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요원 피격으로 이-유엔 논란 가열

이스라엘 군 “오인 사살” 해명 … 유엔 “앰뷸런스 접근도 막아”

지역내일 2002-11-24 (수정 2002-11-27 오후 1:27:04)
이스라엘 군이 23일 팔레스타인 자폭테러에 대한 보복 공격 과정에서 영국인 유엔 요원을 총기를 소지한 팔레스타인 전사로 오인해 사살, 이스라엘-유엔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 예닌 난민촌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 소속 병사 두명이 유엔구호작업기구(UNWRA) 소속 요원들이 활동하는 곳에서‘권총으로 보이는 물건’을 소지한 남자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인정했다. 총격을 받은 사람은 영국인 엔지니어 이언 후크(53).
후크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UNRWA 요원으로 이날 총격을 받은 후 병원으로 이송도중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가뜩이나 오랜 긴장상태를 유지하던 유엔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사건 발생의 정황에서부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예닌 난민촌의 UNWRA 사무소건물 구내쪽과 인근 골목길로부터 팔레스타인 무장괴한들이 사격을 가해와 응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무장괴한들이 UNRWA 깃발을 든 여성을 방패 삼아 공격을 해온 것이라고 덧붙였으나 유엔측은 사무소건물 구내에 무장괴한이 있었다는 이스라엘측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폴 맥켄 유엔 대변인은 “자체 조사 결과 사무소 구내쪽에서 총격이 가해졌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유엔측은 피격 직전 후크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으며 다른 유엔 요원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고 밝혔다.
맥켄 대변인은 유엔 본부 소속 관리가 23일 예닌 현장에 도착,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또 후크의 피격 당시 이스라엘이 앰뷸런스의 현장접근을 막아 병원 이송이 지연됐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스라엘 군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즉각 병원 이송작업을 시작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후크는 지난 봄 한달 이상 계속된 교전으로 심하게 파괴된 예닌 난민촌의 재건을 돕는 일을 하기 위해 UNRWA에 의해 고용됐다.
팔레스타인은 23일 밤 후크에게 최고훈장을 수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순교자’라고 명명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의장이 유가족들에게 위로서한을 보냈다고 자치정부 관리들이 전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예루살렘 버스 자살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베들레헴을 재점령하는 과정에서 일어났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유엔 요원이 숨지기는 2년여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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