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젊은 노인’ 떠나라?
김영호 시사평론가
IMF 사태는 연쇄도산-집단해고라는 형태로 나타나면서 무수한 일자리를 파괴했다. 금리폭등-환율앙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마침 도입된 정리해고제를 무기로 삼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저마다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해고기준을 고과점수로 삼으니 항의와 저항이 드셌다. 자연히 연령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 문맹이라는 핑계도 있다. 해고대상을 나이 순서로 잡다보니 해고의 돌풍이 불 때마다 40대, 50대가 그 과녁이 되고 말았다.
새 천년의 개막을 알리는 요란한 팡파르는 이 나라 성장의 주역에게는 비운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였다. 벤처라는 낯선 영어와 함께 무슨무슨 닷컴이 쏟아지는가 했더니 온통 벼락부자의 이야기가 넘쳐 났다. 언론에도 20, 30대의 주인공이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떼돈을 벌었다는 소식으로 가득 찼다. 벤처기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고 코스닥은 돈 공장인 양 시끄러웠던 것이다. 그야말로 현대판 골드러시는 IT개념이 부족한 40대, 50대를 철저하게 따돌렸다.
이제 웬만한 직장에서 50대는 멸종위기에 처한 신세다. 더러 살아남은 희귀종이 있다면 자리를 보존하려고 보호색으로 위장해 나이를 감춘다. 흰머리카락이 보일라 염색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보톡스로 주름살을 펴고 검버섯을 없애려고 박피수술도 한단다. 야생의 세계에서 약자가 살아남자면 주위환경에 맞춰 변색해야 한다. 그 생존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20, 30대 ‘돌풍’에 50, 60대 ‘몰락’ 위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한국사회 기저에 흐르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표출됐다. 기성체제에 대한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이들의 응집력이 노무현을 연호했던 것이다. 그것을 2030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 구심점에는 쌍방향 교신시대를 연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그 변화의 바람이 낡은 정치를 날려 버리기를 열망한다. 하지만 그 바람이 잘못 불어 세대간의 간극(間隙)을 더 벌리는 역풍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여망 또한 크다.
재벌의 성장배경에는 정경유착이 도사리고 있다. 크게는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작게는 경제관료와 밀착해서 성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재계는 경기변동-시장변화보다는 권력이동에 따라 더 민감하게 작동한다. 정계-관계-금융계에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면 그들과 인맥을 맺으려고 부산하다. 2월 주주총회에서 신흥세력의 학연-지연-혈연에 맞춰 경영진을 개편하는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연고기반이 없다. 하지만 재계는 권력집단의 인적구성에 맞춰 변신하는 습성을 가졌다. 그것이 재계의 성장사이다. 새 정부의 인력구조가 젊어진다면 재계도 그 만큼 연소해질 것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와 함께 재계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재계의 고포(古鋪)인 두산, LG에 이어 삼성, 현대에도 3세가 사령탑에 앉기 시작했다. 재벌3세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일군 사람들이부담스럽다. 경륜보다는 혈기를 중용하여 호흡을 맞추려고 한다. 그것이 벌써 새해 인사에서 나타나 주요재벌의 사장단이 젊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흰머리’는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사회구조는 고령화하는데 고용구조는 연소화하고 있다. 의술의 발달로 팔순은 넘겨야 천수를 누렸다고 말한다. 그런데 쉰 고개도 못 넘기고 일터에서 밀려나니 30년을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 남자라면 대학 나오고 군대 다녀오면 서른을 눈앞에 둔다. 그런데 20년을 벌어서 더 긴 세월을 살아야 한다. 그것도 자녀진학, 자녀결혼으로 일생에서 가장 돈이 많이 나가는 시기를 말이다. 저금리로 퇴직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용돈거리다. 국가경제 발전의 견인차였던 세대가 사회에서 거세되어 하루아침에 무능력자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세대차별 심각, ‘젊은 노인 살리기’ 시급
지난 5년간의 변화는 지난 100년간의 그것을 능가한다. 첨단기술의 발달속도는 광속을 닮았는지 동시대인이 따라가기에도 숨차다. 안방을 뛰쳐나온 전화의 이동성은 인간두뇌와 연결되는 신경체계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음성통화-문자교신-영상수신에 이어 결제기능도 맡는다. 인터넷은 ‘종이 없는 세상’으로 지구촌을 더 가깝게 만들며 인간의 감정마저 전이(轉移)한다.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변화의 물결에 밀려 아날로그 세대가 고아로 낙오하는 형국이다.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약점은 나이다. 지방차별, 학벌차별, 여성차별, 용모차별이 심한데 연령차별 또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젊은 노인’의 부양은 자라나는 세대의 몫이다. 취약한 재정기반을 본다면 그 부담은 너무 과중하다. 하지만 세대교체라는 합주곡의 소리는 점점 요란해지고 있다. 새로 출범할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도 인식해야 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김영호 시사평론가
IMF 사태는 연쇄도산-집단해고라는 형태로 나타나면서 무수한 일자리를 파괴했다. 금리폭등-환율앙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마침 도입된 정리해고제를 무기로 삼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저마다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해고기준을 고과점수로 삼으니 항의와 저항이 드셌다. 자연히 연령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 문맹이라는 핑계도 있다. 해고대상을 나이 순서로 잡다보니 해고의 돌풍이 불 때마다 40대, 50대가 그 과녁이 되고 말았다.
