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주요전투 종료”

링컨호 갑판서 대국민 연설 … 공식 종전선언 유보

지역내일 2003-05-02 (수정 2003-05-02 오후 2:33:06)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라크전쟁 시작 6주일만인 1일 밤(미국시각) 항공모함 함상 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쟁의 주요 전투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공식적인 승전이나 종전선언이 아님을 강조했으나 샴페인만 의도적으로 뺐을 뿐 사상 최초의 항공모함 함상 연설을 한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며 거창한 승전파티, 종전식을 거행한 분위기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밤 9시(한국시각 2일 오전 10시)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다 귀환중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서 20분간 행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제 이라크에서의 주요 전투작전은 끝났으며 동맹군은 이라크의 안전과 재건을 위한 다음단계를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음을 알린지 44일만에 사실상 종전을 선언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이라크를 독재자로부터 구해내고 이라크 국민들을 해방시켰으며 독재정권의 위협을 제거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자평했다.
9개월만에 귀환하고 있는 링컨호 승무원 미해군과 해병대원 5000여명이 지켜본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미군과 동맹군이 이뤄낸 6주일간의 업적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미군들을 치하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공식적인 승전이나 종전선언을 유보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이라크 내에서 안전과 질서를 확보해야 하고 독재정권에서 민주정부로 전환시켜야 하는 등 아직 해야 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이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공식적인 종전 선언을 또다시 유보한 것은 항복을 받아낼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생사나 행방을 모르고 있고 무엇보다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 부시의 함상 연설은 샴페인만 의도적으로 터뜨리지 않았을 뿐 전쟁승리를 자축하고 미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정치 쇼를 방불케하는 승전파티, 종전식으로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연설을 위해 샌디애고에서 대통령전용기 에어 포스 원 대신 소형 해군기인 S-3B 바이킹 쌍발 프로펠러기를 타고 이날 오후 3시쯤 해안에서 100 마일(160Km) 떨어진 해상에 있는 링컨호 선상에 착륙했다.
텍사스주 공군방위군 출신임을 보여주려는 듯 부시는 조종사 복장에 파일럿 헬멧, 전투화까지 착용한 차림으로 갑판에 발을 내딛고 링컨호 승선 장병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의 방송들은 부시의 연설은 물론 링컨호 도착장면까지 생중계하며 역사적인 장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를 부추겼다.
미국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함상 연설회장이 된 항공모함 에브라함 링컨호는 이라크전쟁에 참전하고 근 10개월만에 워싱턴주 모항 기지로 귀환하던 중 미군 총사령관을 맞았으며 이라크전쟁기간중 전투기를 1만 6500회 출격시켰지만 전투기나 인명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공식적인 종전 선언을 유보하면서도 거창한 승전파티를 가진 것은 전쟁국면을 매듭짓고 자신의 재선이 걸린 경제 살리기 등 국내 현안에 보다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알리면서 새로운 무대의 막이 올랐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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