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지원정책 봇물, 효과는 의문

지방도시 인구격감 초비상 정부차원 장기적 인구정책 절실

지역내일 2003-02-11

가구당 출산율이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출산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는 도시전입 인구가 계속 늘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충북 청원군만 해도 1997년 1898명이던 신생아 출산이 4년만에 1381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경기 연천군도 매년 800명선이던 신생아 수가 2000년대 들어서는 600명선으로 대폭 줄었다. 16개 시도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전라남도의 경우 1990년 2만6000명에 달하던 신생아 수가 10년만에 2만4000여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만명으로 더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건 일부 지방자치단체이지만 출산율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2001년 현재 가임기 여성 한 명이 생애동안 낳는 아이 수(합계출산율)는 1.3명이다(1970년 4.53명이던 것이 1995년 1.65명, 99년 1.42명으로 줄어들었다). OECD 국가 중 최하 수준이다.
◇무료 건강검진도= 충북 청원군은 올해의 캐치프레이즈로 ‘어린이가 행복한 청원군을 만들어요’를 내세웠다. 관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임산부가 보건소에 등록을 하면 임산부 영유아 건강관리와 함께 출산육아용품을 지원한다. 특히 출산여성이 전업 농업인일 경우 농사일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고용하도록 농가도우미 임금의 80% 수준(30일간 64만8000원)을 지원한다.
경기 연천군은 올해부터 출생신고를 하는 가정에 신생아 은팔찌를 선물하기로 했다. 시가 2만원 상당의 팔찌에는 아기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새겨져 미아보호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라남도는 농어촌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여성이 출산하면 신생아 양육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만원을 지급했지만 올해부터는 20만원으로 인상했다.
도시지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달 22일 급감하는 출산율 저하에 대처하기 위해 구 보건소에서 임산부 산전관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구는 초음파 진단, 철분제 공급과 함께 기형아 예방을 위한 풍진검사와 태아기형아 검사, 신생아 선천성대사이상 검사를 무료로 실시할 계획이다. 광주 북구는 최근 구내 거주 여성 중 아이를 가장 많이 낳은 다산왕을 뽑아 제주도 여행권 등을 경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출산율 30년만에 3배 줄어=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우선적으로는 교육과 사회활동에 따른 여성들의 의식변화가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0년 15세부터 49세까지의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대답한 여성은 10명 중 6명도 안됐다(58.1%). 1990년만 해도 이 비율이 90.3%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다.
출산이나 육아가 온전히 개인만의 부담인 사회에서 두 자녀 갖기란 꿈같은 이야기다. 4살된 아들을 둔 윤 모(32·서울 강동구)씨는 “결혼 전에는 가급적 아이를 많이 가질 계획이었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 둘째는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말했다.
◇미혼율 증가도 한몫= 기혼여성들의 ‘출산기피’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로 꼽히는 건 미혼 남녀가 출산의 전 단계인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1년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는 6.7건이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1980년(10.6건)에 비해 1000명당 3.9쌍이 줄었다. 여성의 평균 결혼연령도 1960년에 21.6세에서 2000년 26.5세로 높아졌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사회정책 팀장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 중 70∼80% 이상은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은데 있다”고 밝혔다.
한 쌍의 부부가 평생 2.1명의 자녀를 낳아야 인구가 늘지도 줄지도 않고 현재 수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1983년(합계출산율 2.08) 이 수준을 지나쳤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인간수명이 길어져 인구는 아직 늘어나고 있지만 이 속도로 간다면 20년 뒤에는 실질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100년 뒤에는 지금의 절반 수준(2300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는 인구 감소= 이런 가운데 현재 지자체를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출산장려금 형태의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출산용품을 지원 받은 김 모(30·충북 청원)씨는 “여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이 하나를 낳고 키우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10만∼20만원을 준다고 애를 더 낳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정책 집행자들도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천군 관계자는 “출산증가 방안은 안되겠지만 계기는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도 “현금 외에 건강검진 등 지원확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큰 효과를 못 볼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인구정책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공식입장은 ‘아직까지 저출산이 사회적인 문제인지 아닌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달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출산 보조수당과 아동양육 수당 지급, 부양가족 세액 공제와 교육비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출산장려 정책을 보고했지만 최근 조율 끝에 ‘범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정도로 바뀌었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팀장은 “이미 1980년대 초에 ‘40년 뒤면 인구가 감소될 것’이라고 예측하긴 했지만 이렇게 맞아떨어질 줄 예측하지 못했다”며 “결혼이나 출산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공동의 영역이 됐다”고 지적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