뺨을 칠 수 있는 스승, 지역 사회에 어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애니메이션 영상산업을 춘천에서 첫 번째로 제안해 지역사회를 위한 길을 열었다.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누리는 총장이 아닌 일하는 총장'이 되고자 한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스스로를 낮춘다'는 등고자비(登高自卑)라는 한자 성어를 좋아하는데, 항상 이런 자세로 열심히 일할 것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정리= 김선기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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