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사회적 약자의 후견인”

윤락 여성과의 편지로 주목받은 김형중 강동경찰서장

지역내일 2003-02-04 (수정 2003-02-05 오후 4:57:03)
“윤락 여성과의 편지 왕래가 기사화 된 이후 한 사형수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경찰서장이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줘 고맙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이런 칭찬과 관심이 어찌 보면 부담스러웠습니다. 경찰에게는 인권보호가 당연한 의무니까요”
김형중 강동경찰서장(47·사진)이 언론에 이름을 드러낸 건 1월 중순.
강동구 천호동 423번지, 이른바 ‘천호동 텍사스’로 불리는 대표적 윤락가의 한 여성이 김 서장에게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호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처음에는 무척 난감했습니다. 매춘은 엄연히 위법이므로 매춘 여성의 편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나 단속은 지속적으로 하되 인권은 인권대로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김 서장은 이 같은 생각으로 이 윤락 여성에게 얼마 후 답장을 보냈다. 김 서장은 지극히 원론적인 생각으로 이 여성에게 답장을 보냈지만 그 반응은 김 서장의 생각처럼 원론적이지 않았다.
관할 경찰서장이 보낸 답장은 천호동 윤락가의 여성들에게 읽히면서 잔잔한 파문을 던졌고 이 파문은 전국적인 반향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 전 이곳 윤락 여성에 대한 ‘재테크 교육’을 실시했다.
이 행사는 당연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관심이 집중되면 반발도 일기 마련. 일부 언론이 140명 전체 윤락 여성 중 일부가 억지로 참석했다고 보도하는 바람에 김 서장의 원론적인 애정은 각론으로 그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게 됐다. 2단계, 3단계 대책까지 염두에 뒀던 김 서장으로서는 이 일이 두고두고 안타깝다.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아니더라도 윤락 여성들에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줄 사람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 김남성 기자 kns1992@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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