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에서 소외되는 시영아파트 실태

재건축 차별정책에 주민 분통

지역내일 2003-04-22 (수정 2003-04-22 오후 4:53:14)
“집이 무너질 것 같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 1970세대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보내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곳곳에 도시가스가 새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고, 벽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가로 세로로 금이 간 상태다. 아파트 1층 계단은 균열이 심해 상당부분은 내려앉았다. 지붕의 기와는 미끄러져 떨어지기 직전이어서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조이게 하고 있다.
벽 속의 전화선은 이미 끊겨 외부로 선을 연결해서 써야 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최근 4년 동안 단지 내 300㎜ 도시가스관이 파열돼 15차례나 보수공사를 했으며 현재도 한 곳은 보수 중이다.
아파트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직도 손봐야 할 곳이 널려 있다. 최근 2년 간 관리사무소가 자체적으로 보수한 것이 5200건에 달한다”며 “계속 고치고 있지만 엄두가 안 난다”고 고개를 저었다.
개포시영아파트 주민들은 더 이상 이 아파트에서 사람이 살 수 없다며 재건축하겠다는 입장을 강남구청에 요청했다. 그러나 결과는 ‘재건축불가’였다.
지난해 9월 31일 강남구청이 위촉한 심의위원들은 예비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유는 “과다한 수선·유지비가 소요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재건축이 불가피 하다고 판단키 어렵다”는 애매모호한 진단을 내렸다.
주민들은 “구청이 최근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는 강남지역 다른 아파트와 차별진단을 한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들은 3개월 전, 인접한 대치동 주공1단지가 재건축심의를 무난히 통과해, 안전상태가 훨씬 불량한 시영아파트는 당연히 재건축진단이 나올 것이라고 믿었다.
이 아파트 공사기술에 대해 중앙안전기술연구원 윤종문 원장(구조기술사)은 “조립식주택의 중요 포인트는 연결기술인데 기술도입 후 처음으로 시공한 곳이 개포시영으로 누수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이 공법은 구조적으로는 수평력(태풍이나 지진 등에 약한 구조)이 약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80년대 초 중반에 조립식 공법으로 지어진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다면 대부분 D등급 이상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개포시영아파트는 1998년 조합이 용역을 의뢰한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재건축가능 등급)이 나왔으며, 최근 E등급을 받은 고덕 주공1단지 역시 조립식공법으로 지어진 아파트다.
개포 시영아파트는 1983년 12월에 ㅎ건설이 지은 아파트로 당시에도 부실시공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부실시공으로 관계공무원 13명이 징계를 받았고, 1년간에 걸친 하자보수를 하고 겨우 준공을 받은 곳이다. 1983년부터 입주해 살고 있는 박 모씨는 “84년에 지어진 고덕 주공1단지는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즉각 사용금지 등급) 판정을 받았다”며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재건축 불가진단을 하는 강남구청이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승희 개포시영아파트재건축 조합장은 “강남구청이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에는 열을 올리면서 정작 상태가 심각한 시영아파트는 외면하고 있다”며 “3월 한달 동안 은마아파트는 두 번에 걸쳐 예비안전진단을 실시했지만 재진단을 요청한 우리에게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수차례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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