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 과다산정은 냉전유산”

고비용은 흡수통일 전제 … 한반도와 독일이 다르다는 게 최근 연구동향

지역내일 2000-11-06 (수정 2000-11-06 오전 10:48:27)
“통일비용은 허구다.” 분단비용을 계산해 자료집을 낸 임채정 의원실의 관계자가 한 말이다.
통일비용을 과다 산정한 그동안의 연구는 분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적게 취급했거나, 통일의 어려움을
강조하기 위한 냉전적 사고라는 주장이다.
“통일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주장은 일부 보수적인 학자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일반적으
로 떠올리는 생각이기도 하다.
사실 ‘통일비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측면이 강하다. 97년 3월 권오기 통일원
장관은 통일비용에 대해 △통일 이후 북한의 내부 혼란을 방지하는데 드는 ‘위기관리비용’ △북한의 제도
를 본격적으로 통합하는데 드는 ‘제도통합비용’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사회복
지혜택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한다고 개념지은 바 있다.
통일비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는 300억~3조5천억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시기와 방법, 소요 기간
과 기준에 따라 다르게 계산하고 있다(본지 11월 1일자 참조). 어쨌건 엄청난 경제적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
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통일=비용 부담’의 정식은 독일통일 사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됐다.
실제 독일은 통일 이후 10년 동안 공공지출만 해도 우리나라 GDP의 2배 정도인 7500억 달러를 쏟아부었
지만, 아직 동독경제의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소장 학자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통일비용 산정 자체가 잘못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독일 통일문제를 연구한 극동문제연구소 정상돈 연구위원은 “독일통일을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잘못됐
다”며 “당시 동서독 화폐교환을 1 : 1이 아닌,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1 : 4로 했어도 그 정도 비용은 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랜드연구소 수석경제고문 찰스 울프(Charles Wolf) 박사도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한 자리
에서 “통일비용에 대해서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북한이 어떤 식으로 경제재건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
는 만큼 구체적인 수치는 의미가 없다”며 “어쨌건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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