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탈 코리아’조짐

더 늦기 전에 부실기업 정리 등 개혁 약속 지켜야

지역내일 2000-10-30 (수정 2000-10-30 오전 11:22:33)
외국자본들이 다시 한국을 떠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여건이 올 하반기부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IMF 이후
외환위기 극복에 도움이 됐던 외국자본들이 서서히 ‘셀 코리아’ 조짐을 보이고 있다. ▶ 관련기사
8·9면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으로 떨어지고 대우차 매각 실패와 현대건설 유동성 악화 등의 사태로‘올 12월 한국 경
제 제2 위기설’등이 외신 지면을 장식한 가운데 외국인 주식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
으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자본수지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8억9000만달러 순
유출되고 대우 해외부실채권이 상환되면서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9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정보통신기기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9월 경상수지가 18억2000만달러로올 들어 가장 큰 규
모의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감에 따라 자본수지가 1년 만에 처음으
로 순유출을 나타낸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외국자본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국가신인도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가위험도
이상으로 우리나라 주식 부동산 등의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자산을 매입해왔다”며 “외국자본의
자금회수는 그만큼 국내시장의 불안 요인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에 미래가 없다”는 것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
과 실물경제 종사자들은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들어 “누구나 눈앞에 거대한 수렁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도 빠져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암초는 현대건설에서 비롯된 현대사태 처리와 대우자동차 문제임을 재계
에서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집권 여당을 비롯 정치권이나 재경부를 비롯한 관료들도 누구 하
나 이 문제를 ‘정공법으로 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현 경제팀은 내년 2월까지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끝마치는 등 4대부분 개혁을 밀어붙이겠노라고 공언해왔다. 그
러나 정작 4대부분 개혁에서 가장 먼저 시도된 부실 및 워크아웃 기업 정리 작업에서 현대건설과 동아건설 등 대
기업들의 처리 문제를 또다시 우회, “경제 개혁은 이미 물건너 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세계 주요 경제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우리경제의 ‘12월 위기설’
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 기업 부문의 부채는 6000억 달러 이상으로 GDP의 160%에 달하고 있고 12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19조원
(180억달러)의 회사채에 대한 우려가 12월 위기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경고다.
기업들은 올해 발표된 양호한 경제 지표에 힘입어 실상 개혁을 포기했다. 정부는 서서히 개혁 추진력 상실로 더
이상 밀어붙이기 힘든 ‘레임덕’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위기의 모든 조건들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 이
들 외신들의 분석이다.
이들 외신들과 경제전문가들은 “파국이 오기 전에 하기로 약속했던 부실기업 정리와 개혁을 원칙대로 추진하
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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