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개악 파문

도시계획 기조 뒤 흔들어

지역내일 2003-05-12 (수정 2003-05-12 오후 4:18:21)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제1종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주택법> 개정은 도시계획의 기조를 뒤흔드는 중대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내용이 어떠한 의견수렴이나 토론 절차가 생략된 채, 그대로 통과돼 국회 입법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 난개발 억제 효율적 수단 잃어 =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에 따르면 ‘제1종 지구단위계획’이란 ‘토지 이용을 합리화·구체화하고, 도시 또는 농·산·어촌의 기능 증진, 미관의 개선 및 양호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하여 수립하는 계획’으로 정의돼 있다.
건교부에서 발행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에 따르면 지구단위계획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환경친화적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계획 △도시계획구역 전체를 대상으로 수립하는 도시계획 취지를 반영한 계획 △도시 기능 및 미관을 증진시키고 도시기반시설 및 건축물 등을 정비하고 가로 경관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같이 중요한 ‘1종 지구단위계획’을 안 해도 되게 됨에 따라 도시계획 구역내의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 도시에는 난개발이 없다(?) =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건교부 강팔문 주택정책과장은 “도시계획 구역 내에는 난개발 우려가 없고, 아파트 건설 사업이 2~3년 지연되는 부작용이 커 이를 의제처리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사이버대학 강우원 교수는 “서울시만 해도 한강과 중랑천변에 병풍처럼 들어선 아파트 단지, 북한산 코밑까지 버티고 선 고층 아파트, 동네 야산에 성을 쌓듯 둘러가며 세워진 아파트 등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난개발의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1종 지구단위계획의 의무화가 사라지면 재건축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으로 지구단위계획을 강제할 수 있지만, △준공업지역의 공장 이전지 △군부대 이전지 △재건축이 아닌 민영주택건설사업 등의 경우 심각한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금천구의 군부대가 이전해 이 곳을 건설업자가 매입해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사업승인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공원이나 학교, 도로 등을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져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 토론한번 없이 통과돼 = 특히 문제는 이같이 중요한 내용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고, 전문가의 의견수렴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 법안이 처음 상정된 지난 2월 13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안상수 의원(한나라당·경기 과천 의왕)은 “법안을 며칠 전에 보내줘야 검토를 하고 토론을 하지, 지금 여기 와서 듣고 앉아 있어서야 법안이 소홀히 처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상정된 법안조차 ‘1종 지구단위계획의 의제처리’ 조항에 대한 설명이 없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 법안심사소위원이었던 서상섭 의원은 물론 신영국 위원장도 “이같은 내용의 조항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결국 조항을 삽입한 건교위 수석전문위원과 의견을 개진한 건교부 주택정책과장만 이 조항을 제대로 알고 있었을 뿐이다.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는 당사자인 기술사들도 이같은 조항의 개정을 몰라, 전문가의 의견수렴 절차도 생략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건교위 손성태 수석전문위원은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통과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민원사항이 많아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우원 교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는 절차상의 문제로 이를 개선하면 되는 것이지만, 지구단위계획을 없애는 것은 본질에 관련된 것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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