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월주공 잔류주민-철거업체 갈등<수정본>

철거업체, 빈집 창문에 ''붉은 X표'' …주민들 불안 가중

지역내일 2003-05-13 (수정 2003-05-13 오전 7:11:19)
전국 최대규모 재건축단지인 인천시 남동구 구월주공아파트 철거를 놓고 주민과 업체간 갈등이 일고 있다.
이주기한이 남았는데도 철거업체가 이주한 집 창문마다 붉은 스프레이로 ''X'' 표시를 해 놓아 남은 주민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3월10일 재건축사업이 승인된 직후 철거업체인 동림엔지니어링은 이주한 빈 집에 들어가 붉은 스프레이 작업을 진행하다 주민들이 항의에 부딪혀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철거업체가 다시 빈집 창문에 붉은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니자 이주를 못한 2900여 세대가 반발한 것이다.
주민 박 모씨는 “이주 기한인 7월21일도 되기 전에 흉물스러운 표시를 해서 남아있는 사람들의 불안감과 정신적 피해가 크다”며 “우리 집이 5층인데 4층이 모두 이사를 가는 바람에 양쪽 집 현관문에 시뻘건 가위표를 해놓아 아이가 무섭다고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구월주공재건축조합 최성준 조합장은 “재건축 일정 상 빈집확인을 하라고 철거업체에 지시했는데 철거업체가 자체판단으로 가위표시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주기한을 넘기면 금융비용을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다수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철거를 맡고 있는 동림엔지니어링 박성원 소장도 “붉은 가위표는 기본적으로 철거현장에서 이주를 독려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쓰고 있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잔류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남동구청은 법적 규제 근거가 없어, 강제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동구청 관계자는“철거업체의 혐오스런 방법은 분명히 주민들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다”면서도 “민원이 들어와도 협조공문을 보내거나 조합 측과 시공사 측을 찾아가서 만류하는 이상의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인천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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