새 천년의 개막을 알리는 요란한 팡파르는 이 나라 성장의 주역에게는 비운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였다. 벤처라는 낯선 영어와 함께 무슨무슨 닷컴이 쏟아지는가 했더니 온통 벼락부자의 이야기가 넘쳐 났다. 언론에도 20, 30대의 주인공이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떼돈을 벌었다는 소식으로 가득 찼다. 벤처기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고 코스닥은 돈 공장인 양 시끄러웠던 것이다. 그야말로 현대판 골드러시는 IT개념이 부족한 40대, 50대를 철저하게 따돌렸다.
이제 웬만한 직장에서 50대는 멸종위기에 처한 신세다. 더러 살아남은 희귀종이 있다면 자리를 보존하려고 보호색으로 위장해 나이를 감춘다. 흰머리카락이 보일라 염색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보톡스로 주름살을 펴고 검버섯을 없애려고 박피수술도 한단다. 야생의 세계에서 약자가 살아남자면 주위환경에 맞춰 변색해야 한다. 그 생존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20, 30대 ‘돌풍’에 50, 60대 ‘몰락’ 위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한국사회 기저에 흐르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표출됐다. 기성체제에 대한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이들의 응집력이 노무현을 연호했던 것이다. 그것을 2030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 구심점에는 쌍방향 교신시대를 연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그 변화의 바람이 낡은 정치를 날려 버리기를 열망한다. 하지만 그 바람이 잘못 불어 세대간의 간극(間隙)을 더 벌리는 역풍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여망 또한 크다.
재벌의 성장배경에는 정경유착이 도사리고 있다. 크게는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작게는 경제관료와 밀착해서 성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재계는 경기변동-시장변화보다는 권력이동에 따라 더 민감하게 작동한다. 정계-관계-금융계에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면 그들과 인맥을 맺으려고 부산하다. 2월 주주총회에서 신흥세력의 학연-지연-혈연에 맞춰 경영진을 개편하는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연고기반이 없다. 하지만 재계는 권력집단의 인적구성에 맞춰 변신하는 습성을 가졌다. 그것이 재계의 성장사이다. 새 정부의 인력구조가 젊어진다면 재계도 그 만큼 연소해질 것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와 함께 재계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재계의 고포(古鋪)인 두산, LG에 이어 삼성, 현대에도 3세가 사령탑에 앉기 시작했다. 재벌3세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일군 사람들이부담스럽다. 경륜보다는 혈기를 중용하여 호흡을 맞추려고 한다. 그것이 벌써 새해 인사에서 나타나 주요재벌의 사장단이 젊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흰머리’는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사회구조는 고령화하는데 고용구조는 연소화하고 있다. 의술의 발달로 팔순은 넘겨야 천수를 누렸다고 말한다. 그런데 쉰 고개도 못 넘기고 일터에서 밀려나니 30년을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 남자라면 대학 나오고 군대 다녀오면 서른을 눈앞에 둔다. 그런데 20년을 벌어서 더 긴 세월을 살아야 한다. 그것도 자녀진학, 자녀결혼으로 일생에서 가장 돈이 많이 나가는 시기를 말이다. 저금리로 퇴직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용돈거리다. 국가경제 발전의 견인차였던 세대가 사회에서 거세되어 하루아침에 무능력자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세대차별 심각, ‘젊은 노인 살리기’ 시급
지난 5년간의 변화는 지난 100년간의 그것을 능가한다. 첨단기술의 발달속도는 광속을 닮았는지 동시대인이 따라가기에도 숨차다. 안방을 뛰쳐나온 전화의 이동성은 인간두뇌와 연결되는 신경체계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음성통화-문자교신-영상수신에 이어 결제기능도 맡는다. 인터넷은 ‘종이 없는 세상’으로 지구촌을 더 가깝게 만들며 인간의 감정마저 전이(轉移)한다.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변화의 물결에 밀려 아날로그 세대가 고아로 낙오하는 형국이다.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약점은 나이다. 지방차별, 학벌차별, 여성차별, 용모차별이 심한데 연령차별 또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젊은 노인’의 부양은 자라나는 세대의 몫이다. 취약한 재정기반을 본다면 그 부담은 너무 과중하다. 하지만 세대교체라는 합주곡의 소리는 점점 요란해지고 있다. 새로 출범할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도 인식해야 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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