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강남구의 해괴한 논리 유감

지역내일 2003-05-15 (수정 2003-05-15 오후 5:51:50)
3일 서울시 강남구를 비롯한 강남권 3개구가 “재건축만이 강남권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그 근거로 “부족한 공급은 왜곡된 과열을 가져온다”며 “강남권의 주택수요를 충분히 소화, 흡수할 수 있도록 아파트를 공급하면 가격은 오히려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자치구들이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시는 재건축 안전진단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많은 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우선 강남권 부동산 가격폭등의 원인을 애써 감추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부동산 과열의 원인은 일반인들의 주택수요에 있다기 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유동하는 투기꾼들에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면 잠시 숨을 고르다가 상황이 달라졌다 싶으면 마구잡이로 설치는 투기꾼들은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인 후 막대한 차익을 얻고 사라진다.
재건축만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3개 자치구는 테헤란로나 학군이 좋은 지역에 필요한 만큼만 재건축을 통해 아파트를 공급하면 수요는 저절로 해결되고 가격은 하락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수요가 더 이상 늘지 않고 가격이 하락하는 공급량은 도대체 어느만큼을 말하는가. 무조건 이 두가지를 충족할 때까지 재건축을 통해 무한정 공급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직접적 배경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있었다고 한다. 자치구가 주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좋지만 옥석을 가리는 의무마저 저버리는 처사는 합당치 못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강남구 권기범 도시관리국장은 한달여 전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해주지 않는다고 구청을 점거하는 은마 주민들의 민원은 극도의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말했었다. 한달 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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