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퇴치가 남미 선거 좌우

최대 쟁점 부상 … “경제 위해 좌파가 중도로 변신”

지역내일 2002-11-26 (수정 2002-11-27 오후 4:51:11)
브라질에 이어 에콰도르에서도 좌파 후보가 당선, 남미의 ‘좌파물결’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AP통신은 25일 남미 각국 선거에서 빈곤퇴치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AP는 좌파 정치인인 브라질의 룰라, 에콰도르의 구티에레즈와 우파인 볼리비아의 산체스 등을 나열한 뒤 이들은 정치적 스펙트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빈곤퇴치와 경제정상화, 실업문제 해결 등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24일 대통령에 당선된 에콰도르의 구티에레즈는 사회주의 정당과 좌익 노조, 급진적 원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의 당선은 60%에 이르는 에콰도르의 빈곤층에게는 희망이 되고 있다.
구티에레즈에 표를 던진 에콰도르의 한 시민은 “구티에레즈에 말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사람”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웃 콜럼비아도 올해 대선을 치렀으나 보수적인 후보가 당선됐다. 알바로 새 대통령은 좌익 반군을 소탕해 경제를 재건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8월 6일 볼리비아 대선에서 당선된 백만장자 산체스도 취임 즉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정상화를 약속했다.
남미에서 좌파와 우파가 동시에 집권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브라질의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적 신념과는 관계없이 현재 남미 각국 정부들에게 가장 긴급한 현안은 ‘빈곤퇴치’”라고 지적했다. 또 “남미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수많은 빈곤층”이라며 “우파정부든 좌파정부든 그들은 빈곤층을 돕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는 70, 80년대 급진적 방법을 통해 빈곤층과 부유층 사이의 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했던 좌파정부들이 크게 실패했던 역사를 거론하며 상당수의 좌파 지도자들이 중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예로 칠레의 좌파정부였던 아옌데 정권은 유혈쿠데타로 몰락했고 페루의 좌파 가르시아 대통령은 집권 후 외체지급을 중지했으나 그가 임기를 마쳤을 때 국가경제는 휘청거렸다며 현재의 좌파 지도자들은 투자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P는 지난달 27일 당선된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경우 ‘빈곤과의 전쟁’이 그의 최대 현안이라고 말해왔다고 보도했다. 또 세계은행은 룰라의 빈곤퇴치를 위한 노력을 돕기 위해 1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몇 해전까지 그가 신봉했던 급진주의적 태도를 실천에 옮기려 했다면 세계은행의 지원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AP시각과는 달리 “좌파의 선전은 부패에 찌든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그들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던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해 대선을 치를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서도 좌파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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