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의 실마리 찾기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현재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과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미국이 정해놓은 ‘한계선(red line)’의 금을 밟고 있다. 북한은 NPT 탈퇴선언과 함께 ‘조건부 핵포기’ 의사를 분명히 하며 당분간 한계선을 넘지 않고 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는 여전히 ‘귀머거리 대화’를 지속하는 듯 각자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미국이 ‘선핵포기 후대화’ 입장에서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로 입장변화를 보이지만, 아직 내부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은 듯 북-미 직접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시간이 그들 편이라고 생각하며 이라크 전쟁 준비에 주력하면서 느긋한 자세를 보이는 반면, 심각한 체제위기에 봉착한 북한은 조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주변국가들과의 대화를 적극 모색하며 핵문제 해법을 찾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 특사와 핵문제를 협의한 이후 남한 특사와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달 20일 러시아 외무차관 로슈코프 북핵 특사와 6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러시아가 북핵 위기 중재를 위해 제시한 ‘일괄타결안’을 건설적으로 평가하며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러시아가 제안한 일괄타결안은 한반도의 비핵화 보장과 국제협정상의 의무 이행, 관련 당사국간 양자 또는 다자간 방식의 북한 안전보장, 북한에 대한 인도적·경제적 지원프로그램 재개 등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북, 이라크 전쟁 이전에 해결 바라
러시아의 일괄타결안은 한·미·일 3국이 미국 클린턴 행정부 때 만든 페리보고서의 내용과 유사하다. 대체로 한국, 러시아, 북한은 북핵문제의 ‘일괄타결’이 가장 합의적 해결방안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한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해소 및 체제보장과 관련한 단계별 일괄타결을 모색하는 ‘페리프로세스’ 재가동 또는 새로운 버전의 ‘일괄타결안’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란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제네바합의 때부터 핵동결과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의 ‘동시행동의 원칙’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일괄타결안을 건설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 특사와의 일괄타결에 대한 협의를 마친 이후 남한의 특사 방문 제의를 수용함으로써 핵문제의 조기 해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남한의 특사 제의를 수용한 것은 이라크 전쟁 전에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은 북한 체제보장 방식에 있다. 북한은 ‘한반도 핵문제는 미국이 불가침조약체결로 북한에게 법적인 안전담보를 주면 해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 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약하라는 것은 불가침을 약속한 제네바합의 이후에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미국은 지금까지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바 없다는 점과 국회 비준 절차에 대한 부담 등을 들어 북한의 불가침조약체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불가침조약 체결 이후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위상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선 핵개발포기 등 무장해제를 요구하면서 ‘시간벌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과 미국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미국은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 상임이사국과 남북한, EU, 호주, 일본 등이 참여하는 ‘5+5 협의체’ 신설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5+5 협의체’는 안보·경제 동시 해결
지금까지 북한은 북핵문제의 안보리 회부 등 국제화를 반대하면서 북-미 직접협상을 통해서 풀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자 안전보장방안을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의 다자 안전보장방안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북-미 직접협상 결과에 대한 다자 안전보장방안일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국내 정치적 이유를 들어 불가침조약을 맺을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북-미 협상 결과를 관련국가들이 국제협의체를 만들어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보증할 경우 불가침조약을 맺지 않고 문서로 불가침을 약속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침공 의사 없음’을 문서로 확약하고 이를 ‘5+5 협의체’ 등을 통해서 보증할 경우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5+5 협의체’는 북한의 안전보장뿐만 아니라 경제재건 지원 기구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5+5 협의체’가 만들어 질 경우 이는 북한의 체제보장과 경제재건을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국제협력기구가 될 것이다. 북한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현재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과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미국이 정해놓은 ‘한계선(red line)’의 금을 밟고 있다. 북한은 NPT 탈퇴선언과 함께 ‘조건부 핵포기’ 의사를 분명히 하며 당분간 한계선을 넘지 않고 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는 여전히 ‘귀머거리 대화’를 지속하는 듯 각자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미국이 ‘선핵포기 후대화’ 입장에서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로 입장변화를 보이지만, 아직 내부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은 듯 북-미 직접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시간이 그들 편이라고 생각하며 이라크 전쟁 준비에 주력하면서 느긋한 자세를 보이는 반면, 심각한 체제위기에 봉착한 북한은 조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주변국가들과의 대화를 적극 모색하며 핵문제 해법을 찾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 특사와 핵문제를 협의한 이후 남한 특사와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달 20일 러시아 외무차관 로슈코프 북핵 특사와 6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러시아가 북핵 위기 중재를 위해 제시한 ‘일괄타결안’을 건설적으로 평가하며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러시아가 제안한 일괄타결안은 한반도의 비핵화 보장과 국제협정상의 의무 이행, 관련 당사국간 양자 또는 다자간 방식의 북한 안전보장, 북한에 대한 인도적·경제적 지원프로그램 재개 등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북, 이라크 전쟁 이전에 해결 바라
러시아의 일괄타결안은 한·미·일 3국이 미국 클린턴 행정부 때 만든 페리보고서의 내용과 유사하다. 대체로 한국, 러시아, 북한은 북핵문제의 ‘일괄타결’이 가장 합의적 해결방안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한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해소 및 체제보장과 관련한 단계별 일괄타결을 모색하는 ‘페리프로세스’ 재가동 또는 새로운 버전의 ‘일괄타결안’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란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제네바합의 때부터 핵동결과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의 ‘동시행동의 원칙’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일괄타결안을 건설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 특사와의 일괄타결에 대한 협의를 마친 이후 남한의 특사 방문 제의를 수용함으로써 핵문제의 조기 해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남한의 특사 제의를 수용한 것은 이라크 전쟁 전에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은 북한 체제보장 방식에 있다. 북한은 ‘한반도 핵문제는 미국이 불가침조약체결로 북한에게 법적인 안전담보를 주면 해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 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약하라는 것은 불가침을 약속한 제네바합의 이후에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미국은 지금까지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바 없다는 점과 국회 비준 절차에 대한 부담 등을 들어 북한의 불가침조약체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불가침조약 체결 이후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위상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선 핵개발포기 등 무장해제를 요구하면서 ‘시간벌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과 미국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미국은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 상임이사국과 남북한, EU, 호주, 일본 등이 참여하는 ‘5+5 협의체’ 신설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5+5 협의체’는 안보·경제 동시 해결
지금까지 북한은 북핵문제의 안보리 회부 등 국제화를 반대하면서 북-미 직접협상을 통해서 풀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자 안전보장방안을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의 다자 안전보장방안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북-미 직접협상 결과에 대한 다자 안전보장방안일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국내 정치적 이유를 들어 불가침조약을 맺을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북-미 협상 결과를 관련국가들이 국제협의체를 만들어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보증할 경우 불가침조약을 맺지 않고 문서로 불가침을 약속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침공 의사 없음’을 문서로 확약하고 이를 ‘5+5 협의체’ 등을 통해서 보증할 경우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5+5 협의체’는 북한의 안전보장뿐만 아니라 경제재건 지원 기구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5+5 협의체’가 만들어 질 경우 이는 북한의 체제보장과 경제재건을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국제협력기구가 될 것이다. 북한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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