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침공 장기화 전망

미국의 진정한 적은 ‘시간’

지역내일 2003-03-31 (수정 2003-03-31 오전 11:36:31)
미국은 이라크전쟁을 오래 끌수록 국내외에 복잡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 정치적 시한에 앞서 이를 마무리하려 하나 미국에게 진정한 적은 결국 시간이라고 30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지적했다.
신문은 이날 1면 분석기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측근들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오랜 전쟁도 불사할 것임을 고수했으나 그들은 가감 없는 현실, 즉 전투가 장기전이 되고 거칠어질수록 전장에서부터 국내 전선을 포함, 전 세계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에 직면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잔혹하고 소모적인 바그다드 시가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수많은 미군과 이라크 민간인들의 목숨을 앗아갈 뿐 아니라 이슬람세계 내 반미감정을 첨예화하고 미 경제회복 역시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스에 인용된 존 루이스 거디스 예일대 교수(역사학)는 “카오스이론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럭일 경우 다른 어떤 곳에서는 토네이도를 일으킨다”고 말하고 “우리는 지금 이같은 나비의 상황 중 하나에 서있고 전쟁이 더 길어진다면 세계 다른 지역에서 더 큰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ㆍ애리조나주)도 “바그다드 시가전은 이라크전의 장기화라는 큰 파장을 미칠 것이나 (나는) 한 두달 내 전쟁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LA 타임스는 지난 주 이라크군이 보여준 완강한 저항은 미 행정부 관리들에게 더 장기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전쟁과 그 파급효과에 대한 전망을 고려하게 했다고 지적하면서 잇단 미디어의 지적과 함께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전쟁이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책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디스 교수는 “앞으로 ?주가 전쟁판도에 결정적”이라고 말하고 미군이 초기 승리를 거둔다면 부시의 개전 결정에 대한 합법화 효과와 함께 어느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를 확인시킬 것이며 또 그 과정에서 미군이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적발할 경우 전 세계에 걸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전쟁이 오래 지속되고 막대한 전비부담이 계속되면 그 반대 메시지가 나올 수 있고 게릴라들의 잇단 공격 등으로 곤란한 지경에 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문은 장기전은 더 많은 희생자를 내고 아랍세계에 분노를 촉발시키며 전후 이라크 재건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던질 것이며 미국인들에게는 피와 재물을 잃게 해 경제의 발목을 잡고 부시 자신도 오는 2004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될 기회가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임스는 또 이라크전의 장기화는 북한과 파키스탄, 요르단 등 다른 지역에서 위기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오클리 전 파키스탄주재 미국대사도 아랍동맹 등 인접국들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이미 중앙정보국(CIA)은 아랍 정보기관들의 비협조를 예상했다”며 이같은 비협조는 향후 대테러전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라크의 한 부족출신 외교 관계자도 “미군이 민병대원 500명을 죽일 경우 4천명의 적을 만드는 꼴이 될 것이며 미국은 남편과 아들, 형제들을 잃은 그들로부터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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