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주식투자 어떻게 했나

정책심의·집행 종목 다수 매매

지역내일 2003-03-05
정부정책결정에 깊숙이 연관돼 있는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매각을 앞둔 조흥은행과 문광부의 영업제한으로 매출액증가에 타격을 입은 강원도 카지노업체 강원랜드주식을 매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회의원들은 일부 대형주와 금융주를집중매도했으며 재벌계열사 중에서도 일부기업을 선별해 투자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변동신고내역에 따르면 본인 또는 가족이 상장·등록주식 매매로 재테크한 국회의원은 전체의 15.38%인 42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27명으로 64.29%를 차지했으며 민주당 10명(23.8%), 자민련 3명(7.14%) 등이었다.
◇ 강원랜드 조흥은행 매매 ‘눈에 띄네’=국회의원들은 강원랜드 주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위 김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강원랜드주식 3180주를 매수했으며 김 의원 배우자도 150주 샀다. 행자위 김옥두 민주당 의원은 110주를 사들였다. 반면 산자위 소속이면서 태백정선 지역구 의원인 김택기 민주당 의원은 강원랜드 주식 400주를 처분했으며 문광위 정진석 자민련 의원은 강원랜드 주식 554주를 지난해에 내다 팔았다.
정부와 금융정책을 논의, 집행하는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인 김효석 의원은 지난해 조흥은행 주식 1만8500주를 사들였다. 김 의원은 조흥은행 주식매입 이후 조흥은행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의혹을 받고 있다. 허태열 의원은 조흥은행 주식 2000주 샀다. 현경대 의원은 500주, 현 의원 장남은 50주 매수했다. 그러나 김 의원 배우자는 2만주를 팔았고 정몽준 의원도 조흥은행 주식 440주를 시장에 내놨다.
◇대형주·금융주 선별투자= 국회의원들은 또 대형주들을 선별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계열에서는 삼성전자를 팔고 삼성전기를 샀다. 행자위 김무성 의원 배우자는 삼성전자 보유주식 5300주를 매도했고 행자위 김용환 의원도 2000주를 팔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 박 진 의원은 50주를 시장에 내놓았다. 삼성전기는 김덕배 의원이 3180주, 박병윤 의원가 배우자 1000주, 이규택 의원 배우자가 1000주를 사들였다.
현대계열에서는 현대차의 인기가 높았다. 김영선 의원은 현대차를 1440주 샀고 김희선 의원 배우자도 350주 매수했다. 김덕배의원도 현대차 1000주를 사들였다.
LG계열에서는 LGEI와 LGCI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박병윤 의원이 LGEI주식 102주를 샀고 정세균 의원도 LGEI와 LGCI주식을 매수했다. 재경위 소속 정의화 의원은 LGEI만 샀다.
금융주도 선호대상이었다. 김옥두 의원은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을, 김종호 의원 배우자는 현대증권을 매수했다. 박상규 의원 배우자는 대구, 경남은행과 서울증권 주식을 사들였다. 박종희 의원도 LG투자증권 주식만 100주 샀다. 이규택 의원, 정세균 의원과 원철희 의원 배우자는 하나은행주를 매수했다. 현경대 의원과 현 의원 장남은 대신증권 외환은행주식을 매입했다.
◇ 주목받는 ‘매매’=강원랜드에 대한 문광부 규제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택기 의원과 문광위 소속 정진석 의원의 강원랜드 주식 매도가 눈에 띈다. 문광위는 문광부 사업에 대한 심의와 정책제안을 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문광부로부터 이달 개장할 메인카지노 영업에 제한을 받고 있고 있다. 이 제한에 묶여 강원랜드의 수익전망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잇달아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산자위 소속 김 의원 등은 문광부가 강원랜드 영업제한을 풀어주도록 노력해 왔으나 실적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베팅한도제한 완화, 사이드베팅 허용 등에서 기대이하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SBS프로덕션 회장이었던 신영균 한나라당 의원은 문광위 소속으로 SBS주식 8062주를 사들이고 계열사인 태영주식 1만5000주를 매도했다.
정몽준 국민통합21 의원은 조흥은행 440주를 비롯 현대중공업 2만947주, 현대상선 2만2819주, 현대정유 31만9340주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사조그룹 오너 주진우 한나라당 의원은 사조개발 5000주를 사고 사조산업 24만510주를 팔았으며 그의 장남과 차남이 사조산업 주식을 각각 14만주, 13만9600주를 매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김영선 의원이 동부그룹의 불법지분매입 문제가 터지기 전에 아남반도체 주식 8700주를 판 것도 탁월한 선택으로 주목받았다.
◇ 국회의원도 주식매매 제한해야=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증권유관기관들은 주식 직접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책과 정보를 확보하기 쉬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담당업종의 주식매매가 제한되기도 한다.
국회의원들도 형평성 차원에서 매매제한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윤리특위 관계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정보접근이 용이한 국회의원들의 주식제한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현행 법테두리내에서는 제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관련 기관들처럼 국회의원들이 미공개정보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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